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2014. 4. 16. 13:59




당신은 아직 제주도에 갈 준비가 안 되었다


제주도로 이주하고 싶은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운영하는 <제주살기>라는 누리집을 찾을 수 있다. 제주도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제주‘도’ 차원에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공간을 웹상에 꾸린 것이다. 주거 문제부터 취업, 육아, 문화, 교육, 건강 정보는 물론, 귀농, 창업, 문화 예술 등 분야별로 정착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수록했고, 관련 커뮤니티 등도 꼼꼼히 소개한다.


제주도처럼 아니 제주도만큼 어느 한 지역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왜 이렇게 제주도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제주도 이주가 삶의 해답일까? 과연 삶에 해답이 있을까? 이 책의 지은이 오동명은 이런 질문에 하나씩 답한다. 그 답은 제주도 이주민으로 살았던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와 제주도에서 만난 40여 가족의 이야기 속에 있다. 


물론 딱 떨어지는 명쾌한 해답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여러 사람의 삶에서 단 하나의 해답을 찾기란 어렵기 마련이고, 삶의 해답은 결국 각자의 몫이란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당신에게 하나의 해답을 줄 것이다. ‘당신이 제주도에 갈 준비가 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를.


벗어나고 싶은 곳과 살고 싶은 곳, 그 사이에 섬이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이유로 제주도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하다 보니 너무 좋아서 이주한 사람, 한적하게 살고 싶어 이주한 사람, 갑갑한 도시에서 탈출하듯 이주한 사람, 가족을 따라 이주한 사람,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어 이주한 사람…. 이들 가운데는 제주도를 떠난 사람도 있고, 제주도에 잘 정착해서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지은이는 단지 남 얘기하듯 전하지는 않는다. 


지은이 자신 역시 겪는 삶의 문제이자 사람의 문제라서 그런지 때로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때로는 부러운 시선으로 이야기 하나하나를 들려준다. ‘제주도에서 할 것 없겠어?’ 하고 무작정 제주도로 이주하여 괴로운 나날을 살아가는 J의 모습을, 또 수년간 제주도를 공부하고 이주를 준비하여 제주도에서 잘 살아가는 H의 모습을 듣노라면, 우리는 그들에게서 각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생채기가 덧나지 않도록 바르는 따끔한 소독약처럼,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미 알고 있는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꼬집는다. 지은이의 말처럼, “의미 있는 삶에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벗어나고 싶은 곳과 살고 싶은 곳,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직시할 때, 비로소 제주도가 손짓할 것이다.


여행은 삶이다, 그러나 삶은 여행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제주도에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계획하는 일이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게스트하우스만 400개 이상 있다고 한다. 지도를 펴놓고 제주도를 열 개의 구역으로 나눈 뒤 구역 하나당 점을 40개씩 찍어보면 400개라는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금방 알 수 있다. 더구나 제주도 한가운데 솟아오른 한라산과 복잡한 제주 시내를 제외하고 나면, 게스트하우스들 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 짐작이 된다. 


때문에 의욕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가 낭패를 본 이주자들이 다시 되팔려고 내놓은 곳이 많다고 한다. 소위 “눈 먼 외지인”을 기다리는 게스트하우스들이다. 어떤 삶을 원하든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것 또한 엄연한 삶이다. 과거에는 유배지였으며, 근현대사를 지나는 동안에는 피로 물든 한 맺힌 역사가 있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것을 2박 3일 여행으로 여기지 말라고 지은이는 당부한다.


“대부분 살림집을 겸한 자그마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차립니다. 제주도를 즐기면서도 적당한 수입도 기대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 이들 중 상당수가 1, 2년 사이에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되팔려고 내놓습니다. … 투자한 본전 생각에 상황은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내놓는 가격은 오히려 올라만 갑니다. 성급하고 눈먼 또 다른 외지인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제주도를 위하여

이 책은 40여 가족이 넘는 제주도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가볍지 않는 내용으로 담아냈다. 이들의 참으로 다양한 사연과 지은이의 이야기를 버무려 읽다 보면 또 다른 재미도 발견하게 된다. “안고라주젠마씸(안 가르쳐주겠다)”, “괸당(가까운 친척)”, “모살(모래)” 등 제주도 사투리와 “죽어지는 세(연세)”, “입도세(제주도 이주에 따르는 대가)”, “육지것”, “섬것” 등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가 빚어낸 말을 읽어가는 재미가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화산섬인 제주도에는 당연히 화산석이 많다. 


