신간소개 2014. 1. 29. 07:53




장대한 스케일의 과학 소설, 제3권 출간

 

2013년 10월 제1, 2권이 출간되어 연속 3개월간 종합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의 제3권(제2부 첫째 권)이 출간되었다.

 

『제3인류』는 베르베르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축조한 장대한 스케일의 과학 소설이다. 베르베르는 인간의 손에 의해 새로운 인류가 창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들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지, 인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거대한 규모의 상상세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핵무기의 무분별한 사용, 자연재해와 환경 재앙, 자원 고갈, 대전염병, 야만적 자본주의, 종교적 광신…… 인류가 끝없이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멸을 향해 치닫는 미래의 어느 시점, 그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군 정보 요원과 과학자들로 구성된 비밀 기관에서 기상천외한 시도를 감행한다. 바로 초소형 인간 <에마슈>를 탄생시킨 것. 과학자들은 이 에마슈들에게 더 진화된 인간의 속성이라고 믿는 유전 형질을 부여했다. 에마슈들은 인간보다 더 작고(신장 17센티미터), 더 여성적이며(성비가 9:1로 여성이 압도적), 더 큰 저항력(방사능과 오염된 환경에 대한 내성)을 가졌다.

 

전편은 에마슈들이 이란 호전주의자의 무차별 핵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군사 첩보원으로 암약해 제3차 세계 대전의 위기를 막아 내는 성과를 올리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 사회에 극적으로 노출되어 커다란 파문이 일어나는 데서 끝났다.

 

제3권에서는 인간 사회에 노출된 에마슈들의 활약과 운명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작은 몸, 오염에 대한 강한 내성, 기민한 판단력을 가진 강점을 이용해 인간이 진입할 수 없는 사고 현장에서 인간을 구출하는 공개적 활동을 하면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피그미 프러덕션>이라는 용역 회사가 설립된다. 에마슈들이 각종 구조 현장과 의료, 기술, 일반 가정생활 영역에까지 임대 파견되는 등 인기를 얻어 가면서 인간 사회에 순조롭게 합류하는 듯했지만 곧 문제가 발생한다. 한 소년이 에마슈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처벌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면서 에마슈의 정체성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그들은 인간인가, 동물인가? 한편, 인간을 신으로만 받아들이며 복종하던 에마슈들은 자신들의 존엄성에 점점 눈뜨기 시작하고, 중국에서는 불법 복제로 에마슈들이 대량 생산되어 헐값에 임대 또는 판매되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한계 없는 상상력의 대가 베르베르가 신화와 철학, 대담한 과학 이론을 접목해 야심 차게 써나가고 있는 베르베르판 신(新) 창세기가 어떤 결말을 향해 나갈지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다. 제4권도 2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에마슈>라는 이름은 초소형 인간을 가리키는 프랑스어 Micro- Humains의 두문자 M(엠), H(아슈)를 프랑스식으로 읽은 작명이다.

 

유머 속에 담아낸 인류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

 

<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기>라는 베르베르의 줄기찬 문학적 지향은 이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베르베르는 이 작품 속에서,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인 인간을 창조주, 불완전한 신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노출하게 만든다. 또 에마슈들의 사회에 타락과 범죄, 종교와 제도, 자유의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데, 그것은 인간 사회와 문명사의 시뮬레이션이나 다름없다. 이런 장면들을 보노라면 독자는 야릇한 웃음을 짓게 된다. 유머를 통해서 인류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어둡지 않게 유도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과학 소설에 우화적 수법을 접목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지구를 의식 있는 존재로 인격화한 가이아를 요소요소에 등장시킨다. 가이아는 독백의 형태로만 등장하며,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전체 소설에서 가이아의 독백은 1인칭 서술로 독립되어 흐른다. 이 독특한 작법으로 인해, 인류 멸망 전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암울한 묵시록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가 뚜렷한 메시지를 담은 우화의 색채를 띤다.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 행성을 소모하는 자기 파괴적 생활 방식을 계속한다면 종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인류는 자신을 탈바꿈시켜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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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4. 1. 9. 08:03




캐나다 총독문학상 3회, 길러 상 2회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가 그리는 인간을 향한 절제된 관찰

 

“숨 막히게 아름답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 현존하는 최고의 단편 작가 ‘앨리스 먼로’가 펼치는 문학세계의 결정판

앨리스 먼로의 필력이 정점을 찍은 문제의 화제작 『런어웨이』 출간!

 

2013년 캐나다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런어웨이』가 웅진문학임프린트 곰에서 출간되었다. 앨리스 먼로는 캐나다 ‘총독문학상’ 3회, ‘길러 상’을 2회 수상하며 마거릿 애트우드, 얀 마텔 등과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 문단의 작가들이 다투어 존경을 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윙엄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앨리스 먼로는, 여우 모피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교사 출신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어려서부터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다. “다른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이 일을 잘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일만큼 끌렸던 것은 없었고, 그러니 내 삶에는 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는 먼로의 말처럼, 소설 쓰기는 그녀가 인생 전부를 바쳐 해온 일이었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출간하며 서른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비로소 작가로 등단했고, 캐나다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앨리스 먼로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작가로서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했다. 『런어웨이』는 2006년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던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떠남』을 다시 번역하고 첫 번역본에서 빠진 세 편의 작품을 추가하여 완역판으로 출간한 신간이다. 『런어웨이』에는 표제작 「런어웨이」를 포함하여 「우연」, 「머지않아」, 「침묵」, 「열정」, 「허물」, 「반전」, 「힘」 등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의 단편 안에 삶 전체를 재현해온 앨리스 먼로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에 비견되곤 한다.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해온 그녀는 각각의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복잡한 무늬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탁월한 구성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너선 프랜챈(미국 소설가,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은, “『런어웨이』는 굳이 논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다. 인용문은 이 책을 전혀 대변해주지 못하고, 줄거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제대로 대변하려면 읽는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나에게는 아주 단순한 명제가 떨어졌다. 먼로를 읽어라! 먼로를 읽어라!”라고 했을 정도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우리들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요란한 수사와 복잡한 기교 없이 삶 전체를 껴안으며 작가 특유의 감미롭고도 강렬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먼로는 단편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앨리스 먼로는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다. 그녀는 매우 정련된 스토리텔링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인물의 심리상태를 매우 명징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_ 2013 스웨덴 한림원?노벨문학상 선정 경위 중에서

 

“앨리스 먼로는 단편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의 장편소설 작가들이 평생을 공들여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와 정밀성을 매 작품마다 성취해냈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반드시 깨닫게 된다.” _ 2009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선정 경위 중에서

 

“차마 입 밖으로 표현하지 못했거나, 나 자신조차도 마음속에 있었는지 몰랐던 감정들을 꺼내어 깨알같이 보여줄 때의 그 쾌감이 좋다.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을 위로받는 느낌이랄까. 비루한 일상과 하찮은 나의 감정도 이렇게 고급스럽게 표현될 수 있다니 놀랄 수밖에. 단편소설 특유의 명쾌함과 그 뒷맛이 무척 신선하다.” _ 황정민(방송인)

 

 

▣ 체호프풍의 사실주의, 날카로운 심리적 통찰, 그리고 감정의 연산에 대한 직감!

“앨리스 먼로의 손을 거치면 아주 사소한 순간조차 일평생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게 된다.”

 

『런어웨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주변 어디에서나 흔히 마주칠 법한, 제각기 나름의 상처나 사연을 지닌,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바로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남편과의 삶에 찌들어 도피를 꾀하는 칼라(「런어웨이」), 기차에서 우연히 낯선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줄리엣(「우연」)은 1년 후 퍼넬러피라는 아이를 안고 친정에 방문하며 아버지가 교편을 내려놓은 이야기를 접하게 되며(「머지않아」), 애지중지 길렀던 딸 퍼넬러피와 연락이 두절된다(「침묵」).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그레이스(「열정」)와 서툰 부모 밑에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로렌(「허물」), 셰익스피어 극장 앞에서 친절을 베푼 한 남자에게 하룻밤의 꿈을 실은 로빈(「반전」), 그리고 사랑했던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하는 낸시(「힘」) 등 앨리스 먼로가 불러낸 다양한 군상의 삶이 워낙 다채롭고 심오하며 완전해서 마치 인생을 압축시켜 모아놓은 듯하다.

