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2013. 12. 3. 09:08



“비관주의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본다.
낙관주의자는 모든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본다.”

혁신적 심리학자로 평가받는 옥스퍼드 대학 교수 일레인 폭스가 밝히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에 대한 새로운 과학, 혁신적 통찰! 

긍정의 무조건적인 주술을 믿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필두로 한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고, 더욱 공고해진 사회 계층의 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품고 도전하면 끝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신화가 되었다. 긍정의 배신이란 화두에 통감하는 이 세대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는 것일까? 현재 옥스퍼드 대학 교수로서 뇌과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 심리학자 일레인 폭스는 《즐거운 뇌, 우울한 뇌(Rainy Brain, Sunny Brain)》를 통해 낙관과 비관의 결정 요인들을 날카롭게 분석함으로써, 긍정주의라는 다른 차원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낙관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최신 연구 결과들이 펼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쉽게 불안에 빠지는 이들이 비관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는 단순한 판단이 얼마나 피상적인 생각이었는지, 뇌의 이야기가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낙관주의와 행복이 그저 불행한 일을 겪지 않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도 말이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낙관과 비관의 관점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우리의 사고방식에 의해 인생의 경험이 결정된다는 새로운 발견 

일레인 폭스는 잘될 사람은 뭘 해도 잘되고 안 되는 사람은 뭘 해도 안 되는 것 같은, 사람들이 보통 ‘운’으로 치부해버리는 일조차 사실은 각자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일련의 결과들이라고 말한다. 뇌는 일반적으로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보다 감정을 통제하는 영역이 먼저 발달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정서 뇌’에 해당한다. ‘정서 뇌’는 크게 부정적 측면을 인식하는 ‘우울한 뇌(rainy brain)’와 긍정적인 측면을 인식하는 ‘즐거운 뇌(sunny brian)’로 구성되는데, 두 체계 사이의 억제와 균형 정도에 따라 주변 세계를 해석하는 다양한 사고방식, 즉 개인의 관점이 탄생한다. 저자는 즐거운 뇌와 우울한 뇌라는 편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기며, 그것이 각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많은 연구 자료를 토대로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유전자와 호르몬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위험에 반응하는 타고난 본능이 그것과 무관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치며, 뇌의 각 영역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등 다양한 연구 자료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짠다.


《즐거운 뇌, 우울한 뇌》에서 일레인 폭스가 밝히고자 하는 것은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즐겁다”는 자기 최면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즐거운 생각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에 관한 과학적인 접근에 가깝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현재 기질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인데, 심리학에서는 일시적인 기분인 ‘상태’와 구분하여, 오랜 시간 유지되는 정서나 사고방식을 ‘기질’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질은 일단 형성되면 웬만한 환경 변화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1989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대학의 브루스 헤디와 알렉산더 웨어링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개인의 성격과 행복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역 주민들을 면담했는데, 연구를 진행할수록 운이 좋은 사람들은 계속 운이 좋고 반대로 실직, 실연 등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은 계속 불행한 일을 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인생의 경험에 따라 사고방식이 변한다기보다는, 유년기부터 형성된 비관과 낙관이라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인생 전반의 경험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사고방식이 우리가 경험하는 인생사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그 양상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낙관주의자인지 비관주의자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한 설문조사를 이용할 수도 있고, ‘뇌기능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영상으로 뇌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뇌 영상 촬영 장치는 뇌 주위의 혈액 흐름을 시각화하여 어느 부위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지 보여준다. 낙관과 비관은 마음의 편향에서부터 비롯된다. 아무리 시끄러운 장소에 있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귀신같이 알아들을 수 있듯,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이를 인지심리학자들은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고 하는데, 뇌가 지금 당장 관련이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나머지는 걸러내는 작용을 말한다. 이러한 과정이 쌓여 가면서 한 개인의 사고방식이 탄생하는 것이다. 


‘즐거운 뇌’와 ‘우울한 뇌’는 어떻게 다른가?
낙관적 현실주의자야말로 진정한 낙관주의자인 이유 

일레인 폭스는 2장 「즐거운 뇌의 장밋빛 전망 : 낙관주의 탐구」와 3장 「비상벨을 울리는 우울한 뇌 : 두려움이 낙관주의를 방해하는 이유」에 걸쳐 다양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즐거운 뇌와 우울한 뇌의 의사소통 과정을 분석한다. 즐거운 뇌는 눈 바로 위 오른쪽에 자리한 이마앞엽의 특정한 영역에 있는 뉴런들과 연결 고리를 형성한 NAcc의 뉴런들로 이루어진다. 가속기와 제동장치처럼 NAcc는 우리를 쾌락을 향해 내몰고, 이마앞엽은 상황을 판단하며 원초적인 충동을 억제한다. 그렇다면 즐거운 뇌의 회로가 낙관주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을까? 저자는 사람들이 그저 막연하게 추측해왔던 사실들을 다양한 연구 사례를 들며 실증적으로 증명해낸다. 머리 피부에 전극들을 붙여 뇌의 전기 활성을 측정해보면, 즐거운 뇌의 회로는 행복과 즐거운 감정, 보상을 얻으려는 욕구에 관여함을 알 수 있다.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의 뇌 활성은 기준선이 다른데, 즐거운 뇌가 발달한 사람들은 긍정적인 것에 다가가는 순간 겉질 중 좌반구의 뇌 회로가 활성을 띤다. 반면 비관주의자는 같은 상황에서 좌반구의 활성이 상당히 낮아 정신과에서는 이를 우울증 환자를 판단하는 표지로 여기기도 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즐거운 뇌가 활성화되면 우리의 인생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명확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즐거운 뇌의 회로는 보상을 가져다주는 것에 계속 집중하게 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중요한 과제에 계속 몰두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행복한 생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접근법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진정한 낙관주의자는 무조건 잘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아니라, 역경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그 문제에 대처할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낙관주의적 태도는 곧 인간의 성공을 부르는데, 아마존닷컴의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 등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우울한 뇌가 불균형하게 작동할 경우, 낙관주의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우울한 뇌와 관련이 있는 응급 뇌는 거미, 뱀 등 우리 선조들이 두려워했던 기본적인 위협에 대해서도 반응하게 한다.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데는 엄지손톱만 한 편도체가 관여하는데, 신경과학자 레이 돌런은 다양한 표정 중 두려워하는 얼굴이 나타났을 때 편도체가 반응하는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혀냈다. 응급 뇌는 위험 관련 정보가 인지되는 순간 경보를 울려 자동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응급 뇌의 핵심에 있는 경보 중추가 지나치게 자주 활성화되면 겉질 영역의 회로와 연결된 우울한 뇌의 나머지 부위들이 예민해지면서 불균형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을 강조하는 편향이 발달할 경우, 부정적인 생각이 반복적으로 나타남으로써 결국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로까지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낙관주의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을까? 
뇌의 가소성의 발견으로 꿈꾸게 된 낙관에 대한 희망 