그런데 송이와 삼나무도 많다는데 왜 그런 것일까?’처럼 제주도의 특징적인 환경이나 생활 문화에 대한 글을 본문 중간중간에 정리해두었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직접 그린 그림과 찍은 사진은 물론, 정성 들여 깎은 돌판화를 글과 같이 감상하다 보면, 지은이의 말처럼 “아름다운 구속의 섬, 제주도”가 문득 좀 더 넓고 깊어진 모습으로 눈앞에 그려진다.


지은이 오동명 

제일기획을 거쳐《국민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로 오랫동안 일하며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의 길을 따라 걸었다. 이후 언론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만 하기에 앞서>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남긴 뒤 언론사 그리고 서울을 떠났다. 마흔 초반까지 타인을 의식하며 쌓았던 모든 이력을 버린 대신 스스로 행복해지는 삶을 찾아 살고 있다. 춘천과 홍천, 대전 그리고 제주도를 거쳐 현재는 지리산 자락에 머물며 날마다 새로운 꿈들을 꾸고 그것을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그 꿈은 10대나 20대 때와는 달리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소망들이다. 글을 쓰고, 틈틈이 돌 도장을 파서 지인들에게 선물도 하며, 환갑 때 첫 전시회를 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충남대학교와 전북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제주대학교에서 신문학원론을 가르쳤고, 한국기자상(출판 부문, 1998), 민주시민언론상(특별상, 1999)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부모로 산다는 것》 외에도 《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 《사랑의 승자》, 《오동명의 보도사진 강의》 등이 있고, 아들이 쓴《꽃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삽화를 그렸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
신간소개 2013. 12. 12. 02:30




" 내 삶에 행복한 변화를 안겨주는 관계의 지혜 " 

한국 최고의 심리상담 전문가 

장성숙 교수가 전하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  



인기 드라마나 예능 토크쇼에 ‘시월드’, ‘처월드’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명절 직후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이혼율이 증가한다는 통계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 간의 관계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인 60% 이상이 직장부적응 문제를 겪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상사와 동료 간의 갈등으로 인한 ‘관계 문제’를 1순위로 꼽는다. 이렇게 삶의 현장에서 심리적인 고통과 갈등 원인을 찾아보면 대개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관계를 떠나 딱히 다른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한 법.

  

지금 이순간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부모, 친구, 이성, 상사 등 관계 속에서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올바른 관계 형성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  가까운 사람이 당신을 가장 아프게 한다!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를 공감해주면 당장 위안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당사자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냉철하게 조언을 해 줄 필요가 있다. 


가톨릭대 심리학과 상담 전공 교수인 저자는 30년 이상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접해 왔다. 상담을 진행해 보면 외국과는 달리 한국인들은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야기한 현실 상황까지 해결되기를 원하는 간절함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리적인 접근 방식 이상으로 사람들의 행동이 일어난 배경을 이해하고, 사회적 기준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때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마음을 찌르는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적성 때문에 직업을 바꾸고 싶다고 고민하는 40대 남자에게 저자는 현실에 바탕을 둔 문제의 원인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직업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그는 사실 내성적 성격이라 사람들을 피하게 되면서 직장 생활이 불편해진 것이다. 저자는 그의 문제가 ‘적성’이 아니라 ‘관계’로 인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사람들은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면서 자신의 고통을 포장하지만 결국은 타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해 빚어진 극단적인 이기심이 원인일 때가 많다. 결국 좌절하고 상처받아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거나 서둘러 관계를 끝내 버리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내 삶의 공간에서 부딪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들을 찾는데 근본적인 도움을 준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학교에서 자녀가 왕따를 당하고 있을 때, 가정에 경제적 시련이 닥쳤을 때, 직장에서 줄서기 등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속시원한 해법을 내놓으며,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고 관계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이 책은 극단적 사례에 가슴을 쓸어내리게도 하지만 어쩌면 무딘 가슴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얽혀있는 관계들을 풀어가는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  인생이 행복해 지는 한걸음, ‘사람에게 다가가기’


과거에는 ‘정신병자’를 치료하던 심리학자들이 이제는 ‘일반인’을 치료한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이 정신적인 아픔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만큼 주변에서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TV 속 막장 드라마를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시대는 무엇보다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으면 문제에 부딪칠 때 해결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관계의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차근차근 제시하고 있다. 