 

현실을 조명하는 단편이 저마다 의미심장하게 심오한 『런어웨이』, 앨리스 먼로는 이 작품에서 주로 현실의 의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미스터리에 대한 절제된 관찰을 펼치며, 서스펜스마저 느끼게 만든다. 그녀가 그리는 스릴 넘치는 현실의 의외성은 아주 사소한 순간조차 일평생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욕망과 절망, 희미해진 희망과 밀려드는 깨달음으로 소설 속 주인공들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하나같이 남다르다. 마치 문학계의 수사관이 인간의 영혼에 대해 종합적으로 수사를 한 듯하다. 먼로는 주인공 중 하나인 그레이스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진지한 줄 알았는데 이런 대답들로 그에게 잘 보이려 기를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도 그 못지않게 세상 경험이 많은 척하려 기를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와중에 최악의 진실까지 발견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진실되고 현실적이며 지속적인 희망이 부재한다는 것이었다.”(「열정」). 희망을 찾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희망을 짓밟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먼로는 조이스가 고개를 조아리고 체호프가 체크메이크를 외치며 항복할 만한 작가이다. 『런어웨이』에 실린 단편 하나하나에는 전형적인 장편소설 한 편을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삶이 담겨 있다. 그녀의 여주인공들은 영웅적이다. 독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_ 《보스턴 글로브》

 

“요즘 작가 중 ‘사랑의 진행’에 관하여 앨리스 먼로보다 더 설득력 있게 쓸 수 있는 작가는 없다……. 먼로는 현대 단편소설의 살아 있는 거장이며, 그녀가 구사하는 체호프풍의 사실주의, 날카로운 심리적 통찰, 가정생활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연산에 대한 직감은 현대 문학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흔적을 남겼다.” _ 《뉴욕타임스》

 

 

▣ 길러 상 수상 및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사랑과 무한한 배신, 그리고 놀라움에 대한 비범한 이야기

 

2004년 출간 이후 최고의 찬사와 함께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길러 상을 수상하고,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런어웨이』.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책장을 넘치는 내내 절대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다고 앨리스 먼로는 독자에게 강요도, 섣부른 기대에도 응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구사하는 문장은 늘 최대한도로 정제되어 있다. 군더더기 없이 날카롭고 깔끔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런어웨이』는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삶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온타리오 고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작품 대부분의 무대를 자신의 고향인 온타리오 주의 마을을 중심으로 삼아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일정한 삶의 궤도 안에서 잔잔한 물길을 따라 흐르는 듯한 시간 속에 문득 슬픔을 느끼거나 사랑을 만나고, 때론 절망하다가도 기쁨을 찾아낸다. 사회의 규범을 따르며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현재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도피를 꿈꾸곤 해도 세상을 향한 잔인하고 악랄한 전복이 뒤따르진 않는 것이다. 대개 쓰린 실패와 끝없는 갈증이 남겨지긴 하더라도, 그래서 눈을 떠보면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왔을지라도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건 과거보다 희망적인 미래와 현재의 열정을 스스로 찾아냈기 때문이다. 요란하거나 화려한 묘사 대신에 스쳐 지나간 손길 속에, 전하지 못한 마음 사이에, 작가가 써 내려간 행간 사이사이에서 여러 감정의 빛깔이 희붐하게 풍겨 나오기 시작한다.

 

삶 속에 스며든 첨예한 현실의 문제들을 마주하여 복잡한 기교 없이도 실오라기 하나가 풀려나듯 자연스럽게 해결해나가는 작가의 필력은, 정교한 보석 세공사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여성의 섬세한 자의식과 내면의 풍경을 담담하게 수놓듯 보여주는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어디 한군데 모나지 않다. 그래서 더욱 평범한 이야기일수록 마치 우리의 이야기를 작가가 그대로 투영한 듯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잔잔하지만 강렬한 여운을 주는 것이 아닐까. 역경을 통해 강해지는 진부한 교훈 대신에 못 견디게 힘든 일을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바로 『런어웨이』에 그대로 녹아 있다.

 

“『런어웨이』는 국내에 처음 소개된 앨리스 먼로의 『떠남』을 새롭게 번역하여 출간한 작품이다. 그 당시에 이 작품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재조명이 다행스러운 이유는 이번을 계기로 완역본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어서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존 번역서에는 「허물」, 「반전」, 「힘」이 빠져 있다. 개인적으로 「런어웨이」가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기는 했지만 재미나 구성에 있어서 나머지 작품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저 세 작품이 빠졌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옮긴이의 말」에서)

 



런어웨이

저자
앨리스 먼로 지음
출판사
| 2013-12-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존하는 최고의 단편 작가 ‘앨리스 먼로’가 펼치는 문학세계 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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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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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11. 08:24



“드디어 ‘아’를 둘러싼 모든 궁금증이 풀린다”

추리소설 사상 가장 기발한 시리즈의 요절복통 대단원



<< 작품 소개 >>


제103회 나오키 상 수상작가

아와사카 쓰마오의 마술쇼 같은 단편집


2009년 3월, 75세로 세상을 뜬 아와사카 쓰마오는 일본 추리소설계에 있어 상당히 독특한 행보를 걸어온 작가다. 가업을 이어 문장사(紋章師, 일본 옷에 가문(家紋)을 그리는 장인)로 생업을 이어가던 그는 단편소설 〈DL 2호기 사건〉으로 환영성 신인상을 수상, 1976년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하였다. 1978년 《혼란계략》으로 제3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1988년 《종이학》으로 제16회 이즈미 쿄카 문학상, 1990년 《음도라지》로 제103회 나오키 상, 2001년 《기이한 능력의 탐정 소가 가죠 전집》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선정되는 등 아와사카 쓰마오는 문학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그 자리를 공고히 하였다.  


유머와 위트, 논리를 적절히 배합한 역설적인 작풍으로 ‘일본의 G.K. 체스터튼’이라고 불리는 아와사카 쓰마오는 기술적으로도 완벽한 트릭을 작품마다 선보이며 추리소설 독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기발한 장난감과 마술을 특히 좋아했던 작가는 자신의 본명을 딴 마술상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는 마술사이기도 하였는데, 그의 이러한 성향은 마술사 탐정이 등장하는 ‘소가 가조 시리즈’나 심령술 등 초현실적 능력을 갖춘 탐정 ‘요기 간지 시리즈’, 다양한 기계장치 장난감이 난무하는 《기계장치 난장》 같은 작품을 집필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아와사카 쓰마오의 대표작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은 전작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를 뛰어넘는 재기 발랄한 사건과 유쾌한 웃음으로 가득 차 있다. 기상천외한 발상과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독자를 ‘속이는 데 달인’으로 평가받는 작가의 뛰어난 기예 앞에서 독자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속는 달인’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엉뚱한 매력, 완벽한 논리, 유쾌한 반전

얼빠진 천재 아 아이이치로의 마지막 활약


주인공 ‘아 아이이치로’는 구름, 곤충, 화석 등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가로, 귀족적인 외모와 품격 있는 패션 덕에 어디를 가나 여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남자들의 선망 어린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완벽한 외모와는 달리 얼빠진 언행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무참히 배신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빈틈없는 관찰력과 천재적인 추론을 통해 그가 밝혀내는 사건의 진상은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등장인물 중 그 누구도 제대로 확인한 적이 없지만 호리호리한 몸매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완력을 지닌 알쏭달쏭한 인물이 바로 아 아이이치로다.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에서 그동안 아 아이이치로를 둘러싼 모든 의문점이 밝혀진다. 그를 지켜본 독자라면 한 번쯤은 신경 쓰였던―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았던― 모든 상황이 사실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설정에 근거하고 있다.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해온 ‘얼굴은 세모꼴이고 양장을 한 노부인’의 정체는 작가의 깜짝 선물이다. 