그런데 낙관과 비관 중 일단 그 방향성이 정해졌으면, 평생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저자는 5장 「유연한 마음 : 뇌의 놀라운 유연성」과 6장 「우리 뇌를 바꾸는 신기술 : 두려움에서 번영으로」를 통해 이에 대한 긍정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유전학에 근거하여 낙관주의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는지 살펴보는데, 성격이 천성 때문인지 양육 때문인지를 따지는 것은 매우 구식에 가까운 편협한 의문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우리의 DNA 서열에 있는 유전형이 머리색이나 키 같은 신체적 특징뿐 아니라, 성격과 정서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후성유전학’은 기근이나 흡연 여부 등의 요소들이 우리 유전자에 각인되어 다음 세대로도 그대로 전달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유전자에서 신경전달의 변화로, 신경 회로의 미세한 조율로, 낙관주의적 성향의 표출로 나아가는 여정은 다른 유전자, 인생의 사건, 후성적 요인을 비롯한 많은 요인들에 영향을 받는, 길고도 복잡한 길이다. 형제 간에 같은 유전형을 갖고 있더라도 그중 어떤 요소가 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유전자의 발현으로 이어지는 능동적인 과정이 없다면 그 잠재력은 평생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나느냐보다는 그중 어느 것이 발현되고 침묵하느냐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소아과 소속 연구진은 산모의 탯줄 혈액에서 세포를 추출해 조사했는데, 그중 산전 우울증을 앓은 산모들의 경우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게 하는 해마의 GR 유전자를 다른 산모들의 경우보다 침묵시킴을 발견했다. 실제로 3개월 뒤 다시 추적 조사했더니 산전 우울증을 겪은 산모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이 훨씬 더 스트레스에 민감했다. 결국 단순히 유전자 또는 환경의 영향이라기보다는, 환경이 우리 유전자를 통해 끼치는 영향에 사람들의 많은 부분이 좌우된다. 


저자는 또 다른 혁신적인 발견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하는데, 바로 인간의 뇌가 유연한 변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약 7세 이후에는 뇌가 유연성을 잃고 발달 방향이 정해진다고 알려져 왔지만, 최근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성질을 일컫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발견이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음악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를 고해상도 MRI로 뇌를 촬영해보았더니 여러 면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음악가는 복잡한 소리를 듣거나 섬세한 근육 운동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컸고, 이들이 연습을 더 많이 할수록 관련 뇌 영역이 더욱 확장됨이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발견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새로운 뇌세포가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대학병원 연구진이 말기 암 환자들이 사망한 뒤에 뇌 조직을 검사한 결과, 환자가 암으로 죽어가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망 직전까지 뇌 세포가 생성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뇌의 가소성에 대한 발견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우울한 뇌에서 즐거운 뇌로 전환함으로써 비관에서 낙관으로 인생관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뇌의 인지적 편향을 변화시키면 인생관 또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인지적 편향을 바꾸기 위해 하루에 15분씩 재교육을 시키는 사례를 소개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정적인 사진과 긍정적인 사진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긍정적인 사진에 먼저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수백, 수만 번 반복하면 마음의 편향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명상이 산만함을 회피하게 만드는 뇌 회로를 강화한다는 사례 또한 흥미롭다. 연구진은 평균 명상 시간이 2만 시간에 이르는 명상의 대가들과 이제 막 명상 수련을 시작한 이들의 뇌를 비교한 결과, 숙련된 명상가들의 뇌에서 주의에 더욱 집중하도록 돕는 이마앞겉질의 뇌 회로가 훨씬 더 활성을 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단지 10주 만이라도 명상 치료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뇌의 모습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모든 낙관주의자가 성공한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즐거운 뇌가 현실주의와 결합할 때 이는 성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행동하는 낙관주의자’가 되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번영을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 하나당 긍정적인 감정 셋이 필요하다는 ‘3대 1’ 비율을 제안하는데, 이는 즐거운 뇌뿐만 아니라 우울한 뇌의 작용 또한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우리에게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즐거운 뇌와 우울한 뇌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와 유전적 조성, 그리고 경험을 통해 굳어진 마음의 편향이 마음 훈련을 통해 재형성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자세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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