어쩌면 젊은 세대에게는 진부하다고 치부될 수 있는 옳고 그름의 이야기가 세대의 관계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오히려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들 것이다. 


저자 역시 개인 상담과 집단상담 통해 만난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랄한 질문과 파고듦을 통해 눈물, 콧물을 흘리며 가슴 한 구석에 자리했던 온갖 멍울들이 풀어지는 경험을 한다.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며느리 생각에 자신의 슬픔을 참았던 노모의 이야기는 정신 건강을 위해 솔직한 감정 표현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심리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때로는 슬픔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상대의 감정을 먼저 헤아리고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마음이 상대를 더 감싸줄 수 있는 위로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주변 상황은 아랑곳없이 '나의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에 감정의 절제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일화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자신감 부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자신감 부족의 해결방법을 막연하고 모호한 대답 대신 '말을 하라'는 구체적인 미션을 통해 자신감을 향상시켜 나가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이 느끼거나 생각한 바를 그때그때 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거부당하는 것에 개의치 않아야 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가 말에서 비롯된다고 보면 말하는 법도 제대로 익혀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만들어가는 다름 아닌 '관계'이기 때문이다. 



◎ 한국 최고의 심리 상담가가 전하는 관계 치유 에세이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심리상담을 가르치는 장성숙 교수는 한국적 상담의 대가로 일컬어진다. 병리적인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서양문화의 심리 상담과 달리 우리나라는 개인보다는 전체 혹은 관계가 우선시 되는 문화로 상담자를 어른으로 인식하고, 상담자에게 찾아올 때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호소한다.  국내 대학에서 임상이나 상담을 가르치는 교수 중 가장 많은 상담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담 사례를 경험하면서 몸소 체득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람 아낄 줄 안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한다. 우리가 기쁨을 느끼는 것도 사람을 통해서고, 고통을 느끼는 것도 사람을 통해서다. 사람들은 대개 얽힌 관계를 회피하거나 사람과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탓하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몸짓일 것이다. 그것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 지은이 소개 >>


장 성 숙    

현재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상담 전공 교수이며, 극동상담심리연구원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던 그녀는 2학년 때 메리놀회 미국인 신부가 개최하는 집단 상담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활동하면서 서양 문화에 기초한 상담접근들이 동양권인 우리 문화나 토양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상담접근법으로 ‘현실역동상담’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30년 이상 상담활동을 하는 동안 ‘장칼’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학회 사례 모임에서 깊이 있는 지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현재 냉철하기로 유명한 철쭉님과 함께 집단 상담을 진행해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저서로는《그래도 사람이 좋다》《무엇이 사람보다 소중하리》《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등이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
신간소개 2013. 12. 11. 08:17



사람들은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태곳적 마음의 고향으로 떠나는 시적·철학적 생태에세이 


영화〈솔라리스〉에서 지구를 떠난 과학자들은 통풍구 앞에 붙여놓은 종이테이프의 펄럭이는 소리로 향수병을 달랜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듯한 소리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작가 브루스 채트윈은 요람을 흔들며 엄마들이 내는 쉬이∼ 소리가 아이를 잠재우는 데 효과가 있는 건 이 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와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태곳적 인간 삶의 보호막이자 밤의 피난처였던 나무와 숲은 수백만 년이 흐른 지금까지 모성의 이미지로 우리 유전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삶의 원초적 감성을 자극하고 더 큰 자연과 공명하며 사는 지혜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매혹하는 나무에게 인간이 품는 특별한 애정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수목인간》은 우리가 오랜 세월 깃들여 살아온 나무의 가치를 역사적·철학적·생태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구 생명의 요람이자 공존·공생·성숙·포용 등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존재로서 우리 곁을 지켜온 나무를 통해 뻗은 사유의 가지를 14개의 장으로 펼쳐낸다. 