한편 이 미청년 탐정의 매력은 한층 더 강력하다. 아름다운 나신을 제쳐두고 물고기 사진을 찍는 데 열을 올리고(제1화 아카시마 섬 모래톱), 범선이 든 고급장식품에 머리를 맞는 순간에는 멀쩡,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난 후에야 기절하고(제2화 구형의 낙원), 머리가 두 개나 있다는 문어에 대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어버리고(제3화 쌍두의 문어), 앞뒤가 맞지 않다며 다그치는 경찰 앞에서 쭈뼛쭈뼛 할 말은 하는(제7화 화재 주류점) 아 아이이치로. 일본 추리소설은 물론 그 어떤 소설에서도 볼 수 없는 그의 엉뚱한 매력은 완벽한 트릭, 짧지만 강렬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더불어 이 시리즈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  


‘만일 탐정 명단이 만들어진다면 일본어, 알파벳 어떤 순서로 정렬하더라도 맨 앞에 올 수 있도록 ‘아 아이이치로’라고 이름 지은 것’이라는 작가 아와사카 쓰마오. 그의 장난기와 발군의 유머 감각은 출간된 지 30년이 훌쩍 지난 본작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 추천의 말 >>


- 일본에서 태어나 되레 손해를 본 작가. 우리는 이 초일류 마술사가 뉴욕이나 영국이 아닌 도쿄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해야 한다. ―다나카 요시키(《은하영웅전설》 작가)


- 탐정소설 전문지를 통해 등장하는 신인으로는 아와사카 쓰마오 같은 작가가 합당하다. ―쓰즈키 미치오(추리소설가) 


- 작가 특유의 논법에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재미와 대단함을 느꼈다. 작가가 이런 발상을 하는 한은 얼마든지 걸작이 탄생하리라 기대할 수 있겠다. ―나카이 히데오(추리소설가)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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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10. 08:32




위기의 시대, 타는 목마름으로 옛사람 당신을 부른다

시대에 비관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백성을 살리고자했던 민회빈 강씨 일대기! 


“마땅히 전심전력으로 백성을 살리고 유족하게 하는 길을 끝내 도모해야 할 것이다.”

21세기를 설명하는 세 키워드가 ‘3F’, 여성성(Feminity), 감성(Feeling), 상상력(Fiction)이다. 대한민국에서도 18대 대통령으로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한국처럼 가부장적이고 유교 문화가 뿌리 깊은 곳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는 사실은 대통령의 페미니티에 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하나의 유의미한 사회적 메시지라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 페미니티란 생물학적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자질이 아니라 전쟁, 죽음보다 평화, 생명을 귀히 여기고 위계, 권력보다 사랑, 연민을 중시하는 자질을 가리킨다. 이런 맥락에서 조선시대 인조(1595~1649)의 며느리이자 소현세자의 아내인 강빈(민회 빈 강씨)은 조선시대의 일반적 여성상을 훌쩍 뛰어넘는 파격적인 언행과 결단력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간 인물이다. 


왕실 최초의 여성 CEO

병자호란의 치욕 후, 강빈과 소현세자를 포함한 조선인 192명은 중국 심양관에 거주하며 힘겨운 인질 생활을 시작했다. 청의 감시와 명을 따르던 조선의 임금 인조의 견제 속에서 마음 편히 잠을 이루기도 힘들던 그때, 강빈은 스스로 자신의 일을 개척해나간다. 당시 유목민족으로 군사력은 강하지만 문화적 수준이 떨어졌던 청나라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청나라인과 활발한 거래를 시작한 것. 이를 통해 강빈은 청황제 수행으로 바빴던 세자의 역할을 대신해 조선에 보내는 장계까지 직접 챙기며 심양관의 실질적 경영자, 여성 CEO가 된다. 


타고난 리더들은 언제나 시험처럼 위기 상황과 직면한다. 이때 어떤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서 역사의 평가는 달라진다.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던 심양에서의 삶이 한결 수월해지자 강빈은 또 다시 시련과 맞닥뜨린다. 바로 청과의 거래를 통해 심양관이 많은 부를 축적하자, 청의 황제는 심양관에 대한 식품 공급을 중단하고 자급자족을 하라 명한다. 강빈은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보고, 조선의 발달된 농법과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 심양관을 더욱 안정화시킨다. 


조선판 쉰들러 리스트


해가 갈수록 부를 축적한 강빈은 또 다시 새로운 일에 돌입한다. 바로 포로, 공녀 등으로 청에 끌려온 조선인들을 구제한 것. 당시 청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의 생활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필요가 없어진 조선 포로들은 암시장에서 헐값에 팔려나가기 일쑤였다. 특히 공녀로 끌려온 조선의 여성들은 그 상황이 더욱 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가도, ‘화냥년’ 소리와 함께 쫓겨나기 다반사였다. 강빈은 이 상황을 타계하고자, 심양관의 재력을 바탕으로 돌아갈 곳이 없는 조선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돌아갈 곳이 있는 노예들은 방면하기에 이른다. 덕분에 청에 끌려온 수백 명의 조선인 포로 생활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독일 기업가인 오스카 쉰들러가 나치 수용소에서 처형당할 운명에 처한 유태인을 자신의 공장 근로자로 채용해 목숨을 구한 실화를 영화화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조선판이라 할 수 있다.



높은 소설적 완성도, 2013부산국제영화제 BOOK TO FILM 선정작!

소설은 소현세자빈 강씨의 딸, 경녕군주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한 번도 자신의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한 딸의 절절한 심정과 넓은 만주벌판에서 주어진 환경을 극복해나가는 강빈의 모습이 교차돼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유려한 문체와 철저한 고증 끝에 나온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런 완성도를 바탕으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화 가능성이 있는 책들을 바탕으로 선정하는 BOOK TO FILM에 선정되기도 했다. 

위기의 시대를 헤쳐간 강빈의 삶은 출산율 최저, 자살률 최고 나날이 심화되는 양극화, 묵시록적 환경재앙이 일상화 된 시대에 우리가 엄마 품처럼 의지할 수 있는 여성 리더의 전형을 보여줄 것이다.




<< 저자 소개 >>


박정애


1970년 경북 청도군 매전면 두곡리 245번지, 감나무로 둘러싸인 삼간초가에서 태어났다. 대구, 서울, 삼척을 거쳐 지금은 춘천에서 터 잡고 산다.

꿈에 주인공이 보인 뒤라야 글이 풀리는 징크스가 있어서, 마음의 현을 건드리는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주인공이 꿈에 나타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곤 한다. 소설 ??강빈??도 마찬가지. 36세 되던 해 봄밤의 꿈속에서 360년 전 역시 36세의 나이로 시아버지(인조)에게 죽임 당한 강빈을 본 다음날, 첫 문장을 썼다. 강원대학교 스토리텔링학과에서 서사 창작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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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9. 15:49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 중 한 명인 아인슈타인.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임을 밝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20세기에 발표된 가장 유명한 이론이나 그만큼 비판도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이론을 뛰어넘는 주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오인석 작가는 <디멘젼 머신>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휘어진 하나라고 본 데에 반해 오인석 작가는 우주가 여러 개의 우주로 중복되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어느 지점에서 차원을 변환한 뒤 다른 지역에서 다시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공상과학기계인 ‘디멘젼 머신(차원변환장치)’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디멘젼 머신> 주인공인 강인호는 인공도시 메트로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형사다. 그는 방위사령부에서 일하는 윤소라와 연인이며 어느 날부터인가 그들 주변에서 기괴한 일들이 발생된다. 사람들이 불에 타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가 하면 도시의 건물들이 눈앞에서 없어져버리기도 한다. 

이런 일렬의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강인호와 윤소라가 쫓으며 마침내 거대한 진실에 마주하게 되는 <디멘젼 머신>은 그동안 한국 장르문학에 메말라 있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장르문학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한 타임머신을 뒤집는 디멘젼 머신이 공상과학계의 혁명적인 계기를 마련한다. 

그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비판의 목소리가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비판의 목소리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 일단락되곤 했으며 그것은 그만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가지고 있는 확고부동한 학문적 위치를 말해준다. 이에 오인석 저자는 차원변환장치인 ‘디멘젼 머신’을 기초로 하여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에 당당하게 맞선다. 

오인석 작가는 <디멘젼 머신>을 통해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가끔 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이론이 나타나지 않는가 라며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디멘젼 머신>을 통해 제기된 이론이 옳다면 아마도 세계적인 이론이 되지 않을까 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이론임에 틀림없으나 그보다 이 책을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고, 또 과학계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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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9. 05:30




소외되어가는 농촌 공동체의 현실을 풍요로운 토속어와 유장한 문체로 그려내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 이문구의 역작 장편 『매월당 김시습』의 개정판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조선 초기 문인이자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의 삶을 특유의 유장한 가락으로 되살린 이 소설은 출간 당시 10만부 가까이 팔려나가며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후로도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 새로 펴내는 『매월당 김시습』은 그간의 몇몇 잘못된 표기를 바로잡고 새로운 장정으로 꾸며 작품의 감동을 한층 살렸다. 난세와 불화하며 방황하는 한 천재적 개인의 고뇌가 오늘날 더욱 새로운 의미와 감동으로 다가온다. 

난세와 불화하며 방황하는 한 천재적 개인의 고뇌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로 일컬어지는 『금오신화』로 유명한 김시습(1435~93)은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자 단종에 대한 절개를 지켜 벼슬길을 단념하고 초야에 은거한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살 때부터 문장을 엮고 다섯살에 『중용』과 『대학』을 떼어 천재로 이름을 날렸으며, 세종의 부름을 받고 대궐에 나아가 시를 지어 ‘오세 신동’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으나, 세조의 왕위 찬탈 뒤 세상에 대한 뜻을 접고 스스로 중이 되어 전국을 방랑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2200여수의 빼어난 시를 남긴 천재 시인이자 탁월한 문장가였으며, 백성의 편에 서서 당대의 정치적 타락을 매섭게 질타한 비판적 지식인이기도 했다. 
작가는 김시습의 삶의 진수를 한학에 대한 해박한 식견과 특유의 유장한 문장으로 형상화해낸다. ‘작가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당대의 지성과 기개와 고절의 표상인 이른바 생육신으로서의 매월당의 모습보다 새롭고도 파격적인 의식과 주제와 방법을 제시한 문인으로서의 매월당, 선구적 저항시인으로서의 매월당, 그리고 그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에 주목한 이문구의 『매월당 김시습』은 김시습이 남긴 기행이나 야담을 통해 인물과 시대를 왜곡하는 일 없이 조선 초기의 혼란한 시대상과 그 속에서 한 지식인이 겪는 내면적 고뇌를 파고듦으로써 당시 유행하던 흥미 위주의 역사인물소설과는 유를 달리하는 심도 깊은 문학적 형상화로서 역사소설의 한 전범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대의 풍물을 있는 그대로 복원해낸 풍성한 토박이말과 김시습의 내면을 절절하게 드러내는 유려한 문장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이문구 소설만의 탁월함으로 읽는 이에게 감탄을 자아내며, 더불어 소설의 갈피마다 김시습이 남긴 수십편의 한시가 매끄러운 우리말로 옮겨져 있어 천재적 저항시인으로서의 김시습의 면모를 탁월하게 형상화해내고 문학적 감흥을 배가한다. 
소설은 김시습이 설악산의 관음암에 머물던 쉰살 무렵부터 채 예순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의 그의 만년의 행장을 기본 줄기로 하여, 사이사이 그의 생애와 조선 초기의 혼란한 사회상을 회상과 설명을 통해 제시하면서 진행된다. 1부 「이 가슴 씻으리니 어디가 그곳인가」에서는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에 협력해 권세를 누리는 훈구대신들에 대한 김시습의 질타와 서거정 등과의 교유에 얽힌 일화들이 그려지며, 2부 「산새는 정을 다해 울어주는데」에서는 공신 제도의 폐단과 이로 인해 피폐해진 민생에 대한 김시습의 한탄과 더불어 산적 수령인 말범이와의 우애, 양양부사 유자한과의 인연 등이 소개된다. 3부 「봄이 가고 봄이 오니 그 주인은 누구」에서는 유자한의 소개로 잠시 같이 지낸 관기 소동라와의 인연과, 김시습이 자신의 불우한 초상을 백이•숙제 등 고사 속 인물들과 겹쳐 묘사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4부 「저 달은 누가 나누어 옹달샘에 던졌나」에서는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날들과 함께 김시습이 단종의 초혼제를 지내는 장면이 묘사된다. 5부 「혼이여, 돌아가자」에서는 김시습이 사육신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 지낸 일과, ‘오세 신동’이라는 이름을 얻고 세종에게 격려를 받던 옛일에 대한 회상, 그리고 절친한 벗이었던 남효온의 부음을 듣고 크게 낙심한 뒤 설악산을 떠나기까지의 행적이 그려진다. 

독보적 문장가 이문구의 혼신을 바친 역작

이문구는 생전의 인터뷰에서 『매월당 김시습』을 쓰게 된 계기가 당시 숱한 문인들의 수난을 목격한 데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시습을 “우리나라 최초의 저항적 지식인이자 시인”이며 “시대와 불화하면서 살아낸 재야 문인의 전형”이라 평가하는 작가의 시선은 『매월당 김시습』을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문인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로 읽을 수 있게 한다. 또한 그가 그리는 김시습의 삶에서는 문인으로서 한창 왕성했을 시절을 시대와 불화하는 데 바쳐야 했던 작가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김시습의 삶을 그리기 위해 2년이 넘게 그의 발자취를 따라 전국을 다니며 고증과 연구를 거듭한 작가는 이 작품을 “철들고 온 힘을 다해 쓴 작품”이라 언급한 바 있다. 김시습과 이문구의 삶 모두가 오늘날 여전히 거듭 되새겨야 할 귀중한 전범으로 남은 것이 그 노력 덕택일 것이다. 우리 문학에서 다시 보기 힘들 독보적 문장가로 칭송받는 이문구의 문장을 통해 되살아난 김시습의 삶은 오늘날에도 더욱 새로운 의미와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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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8. 08:00



케네디 대통령 서거 50주기,

그는 과연 어떤 지도자였을까?

편집된 기억이 아닌 녹음테이프를 바탕으로 케네디가 겪은,

그리고 인류 최악의 사건인 쿠바 미사일 위기의 진실을 밝힌다!


<< 책 소개 >>

 

“쿠바 미사일 위기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위기다.”

_ 아서 슐레진저 2세, 미국 역사학자. 『제왕적 대통령The Imperial Presidency』 저자

 

인류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뻔한 ‘13일’

 

1962년 10월 14일, 미국의 U-2 첩보기가 쿠바에 배치된 소련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견했다. 이틀 뒤인 10월 16일, 케네디 대통령은 이 사실을 보고 받고 비상대책기구인 엑스콤을 소집한다. 이후 13일 동안 인류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뻔한 ‘13일’,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가 벌어졌다. 냉전이 한창이었고, 미군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주둔해서 공산주의 세력과 대치하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1949년 소련이 핵 실험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핵 독점이 깨진 지 한참 후였다. 두 강대국의 충돌은 핵무기가 동원된 제3차 세계대전, 심지어 인류의 마지막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핵 확산 및 핵 테러리즘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때 전쟁이 벌어졌다면 “1억 명의 미국인과 그 이상의 소련인, 그리고 수백만 명의 유럽인이 희생되었을 ”이라고 말했다.

 

만들어진 신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다행히 핵전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두 지도자는 핵전쟁만을 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처럼 극단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렸을까? 사건이 끝난 뒤 각종 증언이 쏟아지고 〈10월의 미사일the Missile of October〉(1974)이라는 영화도 만들어졌다.


특히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부 장관이던 로버트 케네디는 1968년 암살되기 전『13일』이라는 회고록을 썼다(국내에는 2012년에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 이 책은 젊고 용기 있는 미국 대통령과 대통령의 동생이 소련의 핵 위협을 놀라울 정도의 냉철한 판단으로 절묘하게 막아낸 것으로 그리고 있다. 과연 이런 “영웅 신화”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전대미문의 사초, 케네디 테이프

 

흥미롭게도 케네디 대통령은 '13일'의 진실을 알게 해 줄 녹음테이프를 남겼다. 피그스 만 침공이 실패했을 때 케네디는 회의 자리에서 침공 계획을 지지한 사람들이 작전이 실패하자 말을 바꾼 사실에 불같이 화를 냈다. 


이후 케네디는 자신의 집무실과 각료회의실에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게 녹음 장치를 설치했다. 그렇게 해서 이른바 ‘케네디 테이프’가 만들어졌다

 

저자 셀던 M. 스턴은 쿠바 마시일 위기를 담은 케네디 테이프를 이야기 형식으로 설명해 독자들이 대화내용을 가급적 정확하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건에 관여한 행위자들이 느꼈을 불확실성을 생생하게 묘사해, 소설과도 같은 스릴을 느끼게 해 준다.

 

녹음테이프가 말하는 케네디의 모습

 

피그스 만 침공 작전이 대실패로 끝난 뒤에도, 케네디는 카스트로를 끌어내기 위해 대규모 비밀전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쿠바 미사일 위기가 벌어진 데에는 케네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몫이 컸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일단 상황이 전쟁 일촉즉발까지 이르자 케네디는 어떻게든 전쟁을 막으려 했다.