여기에 정현종, 허만하, 백석, 오규원, 파블로 네루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등 저자가 사유의 길잡이로 삼은 시인들의 시 마흔여섯 편을 소개함으로써 시인의 참신한 시선에 포착된 인간과 자연, 그 새로운 관계의 미학을 감상해보길 권하고 있다. ‘수목인간’은 지구생물계의 꽃인 나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책임의 삶, 공조共助의 문화, 지속가능한 혁신의 길을 모색해온 저자가 자연의 한 매듭으로서밖에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의 생존 조건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저자는 생태맹生態盲에 빠진 우리 시대의 자연관에 일침을 가하고 소비자본주의에 물든 삶의 형태를 바꿔야 함을 이 책 전체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여전히 자연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한때 자연을 정복했다고 믿은 오만함은 기후변화를 비롯한 각종 자연 재앙과 생태 위기 앞에서 무력함으로 변한 지 오래다.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요청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너무나 미약한 존재로서 인간이 자연 앞에서 느꼈던 경이와 겸허의 태도는 아닐까. 자연과의 공존·공생을 지향하는 생태학적 사고 전환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적 성찰과 번뜩이는 예지, 투명한 시의 언어로 빚어낸 사유의 풍경 속에서 나무와 마주한 저자가 펼쳐내는 생태평화의 길이 이러한 태도 변화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인간은 수목인간이다


인간은 수목에 감싸인 채, 의존한 채, 보다 폭넓게는 자연에 감싸인 채, 의존한 채 살아왔고 살아갈 운명 속에 있다. 인류의 생물학적 생존, 물질적 생존, 정신적 생존이 나무와의 오랜 공존 속에서 이루어져왔음을 우리가 모르지 않는바, 우리 모두를 ‘수목인간Homo Arboris’이라 호명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자연에 의존하지 않은 인간이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다. 이는 단순히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자연은 본질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목인간’이란 나무와 나무를 둘러싼 더 큰 자연과 분리되지 않은 인간 그대로를 드러내는 말이다. 더불어 타 생물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공생할 줄 아는 나무의 미덕을 지닌 인간상을 지향하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는 모든 것이 이 한 단어 속에 녹아 있다. 인간은 수목인간이다. 이보다 더 명징하게 지구라는 큰 생명 안에 살아온 인간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나무에게서 인간다움의 가치를 발견하다


나무는 성숙하는 일이 실제로 발상함을 당신 눈에 보여주네 / 꽃이 터지고 이윽고 시듦을 / 그늘이 태양의 속도에 따라 제 몸을 뒤틂을

                                                        -로셸 매스,〈전언을 기다리며〉에서

 

인류사는 문명화 과정 중에 사용한 이기利器의 재료에 따라 석기, 청동기, 철기 등의 시대로 구분된다. 그런데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재료는 아니지만 인류가 오랜 시간 가장 중요하게 사용해온 물질이 있다. 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가 19세기 이전의 모든 문명은 ‘나무의 자국’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인류는 오랜 시간 나무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 살아왔다. 철기나 청동기와 달리 자연 상태에서 바로 구할 수 있었던 나무는 유용한 가재도구를 비롯해서 정착생활에 필요한 농기구나 거주 공간인 집, 마차와 같은 이동 수단, 악기를 만드는 재료로서 인간의 문명화에 큰 기여를 했다.


이 책의 1부 ‘나무에 깃들여 산다는 것’에서 저자는 나무와 한 몸 되어 살아온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우리 삶의 기반을 이루며 인지하지 못할 만큼 가까이에서 우리 곁을 지켜온 나무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그런데 나무의 소중함은 나무가 우리 삶에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무는 인간에게 인간다움의 가치를 일깨우는 특별한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위로 솟아 옆으로 퍼지는’ 나무의 생태에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기 삶을 드높이면서도 타인을 향해 뻗어나가는 자기 초월성을 발견하는가 하면, 여러 존재들을 품고 살아가는 나무에게서 고대 로마인들이 인간다움의 준거점으로 삼았던 ‘피에타스pietas’의 현현을 보기도 한다. 피에타스란 공동체와 부모에 대한 의무감을 뜻하는데, 이러한 책임은 ‘나’에 갇힌 삶에서 벗어나 우리의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윤노빈과 훔볼트가 인간 존재의 목적을 나무의 생태에 비교해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40∼41쪽)


저자는 또한 집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이코필리아oikophilia의 진정한 실천을 나무를 통해 확인하기도 한다.(60쪽) 고대인들에게 집은 오늘날처럼 사사로운 삶이 일어나는 내폐적內閉的 공간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집은 집을 둘러싼 타자들과 맺는 관계와 사랑 속에서 확장된다.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정현종,〈나무에 깃들여〉)인 나무는 다른 존재들을 품고 오이코필리아 본래의 의미를 실천해온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이처럼 나무의 생태를 통해 인간다움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저자는 지구생태계 속에서 여타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 삶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1부를 통해 깊이 성찰한다. 