이 기간 동안 케네디는 자문위원와 의회 지도자들의 호전적인 조언에 대해 거의 혼자서 맞선 경우가 많았다. 테이프에 따르면, 회고록 『13일』에서 자문위원들 가운데 “절반 중 한 명이 대통령이었다면 전세계가 파멸적인 전쟁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컸다” 라고 말한 동생 로버트 케네디마저 매파에 가까운 입장을 취한 것으로 드러난다.

 

케네디는 각종 군사적 조치가 내포하고 있는 우려스러운 의미를 확실히 이해했다. 핵전력에 있어서 미국이 소련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지만, 핵전쟁에서 승리가 의미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셈이다. 동생을 밀사로 보내 미사일 맞교환이라는 밀약을 하게하고, 전직 유엔 관리를 통한 이면 전략까지 준비해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핵전쟁을 막기 위해 자신의 적대 행위를 정치력과 지적 능력을 모두 동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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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8. 04:00



미국 독자들과 아동문학 비평가들이 인정한 뛰어난 청소년 소설


야침 찬 젊은 작가 실라 터니지가 쓴

<<소녀 탐정 럭키 모>>는 미국에서 가장 권이 있는

아동문학상 뉴베리 아너 상을 수상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반할 만한

매력적인 소설!


2013년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 뉴베러 아너 상 수상

2013년 미국 추리소설작가협회 주최 에드거 상 - 청소년 부분 후보




11년 전, 불어난 강물을 타고 떠내려온 아기 !

기적처럼 살아나 세상을 경험하고 사랑을 배우다

 


노스캐롤라이나 시골 마을 투펠로랜딩에 사는 모.  

모는 도무지 못 하는 게 없다. 대령님과 라나 아줌마를 도와 카페 경영도 잘하고, 라벤더 오빠 자동차 경주를 돕기 위해 기지를 발휘해 자금도 모은다. 

그뿐인가? 전 과목 A학점에다 뛰어난 추리력을 바탕으로 ‘데스페라도 탐정소’의 명탐정으로도 활약 중인데…….  

모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싫어도 꾹 참기, 부끄럽다고 뒤로 빼기, 어른한테 꼼짝 못하기뿐 !



그런 모에게 이번 여름방학은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살인범을 쫓는 형사가 도시에서 찾아오는가 하면

늘 보던 제스 아저씨가 살해되고 

모에게 아빠 엄마와도 같은 대령님과 라나 아줌마가 자취를 감춘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밝게 웃으며 헤쳐 나가는 모는 

과연 이번 일도 잘 이겨 낼 것인가?

신비로운 대령님과 사랑스러운 라나 아줌마는 모 곁으로 돌아올 것인가? 



“첫 번째 행운은 엄마가 나를 급히 만든 뗏목에 묶어 하류로 띄워 보낸 것이다. 두 번째 행운은 대령님이 나를 발견해 건져 낸 것이다. 세 번째 행운은 라나 아줌마가 나를 받아 주고 딸처럼 키워 준 것이다.”



모의 밝고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은 공부에 지쳐 희망을 모르고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움을 안겨 줄 것이다. 

모는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 모를 엄마를 찾으려고 병 속에 편지를 띄워 보내면서도, 지금 이곳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어 나간다. 

모는 언제 어디서나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며

자신이 옳다고 배운 것을 지키려 한다. 

뿐만 아니라 모는 뛰어난 관찰자이자 유머를 간직한 아이다. 

모는 마을 사람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관계를 그려 나간다. 

텁수룩하고 고집 센 제스 아저씨, 옷을 잘 차려입고 인사를 잘하는 리틀 이장님, 자상하면서도 위엄 있는 그레이시 손튼 노부인, 우아하고 다정한 로즈 아줌마, 장난꾸러기에다 어딘지 허술한 친구 데일, 콧대 높은 심슨 부인, 멋지고 매력적인 라벤더 오빠……. 

모의 치밀하고 위트 있는 묘사 덕에, 어린이 독자들은 각 인물이 마치 실제로 만나는 사람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에게 세 가지 선물을 안겨 준다. 


첫째, 모와 같은 씩씩하고 당당한 친구를 알게 되어 무척 신이 날 것이다. 

둘째, 온갖 뜻밖의 일을 헤쳐 나가는 모를 보며 용기와 자신감을 배우게 될 것이다. 

셋째, 풍부한 묘사와 사건으로 가득 찬 문장들을 읽으며 상상력이 커지고 어휘력이 쑥쑥 늘어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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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7. 07:00




엄마의 남자가 나를 만졌지

그 순간 내가 피어났어


블루픽션상 수상 작가 박선희가 새롭게 그리는 과감하고 탐미적인 여성성의 신세계

한국 여성문학사에 기록될 희유한 전작 장편소설


거울 속에 갇힌 엄마와 엄마를 구원한 섬유예술가 M,

내 머리카락을 먹어치운 M과 그런 M에게 중독된 나,

이 낯설고 놀랍고 신비하고 괴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엄마의 애인을 탐한 딸의 황홀하고 불온한 성인식
여성성의 깨어남과 갈등을 섬세하고 도발적으로 그린 박선희 장편소설

아름다워지기 위해 거울 앞에 붙박여 있는 엄마와, 엄마의 남매 같은 애인이자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인 섬유예술가 M, 이 두 사람 사이에 운명적으로 끼어든 ‘나’의 이야기를 다룬 『이브가 말했다』가 웅진문학임프린트 곰에서 출간되었다. 한 남자를 엄마와 딸이 동시에 사랑한다면 어떨까? 이 관계를 ‘금기’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동안 소설집 『미미美美』를 필두로 청소년 장편소설 네 권을 출간, 대산창작기금과 블루픽션상을 받은 소설가 박선희는 『이브가 말했다』를 통해 여자로서의 미묘한 갈등과 여성 특유의 심리를 가감 없이 풍부하게 풀어낸다. 기 발표작과 차별화된 소재, 단편에서 맛볼 수 있는 밀도를 장편에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문체에 시적이고 농염한 묘사가 빛을 발하며 박선희 작가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신비아’는 삭발을 했지만 묘한 매력을 풍기는 스무 살 미용사로, 긴 머리카락을 모으는 중이다. 엄마의 애인인 섬유예술가 ‘M’을 사랑하면서부터 생긴 습관이다. 비아의 육체적 욕망과 관능이 깨어나면서 두 사람은 그들만의 머리카락 꽃을 만들고, 엄마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
『이브가 말했다』는 엄마의 남자를 욕망하는 스무 살 여자의 설익지만 도발적인 관능, 여자이자 딸로서의 복잡한 심리를 머리카락 꽃과 스킨헤드의 이중적 구도로 그려나간다. 왜곡이나 과장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여성성의 세계를 환상과 현실의 대비를 통해 탐미적이고 과감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소녀에서 여자로 자라난 스무 살의 이브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낯설고 놀라우며 신비하고 괴기스럽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이야기를 지어낼 때마다 매번 다른 인격이길 바란다.
『이브가 말했다』는 나의 여섯 번째 인격이 될 것이다.
인트로 서른다섯 문장을 썼을 때 가졌던 바람이 있다.
불편하더라도 버리지 못할 매혹이 있기를.

조금 색다른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빨간 장화에 노란 코트를 입은 여자의 뒷모습 같은 소설?
소설에 바쳐진 모든 시간은 상상을 하는 시간이었다.
달인처럼 잘 쓰기보다, 촘촘히 바느질을 하듯 처음부터 끝까지 공들여 쓰려고 했다.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태양이 달걀 프라이처럼 풀어진 한낮에 읽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 사는 동안 한 번쯤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빠질 때…
   묘한 아름다움과 카리스마를 풍기는 M을 둘러싼 기이한 삼각관계

비아의 엄마는 딸에게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때문에 또래 여자애들 중에서 단연 외모가 돋보인다. 중?고등학생 때 키가 훌쩍 자라 제법 성숙한 티가 났고, 정신연령 또한 친구들보다 높았다. 어느 날, 진작부터 ‘나와 너희는 다르다’라는 생각을 하던 비아에게 엄마의 애인인 M이 눈앞에 나타난다. 단둘이 있을 때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 말하는 이 아저씨가 비아에게 남자로 느껴진다. 그래서 이젠 엄마를 이해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M의 여자인 엄마가 싫고, 엄마의 남자인 M이 싫다.

엄마와 나와 M은 서로 다른 별에서 날아와 가족을 이룬 것처럼 특이한 삼각형을 만들며 어울려 놀았다. 물론 안나 아줌마가 함께 있었다. 나는 아줌마를 마음으로 제외시켰다. 아줌마도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세 사람을 하나로 묶어 말하곤 했다. 언젠가 나에게 이렇게 얘기한 적도 있다. 엄마와 아저씨, 너, 세 사람 언캐니한 트라이앵글 같아.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중학생이 알아들을 영어는 아니었으니까. 궁금했지만 설명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사전을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지만 정확히 어떻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렴풋이 그것은 낯설고, 놀랍고, 신비하고, 괴기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몇 겹으로 하나가 된 무엇 같았다. 안나 아줌마의 말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142쪽)

비아의 아빠가 사고로 죽기 전부터 엄마는 베네치안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정수리 머리숱이 눈에 띄게 줄면서 부분 가발을 쓰고 외모를 가꿀 때가 많아진 탓이었다. 
엄마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로 짐작되는 곳으로 떠난 후에도 비아는 M을 종종 찾아간다. M이 진짜 머리카락으로 꽃을 만들었기에, 미용사인 비아가 손님들이 자르고 간 머리카락을 재료로 구해다 주었다. 머리카락 꽃을 하나씩 만들 때마다 그동안 몰랐던 비아의 몸의 감각이 깨어난다. M은 비아에게 “네가 원하는 걸 억압하려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잠결이었다.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느다랗게 눈을 떴다. 속눈썹들 사이로 눈부신 햇빛이 새어들었다. 바람이 불었다. 활짝 열린 창, 순백의 리넨 커튼이 부풀어 올랐다. 백만 개의 꽃잎이 흩날렸다. 진한 아카시아 향이 피부로 스몄다. 불온하고, 아른아른한 향이었다. 여름날의 햇빛이 긴 혓바닥처럼 쇄골을 핥았다. 습하고 더운 숨결이 목덜미로 떨어졌다. 목에서 어깨로, 등허리로, 가슴으로, 배꼽으로, 뜨거운 길들이 뻗어나갔다. 열 개의 손가락이 그 길들을 거꾸로 더듬어갔다. 배꼽으로, 가슴으로, 등허리로, 어깨로, 목덜미로…….(200쪽)


▣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그 후, 소녀와 엄마가 향하는 길
   머리카락 꽃과 불꽃이 만들어내는 진정한 카니발

엄마가 거울 앞에서 줄곧 지내왔던 것은 비아의 아빠 때문이었다. 아빠는 언제나 딸이라고 해도 좋을 나이의 여자 제자들을 사랑했다. 사진 여행을 갈 때마다 젊은 제자들과 동행해 엄마는 우울증이 심해지고, 외모를 가꾸는 데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엄마가 이란갤러리의 관장으로 일하면서 M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기를 되찾는다.

아름다움을 강요했던 엄마 때문에 내 유년은 실종되었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른 채 나의 유년과 결별했다. 엄마가 기획한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멀리서도 눈에 띄게 구별되는 외모는 분명 엄마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 아이답지 않은 기품이 느껴진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중요한 건 바로 그거였다. 아이다움이 결핍되었다는 것. 반쯤은 태생적이기도 했다. 엄마와 아빠가 보통의 엄마, 아빠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거울에 갇힌 우울한 나르시시스트 엄마, 예술가이자 롤리타콤플렉스의 자유연애자 아빠.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나는 아이의 세계를 건너뛰어 어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89~90쪽)

비아는 M과 관계한 이후로 머리카락을 모두 자른다. 그리고 M을 만날 땐 가발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머리카락이 풍성한 나’와 ‘삭발인 나’의 두 자아를 갖기로 한 이후부터였다. 소설 속에서 엄마와 비아, M, 세 사람은 “실선의 시간”이 아닌 “점선의 시간” 속에 각자 경계를 치고 살아갈 뿐, 특히 엄마와 비아는 두 개의 가면을 쓴 채 점점이 떨어진 그들의 시간을 살아간다.『이브가 말했다』는 소녀였던 비아와 우울함으로 가득 찬 엄마의 자아가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 지속적으로 주시한다.

충격은 양쪽 끝에서 나를 뒤흔들었다. M이 나에게 한 일에 대한 충격과 내가 그것을 받아들인 것에 대한 충격, 엄마의 남자와 한 일에 대한 충격과 죽을 것처럼 후회가 들지 않는 것에 대한 충격……. 나는 혼자 견뎌야 했다. 이 모든 충격이 결합하고 분열하고 폭발하는 시간을.(203쪽)

한편 스무 살 비아에게 비타민처럼 위로와 안식을 주는 사람은 ‘루’밖에 없다. 단, 만남의 조건은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지 않는 건 알려고 하지 말기”. 기이한 트라이앵글에 갇힌 비아에게 늘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먹이는 루는 조심스레 비아의 옆에 서 있다.
M과 모녀에게는 드문드문 난 점선의 시간을 실선으로 바꾸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아름다움과 욕망, 환희 뒤에 찾아온 고뇌와 성장, 기다림은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브가 말했다』에 그려진 ‘이브’의 나직한 고백은 ‘진짜’ 성인식을 시작하는 순간 또다시 이어질 것만 같다. 낯설지만 현실에 맞닿아 있고, 놀랍지만 신비하고, 괴이하지만 아름다운 이 이야기가 신비아의 목소리로 풀어져 나올 것이다.

머리카락을 생각하는 밤이다. 뼈도 살갗도 아닌 그것은 차라리 밤의 성분이다. 마침 머리카락 같은 ‘비가 걸어간다’. 그것은 자아 꽃을 피우려고 했구나, 언젠가 적도 근처로 떠났던 박선희 소설가와의 기억을 성글게 빗어본다. 나는 그와 일 년 동안 열여섯 개의 정거장에서 더러 마주쳤다. 검은 터널을 지나 목적지에 내리면 그는 풋내가 흥건한 십 대의 교실로 향하는 언덕길로 나붓나붓 걸어갔다. 이목구비가 없었지만 길고 길어서 단박에 알아봤다. 머리카락은 어수선한 생각을 가린 초라한 지붕이라 여긴 나로선 그 뒤 얼굴의 생기가 부럽고 얼떨떨했다. 이 소설을 읽으니 알겠다. 꽃을 쥔 산책인 줄 알았더니, 가위를 쥔 ‘음모’였던 게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다. 거울에 사로잡혀 수은처럼 피부가 말라가는 엄마가 사라지면, 딸은 거세된 머리카락을 쥐고 침실과 극장을 오간다. 엄마의 지문을 새긴 남자의 ‘죽어가는’ 꽃잎과 흰 젖이 필요한 사내아이의 알약을 훔친다. 검디검은 까마귀처럼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한 어느 날 계집아이는 한 줌의 머리카락이 불꽃의 가느다란 심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스물이 온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성장은 멈춰도 머리카락만은 여전히 자란다. 깜깜한 마음의 가시들은 하얗게 센 낮의 뿌리와 꽃으로 거듭한다. 그렇게 스물을 오려낸 그의 다음 시간은 어떤 색깔일까, 괜히 흩인 머리카락으로 ‘둥글게’ 트라이앵글을 만들어본다. _ 임수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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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6. 06:30


세상 그 어떤 소설과도 닮지 않은, 

세상 그 어떤 소설보다 지적이고 풍요로운, 찬란하고 아름다운 소설!


이 소설은 평생에 걸친 러브스토리로도, 인격 장애라는 병증에 대한 탐구로도, 한 예술가의 치열한 삶에 대한 탐구로도, 그리고 미술 비평의 본질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다. 학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소고로도 읽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버리는 날것의 경험을 뼈아프게 대리체험하게 하고, 고통을 공유한 사람들이 삶을 재건하는 기록으로도 의미가 있으며, 실수와 부조리로 점철된 우리 삶에 대한 단상으로도 다가온다. 그러나 시리 허스트베트라는 작가에게 하나의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가 무의미한 것처럼, 《내가 사랑했던 것》 역시 그 모든 층위가 한꺼번에 오케스트라 교향곡처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참모습을 드러낸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책 소개 >>


“자아와 재현, 예술과 비평, 사랑과 절망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소설”  


소설 《내가 사랑했던 것》은 전방위 인문학자이자 비평가 겸 소설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리 허스트베트의 작품들 중, 국내에 소개되는 세 번째 책이다.