나무라는 기적이 일으킨 지구 생명의 역사


저, 잿빛 나무를 보라. 하늘이 / 나무의 섬유질 속을 달려 땅에 닿았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사물의 맥락〉에서 


약 27억 년 전 지구에 생명의 기적을 불러온 미소생물이 바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자기 증식 능력을 갖추고 광합성 활동의 부산물로 산소를 배출하기 시작한 시아노박테리아가 그것이다. 육상 식물의 선조 격인 이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지구는 점차 다양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은하계 유일의 행성으로 변모해갔다. 이 책의 2부 ‘나무의 에콜로지와 지속가능한 미래’에서 저자는 나무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그 생명 활동을 지구적 차원에서 조명하며 나무의 생태학적 가치와 숲 복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나무가 지구에서 행한 기적의 핵심은 광합성 활동에 있다. 이에 대해 제12차 세계 광합성 회의에서는 뻔한 과학적 정의 대신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렸다. “매일같이 우리에게 빵과 와인을, 우리가 들이쉬는 산소를 주고, 우리가 아는 그 모든 생명들을 참 간단하게도 지탱시키는 식물의 기적.”(170쪽) 약 8분 동안 1억 5,000만 킬로미터를 달려온 태양에너지를 고작 수초 만에 지구 생물을 먹여 살리는 화학적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이 놀라운 활동에 걸맞은 정의이다. 


나무는 또한 그를 둘러싼 더 큰 자연과 공명하며 혹은 “에로스의 춤”을 추며 지구의 생화학적 과정을 혁신하고 지구 생물권을 풍요롭게 하는 데도 일조했다.(163쪽) “나무의 내부가 새로운 바깥이 되는”(허만하,〈나무를 위한 에스키스〉) 그 기나긴 과정이 지구 생명의 역사와 겹쳐져 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생명을 선사해준 존재. 이런 귀한 존재가 어떻게 우리 곁에 존재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기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녹색의 귀한 광맥”(프랑시스 퐁주,〈동물과 식물〉에서)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좀 더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나무가 앞으로도 본연의 삶을 통해 지구생태계를 풍요롭고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말이다. 



진정한 평화는 생태평화에 있다 


어린 꽃이여― 내 만일 네가 무엇인지를, 뿌리까지 모두 속속들이 /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면 / 나는 신이 그리고 인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련만

                                  -앨프리드 테니슨,〈갈라진 벽 틈에 피어난 꽃 한 송이〉에서


우주 만유를 뜻하는 삼라森羅는 나무들이 끝도 없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모습을 그린 삼森에 ‘벌여놓다’라는 뜻의 라羅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무서우리만치 엄숙한 감정을 뜻하는 삼엄森嚴 또한 숲에서 연유한 단어다. 우리에게 무한한 우주 그 자체이자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던 존재, 그런데 이성과 기술과 자본이 세계를 지배하면서부터 숲은 야생의 생기를 잃고 이런저런 생물자원이 군집해 있는 장소로 변해버렸다. 미개발지, 미개척지, 자원 매장지가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숲이고 이를 우리가 필요한 만큼 이용해도 된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몰랐을까? 자본주의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한 19세기에 이미 일부 임학자들 사이에서는 자연의 한계를 지적하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숲의 재생 기능과 사이클을 고려해 그에 맞는 임산물의 양을 조절·유지해야 한다는 ‘보속수확保續收穫’이라는 개념도 이때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이 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지연시켜버렸다. 그 결과 자연에 대한 약탈은 오늘날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일례로 숲의 무분별한 남벌이 원인이 된 1998년 중국의 대홍수는 무려 중국 인구의 20퍼센트인 2억 4,000만 명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저자는 숲의 파괴는 곧 삼중의 파괴라고 말한다. 숲에 사는 생물종과 생태계의 파괴 그리고 그것들이 공동으로 수행해온 생태학적 서비스의 파괴, 마지막으로 숲과 인류가 오래도록 관계 맺어온 감성의 파괴가 그것이다.(149쪽) 그는 무한정한 확대·발전·성장이라는 낡은 이념을 버리고 지속가능한 생태평화okopax라는 새로운 삶과 경제를 이제는 받아들일 때라고 역설한다. 

생태평화란 타 생물종과 서식지, 생물다양성의 보호가 인류의 삶과 문명의 보호와 직결된다는 사실, 자연의 존속 없이는 인간의 경제적인 삶, 생물로서의 삶 역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 체화하고 생태계 보호 활동을 삶과 경제 활동의 필수 사항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주디스 라이트의 시〈숲〉의 마지막 구절처럼 저자는 이러한 요청의 원천지가 어쩌면 숲 자신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조건 없는 애정을 베풀어온 존재가 우리에게 보내는 이 요청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탐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아 / 더 이름 붙이고 더 알 것들이 있어 / 내가 모은 꽃들 말고도 / 결코 시들지 않을 것― / 그 꽃들을 자라게 하는 원천인 진리가 있어

                                                                  -주디스 라이트,〈숲〉에서


지은이_우석영

1972년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골집 울안에 있던 감나무가 신기해 많이 올려다봤다. 나뭇가지에서 눈 녹아내리는 소리에 처음 봄을 알았고, 포도나무의 포도알에서 처음 여름을 알아챘다. 


가을을 가르쳐준 건 대추나무에 달린 붉은 대추알 빛, 모든 걸 버리고 십자가처럼 서 있던 감나무에서 겨울을 배웠다. 젊은 날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나무가 그리워 산을 찾아다녔다. 젊음의 불안과 열기를 다스려준 것도 차나무의 잎이었다. 나무에 대한 오랜 사랑을 풀어내며 이 책을 쓴 것도 마호가니 책상 위, 책을 쓸 때 영감을 선사해준 것도 창밖 너머 표범나무였다.  


연세대학교, 시드니 대학교 대학원,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대학원에서는 심미적 창조성의 존재론을 연구했다. 철학?사회학 연구자이자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과 사회정의, 환경철학, 문명론, 심미적 창조성 등의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녹색당 선언》에 참여했고, 저서로는《낱말의 우주―말에 숨은 그림, 오늘을 되묻는 철학》이 있으며, 역서로《페어푸드》,《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등이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
신간소개 2013. 12. 9. 15:51



  • - 영화 ‘각설탕’을 떠올리게 하는 말과 그녀의 감동 스토리 
    - 말과의 여러 에피소드가 담긴 최초 승마에세이
말을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저자 김인선이 승마에세이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닐고 있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 김인선이 말과 함께한 10년간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그녀가 승마의 여정에서 만난 말과 사람, 사랑과 우정, 이별과 아픔, 희망과 치유의 이야기가 풍요롭게 담겨 있다. 

그녀가 승마에 빠지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말들과의 만남, 말과 함께 지내면서 생긴 에피소드, 말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치유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 말에 관련된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글들이 분위기 있는 말들의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어 읽을거리에 더하여 보는 재미도 더해준다. 

특히 말을 사랑하는 저자의 모습은 말을 소재로 하여 흥행한 영화 ‘각설탕’의 여주인공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며, 책 속에 나오는 ‘바람이’(말 이름)와 ‘케이’(말 이름)의 이야기는 ‘각설탕’의 ‘천둥이’ 모습을 떠오르게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따뜻함을 더해 줄 것 같다. 

저자는 “누구라도 자신이 현재 맞닥뜨린 불행한 운명도 반가운 손님으로 여기고 끌어안으면 불청객 손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일을 벗고 행운의 선물을 건네준다. 그 선물은 삶의 보물을 찾아낼 수 있는 열쇠이다. 나에게 말은 선물이었고 나는 지금도 말과 함께 삶의 보물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는 중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10년의 세월을 말과 함께 지내면서 아픈 말을 돌보기 위해 불철주야 밤을 새우기도 하고, 사랑하는 말을 떠나보내면서 아픈 과정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아픔 속에서 행운의 선물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은 말의 새로운 세계와 생명의 소중함, 더하여 우리 인생의 소중함 또한 생각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책과 저자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저자가 운영하는 승마블로그 ‘알팔파 앤 티모시’(horsesmile.tistory.com)를 방문하면 된다.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닐고 있다>는 인터넷 서점 예스24, 교보문고, 인터파크 도서, 반디앤루니스, 알라딘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
신간소개 2013. 12. 6. 06:30