1975년 영문학자인 에리카와 결혼한 미술사학자 레오 허츠버그는 소호의 한 갤러리에서 무명 화가의 구상회화 한 점을 보고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을 느껴 그 그림을 사게 된다. 티셔츠 한 장을 몸에 걸치고 손에 장난감 택시를 든 반라의 여인에게 드리워진 관객, 또는 화자의 그림자, 그림의 구도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로퍼를 신은 발목을 그린 이 그림은 빌 웩슬러라는 젊은 화가의 작품으로 <자화상>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 그림의 구매로 인해 화가를 만나게 된 레오는 이후 평생에 걸친 우정을 맺게 되고 그림 속의 두 여인과 복잡하게 얽힌 생의 여정을 함께 하며 서로의 삶의 희비극을 나누게 된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과 죽음 그리고 슬픔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시리 허스트베트만의 세련된 언어로 그려낸 《내가 사랑했던 것》은 예술과 사랑에 대한 지적이고 통렬한 고찰인 동시에, 비극이 지나간 후 자기내면을 오래 응시한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 해외 언론 서평 >>


“훌륭하다...《내가 사랑했던 것》은 최고의 지성으로 쓰인 페이지터너이며, 진중하지만 위트 있고, 대범하면서도 도덕적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 <뉴욕 타임즈 북리뷰> 


“위대한 책이다. 서사적 쾌감이 엄정한 지성과 맞물리는 경우는 그리 드물지 않다. 사실, <모던 라이브러리> 문고를 뒤지며 이미 정전이 되어 공고한 명성을 갖게 된 고전들을 읽는다면 찾기 쉽다. 그러나 동시대의 작가와 그런 관계에 빠져든다는 건... 아찔한 느낌이다. 새로운 픽션을 읽는 우리들은 바로 그런 책을 찾는 걸 꿈꾸지 않는가.” - <뉴스데이> 


“이 책을 진짜 기념비적인 소설로 만든 허스트베트의 특별한 기술은 그녀가 들고 있는 ‘지성’이란 고리를 실제 사람들이 뛰어들어 통과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그녀는 많은 현대 소설가들과 전혀 다른 묘기를 선보인다. 그녀는 정신적으로 흥분시키는 작품을 창조했다.” - <더 선데이 타임스>


“사상들, 감정들로 충만한 소설을 창작하는 데 있어 그 어떤 이미지도 낭비되지 않고 그 어떤 잉여의 문장도 덧붙여지지 않았다... 허스트베트의 소설은 범주화를 거부하는 소리 없이 경이로운 픽션의 역작이다.” - <로스앤젤리스 타임스>


“뉘앙스를 놓치지 않고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에 주목하는 시리 허스트베트의 산문이 성취한 출중한 성과는, 우정이 지성의 강고한 형식이라는 걸 보여준 데 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들은 거의 압도적인 상실감을 인정하지만, 독자의 이해가 이토록 심도 깊기에 그들의 슬픔이 거의 환희처럼 느껴진다.” - <워싱턴 포스트>  



<< 출판사 리뷰 >>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드는 상실이 지나간 후 남겨진 것들 ”


시리 허스트베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작가 폴 오스터의 아내라는 대답이 먼저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격조 높은 소설을, 특히 《내가 사랑했던 것》을 읽은 독자라면 폴 오스터를 언급하지 않고 오롯이 시리 허스트베트라는 작가에 대해, 또 그녀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것》의 이야기는 <자화상>이라 이름 붙여진 한 장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된다. 남자의 티셔츠만 걸친 채 마룻바닥에 누워 있는 여인의 그림. 사실 캔버스 속에는 세 사람이 있다. 누워 있는 여인과, 화폭 바깥으로 막 나가려는 여인, 그리고 그림자로만 묘사된 관찰자까지. 미술사학자인 레오 허츠버그가 1975년 뉴욕 소호의 한 갤러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무명작가 빌 웩슬러의 작품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림의 소유자인 레오는 기억의 눈으로는 이 그림을 선연하게 볼 수 있지만 육신의 눈으로는 그럴 수 없다. ‘본다’는 것이 곧 정체성이었던 그는 중심부에서부터 시야가 흐려지는 안질환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그가 더듬거리는 눈길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다. 정체성이 옅어질수록 기억은 짙어지고, 이윽고 한 점의 그림에서 시작되어 평생 이어진 한 화가와의 우정과 인연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림을 통해 맺어진 레오와 화가 빌 웩슬러의 인연은 평생에 걸쳐 지속된다. 그 세월 동안 두 남자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되고, 위층과 아래층에 사는 이웃이 되며, 예술적 조력자이자 동지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레오와 빌의 관계는 욕망과 탐닉, 선망과 사랑의 존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단순하지 않다. 


그림 속 모델인 바이올렛이 그러하고, 레오의 아들인 매튜가 그러하다. 매튜가 죽고 빌의 아들인 마크가 성장하면서 두 가족의 일상은 행복에서 나락으로, 장조에서 단조로 변환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끓는 슬픔은 사이코 스릴러가 되고, 마침내 기억이라는 관점에 대한 명상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그림을 통해 맺어진 화가와 미술 비평가의 25년에 걸친 우정, 그리고 두 남자의 가족이 겪는 행복하거나 절망적인 삶의 굴곡들. 두 가족이 겪는 삶의 희비극은 《내가 사랑했던 것》을 구성하는 중요한 서사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서사보다 더욱 주목할 것은 그 서사를 바라보는 화자의 관점이다. 소설 속 화자인 황혼의 남자 레오는 시력을 잃어가며 이렇게 고백한다. 또렷하게 보기 어려운 증세는 눈이 나빠지기 한참 전부터 나를 괴롭혔으며, 그것은 예술뿐 아니라 삶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다’는 행위 자체에는 그것을 보는 주체가 들어 있지 않다. 레오가 바라보는 빌의 그림 속에 관람자(레오)의 모습이 담겨 있지 않듯이. 거울이나 카메라를 통하지 않고 멀리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싶은 욕망은, 관람자인 동시에 주체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라보는 사람’인 레오가 ‘창작하는 사람’인 빌에게 품었던 동경, 그 자신이 죽음에 가까워지기 전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빌에 대한 질투와도 맞닿아 있다. 


보는 것이 업이자 정체성이었던 레오는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눈앞이 흐릿해진 뒤에야, 눈이 아닌 기억을 통해 과거에 자신이 보았던 것을 다시 응시한다. 시종일관 독백처럼 이어지는 회상이 지금 이 순간보다 치열하게 느껴지는 것은, 관람자이자 주체자로서 새롭게 생성된 레오의 관점 때문일 것이다. 


너무 선명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 너무 명백해서 알지 못했던 것들이 드러나는 순간, 산발적으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비로소 하나의 삶으로 완성된다. 시리 허스트베트는 레오의 입을 빌려 과거가 현재였던 순간, 우리가 놓쳤거나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린 ‘시선 너머의 것’을 집요하게 추궁한다. 


말년에 이른 그의 회상은 온통 상실의 경험으로 점철되어 있다. 행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아들을 잃었고, 돌아올 수 없는 아들로 인해 아내를 잃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우정을 쌓은 친구를 잃었고, 내밀하게 사랑했던 여인을 잃었으며, 끝내는 아들처럼 여겼던 친구의 아들마저 잃고 만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레오는 기억을 ‘보는’ 일을, 과거시제의 아픈 문장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 책에서 예술은 한없이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져 있어, 단순히 숨겨진 감정을 조명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주체가 된다. 박식한 미술사학자를 화자로 등장시킨 만큼, 예술과 인문에 대한 지적 향연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예술과 사랑에 대한 지적이고 통렬한 고찰인 동시에, 비극이 지나간 후 자기내면을 오래 응시한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우리는 좀 더 용기를 가지게 된다. 불가해한 것들을 이해하려는 가망 없는 노력을 그만두지 말아야 한다는. 