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심리 에세이



여자도 모르고, 남자 역시 잘 몰랐던 남자 이야기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포착해온 소설가이자 『사람 풍경』『천 개의 공감』『만 가지 행동』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고의 심리 에세이스트인 김형경 작가가 이번엔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남자들, 신화와 소설에서 만나는 남자들의 내밀하면서도 찌질하고,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외로운 인간의 모습을 만나고 그를 위로하게 된다. 여자들이 잘 모르는, 남자들 스스로도 잘 몰랐던 남자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반씩을 채우고 있으면서도 온전한 하나를 이루지 못했던 남자와 여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활짝 열게 될 것이다. 


남자, 당신은 누구십니까


남자와 여자는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또는 그저 아는 사람, 스쳐지나가는 사람 등 어떤 식으로든 늘 옆에 있고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서로를 탓하고, 한편으로는 서로에게 사랑과 위안을 갈구한다. 어쩌면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더욱더 서로를 알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할까? 남자들은 왜 중요한 순간에 여자를 버리고 도망칠까? 남자들은 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까? 남자들은 왜 자동차의 작은 흠집에도 그토록 흥분할까? 남자들은 왜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할까? 남자들은 왜 여자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남자들은 왜…… 이렇듯 남자들에 대한 일상의 의문들은 끊이질 않고 잘 풀리지도 않는다. 


남자,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아마 여자들은 평생을 살아도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지 모른다. “남자로도 살아보고 여자로도 살아봤던”(155면) 그리스신화 속 테이레시아스나 알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날카롭고도 유쾌한 시선으로 주변의 사례와 진솔한 경험담을 나누며, 남자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한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인 동시에 자신을 들여다보는 의미있는 과정이 되길 응원한다. 


술을 따라주는 것이 안부를 묻는 일이고, 술잔을 서로 부딪치면서 상대를 위로하고, 각자 자기 잔의 술을 마시면서 슬픔을 느낀다. 술자리에 마주앉기, 함께 술 마시기, 함께 취하기,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남자는 위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는 말을 할 줄 모르고, 상대방을 감싸안아 편안하게 해주는 행동을 할 줄 모른다. 술자리는 그 자체로 남자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그들은 슬프다고 말하는 대신 술을 마시고, 기쁘다고 말하는 대신 노래방에 가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른다. 우리나라 특산품인 ‘폭탄주’의 이름은 그 술잔을 돌릴 때 남자들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훌륭한 은유이다. (98~99면)


남자들은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언어를 사용하기 좋아하면서 자기들의 언어가 여자들의 것보다 우월하다고 여긴다. 자기들의 언어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데 반해 여자들의 언어는 산만하고 무질서하다고 폄하한다. 남자들이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진짜 이유가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서 듣고 싶어하는 말은 부드러운 위로와 사랑의 말일 것이다. (102면) 


남녀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김형경의 조언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남자의 관계, 열정, 부정적 감정, 변화를 키워드로 삼아 남자의 마음속 이모저모를 들여다보고 이를 바탕으로 남녀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1부 ‘남자의 관계 맺기’는 남자들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하는 성격과 성향이 성인이 된 후의 관계 맺기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룬다. 어머니와의 애착관계가 이후 남자들이 맺는 친밀한 관계의 원형으로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을 살피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경쟁심과 남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의 근원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2부 ‘남자의 열정 사용법’은 남자들이 생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다룬다. 여성들은 친밀한 관계에서 자신의 리비도의 대부분을 남자에게 투여하지만, 내면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 불안을 느끼는 남자들은 대신 술과 자동차, 혹은 사물들에 자신의 리비도를 분산해서 투자하기를 즐기는 것. 또한 남성들에게 모든 감정과 욕구를 해결하는 유일한 창구인 ‘섹스’에 대한 고찰과, 욕망 그 자체인 남자의 시선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다.