<< 지은이 >>


시리 허스트베트Siri Hustvedt


전방위 인문학자이자 비평가 겸 소설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리 허스트베트는 1955년 미국 미네소타 주 노스필드의 노르웨이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청소년기에 노르웨이의 베르겐에서 지내기도 했으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미네소타 주의 사립명문 세인트 올라프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찰스 디킨스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1983년에 작은 시집《Reading to You》를 출간했고, 소설가로 전향한 후 1992년에 발표한 첫 소설《눈가리개The Blindfold》는 ‘올해의 미국 단편The Best American Short Stories’에 2년 연속으로 선정되었으며 무려 17개국 언어로 번역 출판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후속작으로 출판된 《릴리 달의 매혹The Enchantment of Lilly Dahl》, 《어느 미국인의 슬픔The Sorrows of an American》,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것What I Loved》 중에서도 2003년 출간된 《내가 사랑했던 것》은 평단의 찬사 속에 29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 요하네스 베르메르 특별전 측의 요청으로 기고한 <진주 목걸이를 든 처녀>에 대한 소논문 한 편으로 미술 평단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전격 입성한 후, 해박한 미술사 지식과 문학적 소양, 비범한 필력과 통찰력을 집약한 독창적인 미술 에세이《사각형의 신비Mysteries of the Rectangle》를 출간했다.


1981년 시 낭송회에서 작가 폴 오스터를 만나 이듬해에 결혼하여, 현재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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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5. 08:00




“사랑의 끝이 결혼이라고 누가 그래?”

치열한 현실에 정면으로 마주선 네 여인의 비밀스런 고백


<< 책 소개 >>


“정말이지… 우아하게 살고 싶었답니다.”

우악스러운 삶에 휘둘리는 그녀들을 위한 힐링노블


통통 튀는 문체가 매력적인 신예 고선미 작가는, 결혼한 네 여인들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비단보자기 풀어놓듯 조심스레 들려준다. 전혀 낯설지 않은 네 개의 이야기는 각각의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클라리 세이지’라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성에게 좋은 허브 클라리 세이지의 향처럼 깊고 은은하게 결혼한 여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이 책은, 우아한 삶을 꿈꿨지만 매순간 우악스러운 현실에 치여 자신의 이름 석 자도 잊고 사는 그녀들을 위한 위로의 랩소디이자, 찬란한 미래를 기원하는 축배와도 같은 소설이다. 



<< 출판사 서평 >>


“사랑의 끝이 결혼이라고 누가 그래?”

치열한 현실에 정면으로 마주선 네 여인의 비밀스런 고백

 

그녀들은 말했다. 웃기 위해 결혼했는데, 살다보니 울 일이 더 많더라고. 마음은 아직 풋풋한 스무 살 그대로인데 어느 순간 눈 떠보니 ‘누구의 아내’ 혹은 ‘누구누구 엄마’로 불리고 있더라고. 대한민국에서 아내, 주부, 아줌마란 이름으로 산다는 건, 망망대해 위 방향 잃은 부표처럼 둥둥 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 


결혼 후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지아는, 몇 년 전 뇌 수술을 한 후 기적적으로 살아나 두 딸만 바라보며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남자로부터 ‘대학 때 3년간 사귀던 첫사랑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기 위해’ 다른 남자의 흔적을 찾아 나선 지아. 그 아이러니컬한 여정의 끝에 맞닥뜨린 것은 놀랍게도 다름 아닌 남편의 존재!


수정은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지만 17개월 된 딸 지수와 넉 달 안 된 쌍둥이 아들들 때문에 처절한 육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같이 사는 남자는 섹스할 때조차 자동차세를 걱정하는, 배려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남자다. 그녀의 목표는 모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는 화려한 복귀! 베이비시터마저 외면해버린 극강의 현실 속에서 과연 재취업 프로젝트를 성공해낼 수 있을까? 


한때 국민요정 아이돌이던 소영은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생계형 연예인이다. 이혼 후 혼자 키우는 딸 다은이를 위해 행사 진행, 곁다리 출연 등 어떤 일도 마다않고 열심이다. 먹고사는 일이 지상 최대 과제인 그녀에게 남자란 사치 혹은 의심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명품백을 카피해서 팔았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경찰서까지 가게 되는데…. 딸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영,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와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한 남자. 과연 그가 내미는 손을 잡아도 될 것인가? 


임신 중인 푸드스타일리스트 해밀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인사다. 날씬한 몸매와 세련된 이미지 덕에 유명 의류 브랜드의 모델로 활약했고, 뭇 여성들이 선망하는 소위 ‘다 가진 여자’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남편만큼은 좀체 그녀를 바라봐주질 않는다. 다른 여자의 흔적을 자꾸만 집안까지 끌어들이는 남편, 그리고 그 빈자리를 대신하듯 살갑게 다가와 그녀를 챙기는 ‘이 여사’라는 존재. 이 지옥 같은 삶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한 그녀의 손에 쥐어진 갈색 액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결혼을 앞둔 당신에게, 결혼을 되돌릴 수 없는 당신에게 

꼭 한 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소설의 제목 ‘클라리 세이지’는 허브의 한 종류로, 향이 깊고 부드러워 마음의 안정을 돕고 피로를 달래주는 식물이다. 통통 튀는 문체가 매력적인 신예 고선미 작가는, 결혼한 네 여인들의 비밀 이야기를 비단보자기 풀어놓듯 조심스레 들려준다. 전혀 낯설지 않은 네 개의 이야기는 각각의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클라리 세이지’라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성에게 좋은 클라리 세이지의 향처럼 깊고 은은하게 결혼한 여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이 책은, 우아한 삶을 꿈꿨지만 매순간 우악스러운 현실에 치여 자신의 이름 석 자도 잊고 사는 그녀들을 위한 위로의 랩소디이자, 찬란한 미래를 응원하는 축배와도 같은 소설이다. 



<< 저자 소개 >>


고 선 미 

결혼한 여인들은 조용히 말했다. 결혼하면 웃고 살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울고 사는 일이 많았다고. 분명 ‘아줌마’가아닌데, 어느 순간 ‘아줌마’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아이를 낳아서 유치원이라도 보낼 만해지니 갑자기 ‘어머님’이 돼버렸다고. 그저 단순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예쁘게 살고 싶었는데 왜 삶은 복잡하고 어수선해지기만 했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낯설고 힘들어했다. 때론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남편과 사회의 도전에 맞닥뜨렸다고 말했다.


아내, 주부, 엄마…. 그런 그녀들의 고단함을 알아주고 싶었다. 이 책은, 한때는 서태지에 열광하던 신세대였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첨단 기기에 능숙해 신세대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하지만 지금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된 여인들의 이야기다. 쏟아지는 분주함과 충격들을 자기 안으로 견뎌내며 살아가는 그녀들을 위한 작은 위로다. 


* 지은이 고선미는 1973년 8월생으로, 《클라리 세이지》는 그녀의 첫 소설이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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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4. 12:40





<< 출판사 서평 >>


‘인육판매업자 오원츈’이란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집안의 가장이 그러하듯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실상은 국민에게 의무만을 강요할 뿐 서민이 범죄피해를 당했을 땐 외면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이 책의 첫 장은 ‘대한민국 국민은 살육되어 인육으로 소비된다’이다. 매우 논란의 소지가 많은 문구임엔 틀림없다. 얼마나 ‘인육’을 확신하기에 이런 문구를 넣었나하고…



<< 오원춘 사건의 세부사항 >>


 얘기에 앞서 우선 수원 토막살인 사건의 숨겨진 실상을 보아야만 한다. 무턱대고 거짓말만 밥 먹듯 하는 오원춘의 주장을 근거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오원춘은 피해여성이 괴로울까봐 목을 졸라 살해한 후 몸을 토막 냈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다. 매우 고통스럽게 고문하듯 살해했음이 정황상 분명하다. 사건현장에 피한방울 튀기지 않고 400조각 가까이 살을 썰어 비닐에 담는 작업을 한 것으로 봐선 최소한 피해자의 심장이 뛰고 있을 때 도륙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사후경직(죽은 지 2시간이 지나면 몸이 굳는 사후 경직이 일어난다.)으로 인해 피를 뽑기가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심장의 펌프질이 있다면 피는 굳지 않고 순환한다. 다시 말해 작업이 쉬워진다는 얘기다.(피는 액체이면서도 순환하지 않으면 굳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또한 경찰의 발표대로 피해여성의 몸이 대부분 그대로 있었다면 과연 사라진 부분은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경찰은 그곳이 어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분명 중요장기인 간이나 심장 콩팥이었다면 숨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사라진 부분이 무게가 적게 나가면서 동시에 밝히기 매우 까다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를 참고로 소설에선 여성의 음부를 즐겨 먹는 오원춘을 그렸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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