3부 ‘남자의 위험한 감정’은 남자들이 내면에 억압한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감정 영역들을 다룬다. 남자의 충족되지 못한 의존성, 상처받은 나르시시즘이 어떻게 분출되어 관계를 다치게 하는지를 살피고,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외부의 두려운 대상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남자들의 방어기제들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4부 ‘남자의 삶과 변화’는 앞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남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남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함께 고민하며, 여성이 주도해나가는 남녀 관계 변화에 대해 남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그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조화롭게 관계를 맺고 지낼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책에는 문학작품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과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남자들의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어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사례와 참고서적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해박한 심리학적 식견과 특유의 통찰로 남성들의 내면과 남녀 관계를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저자는 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며, 먼저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외롭고 심심하고 속상한 남자와 여자들에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울컥하기도 하고 뜨끔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 책 곳곳에 배어 있는 저자의 따뜻한 통찰은 여성들에게는 남자들에 대한 환상과 오해를 덜어낼 수 있는 기회를, 남자들에게는 자신도 깨닫지 못한 자신의 내면을 깨닫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럼으로써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내 남자, 내 아버지, 동아리 선배, 기러기 아빠 김부장님, 경비 아저씨의 마음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답답하고 복잡했던 남녀 사이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의존성을 버리고 서로가 스스로 어른이 되어가기 위해 한발짝 더 내디딜 수 있게 된다. 


남녀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각자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숙한 생존법, 성격의 왜곡된 측면을 알아차려 각자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면의 불편이 해소되고 관계가 개선된다. 자기 마음이나 행동은 볼 줄 모르면서 상대방을 원망하던 태도가 바로 문제의 핵심이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326면)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대 이름은, 남자


김형경의 신작 에세이 『남자를 위하여』 출간을 계기로 창비에서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재미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본격 ‘(사랑) 싸움 유발’ 설문조사! 남자는 왜?>라는 타이틀로 ‘도무지 알 수 없는 남자 베스트’를 뽑는 이벤트였다. 지난 11월 13~16일, 페이스북(창비,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과 교보문고(영등포점, 종로점, 강남점), 영풍문고(종로점, 김포공항점), 반디앤루니스(종로점) 등 SNS와 대형 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진행된 이벤트에서는 3,500여명의 남녀가 활발하게 참여해 ‘이해할 수 없는 남자 유형’의 순위를 매겼다. (설문 항목에 해당하는 남자들의 사례는 책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남자라면 한두번, 혹은 일곱번 모두 속으로 뜨끔해할 ‘도무지 알 수 없는 남자 베스트 7’의 결과는?



1. 한번 웃어줬더니 자기 좋아하는 줄 착각하는 남자(25%)

2. 수천번 얘기해도 양말 뒤집어 벗어놓는 남자(20%)

3. 여친이랑 길 걸으면서 오만 여자 다 스캔하는 남자(19%)

4. 술만 마시면 구여친 드립하는 남자(14%)

5. 아내가 먼저 승진했다고 속상해하는 남자(8%)

6. 밥 먹으면서 한마디도 안하는 아버지와 아들(8%)

7. 카메라 모으다가 이젠 자전거에 빠진 남자(5%)


설문 결과 1위는 참가자의 25퍼센트가 공감한 ‘한번 웃어줬더니 자기 좋아하는 줄 착각하는 남자’가 뽑혔다. 김형경은 이러한 남자의 심리를 “여자의 유혹에 약하게 진화되어”온 진화심리학과 “남자의 나르시시즘”, 미국 저널리스트 로저 로젠블랫의 저서 등을 통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3부 2장)


“웨이트리스는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니다.” (…) 남자들이 웨이트리스가 웃기만 해도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하여, 주문을 받은 후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와 사랑의 도피행을 꿈꾼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 까페나 식당에 가면 남자 손님들은 주문받으러 온 여종업원의 낯빛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 남자들이 그토록 유혹에 약한 이유는 그들이 치명적 나르시시스트이기 때문이다. (184~85면) 


『사람 풍경』으로 시작된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 에세이들은 표현할 길 없었던 사람들의 복잡한 마음을 간결하고 담담한 언어로 대변하듯 정리해주며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온기가 더해지고 연륜이 깊어지는 그 통찰은 거기에서 배어나오는 여유와 너그러움으로 독자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남자를 위하여』는 주변의 남자들에게 상처받은 여자들,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불편해하는 남자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겪게 될 무수한 고비들을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남자를 위하는 현명한 여자를 위한, 여자를 위하는 진솔한 남자를 위한 책이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