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4. 3. 18. 18:04

 

 

[이 책은]

 

대표적인 ‘문화통 기자’로 꼽히는 저널리스트이자 문화평론가 조우석이 소리꾼 장사익, 배우 김미숙, 정목 스님, 고(故) 김열규 교수 등 각자의 자리에서 우직하게 삶을 이끌어온 열두 인물과 만나 풍요로운 인생 담론을 나누었다. 어지러운 세상살이를 버텨낸 뚝심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한 용기까지,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뜨겁고 진솔한 인생 내공을 선사할 것이다.

 

● “이게 사는 건가 싶을 때, 그들을 만났다” ― 열정과 뚝심으로 시대를 살아낸 12인과의 인터뷰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지. 다만 1등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엇보다 ‘나답게’를 목표로 하면 돼. 그게 포인트야.” 삶의 갈피를 놓쳐버린 많은 이들이 ‘멘토’와 ‘힐링’을 찾는 시대에, 국내에서보다 세계에서 더 유명해진 사진작가 김아타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자기만의 뚝심’을 일깨우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문화통 기자’로 꼽히는 저널리스트이자 문화평론가 조우석이 김아타를 포함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2인의 ‘인생 부자들’을 만나 뜨겁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기록을 신간 《인생부자들》으로 엮어 출간했다. 소리꾼 장사익, 시인 문정희와 배우 김미숙, 정목 스님, 한국학자 고(故) 김열규 교수, 만화가 현태준과 광고인 김홍탁, 최근 원서동 공간(空間) 사옥을 매입한 (주)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를 대표하는 다채로운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자기 내면을 열정적으로 탐구하고, 조르바처럼 우직하게 자신의 직관과 본능을 추구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터뷰어 조우석이 이들을 아우른 단어는 ‘인생 부자’다. 돈이 많아 부자도 아니고, 한갓지게 사는 마음부자도 아니다. 그는 솔직한 자기 욕망과 내면에 귀기울여 우직하게 삶을 밀어붙인 사람들, 그래서 우여곡절과 성패(成敗)가 교차하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 덕분에 자연스레 쌓인 인생 내공이 있는 사람들을 ‘인생 부자’라 칭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각자의 삶을 ‘나답게’ 살아 인생의 ‘독립정부’를 구축한 사람들이다. 자연히 직관과 본능으로 야성적인 인생을 살았던,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를 연상할 법하다.

월간 《여성중앙》의 인터뷰 칼럼 ‘행복한 나의 서재’에 3년 간 실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계 인사들과의 인터뷰 중에서 주옥 같은 인생 앤솔로지만을 골라 엮은 신간 《인생부자들》은, 어지러운 세상살이를 버텨낸 뚝심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한 용기까지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뜨겁고 진솔한 인생 내공을 선사할 것이다.

 

● “인생이라는 바다에 던져진 이들이 삶을 견디는 무기” 문정희의 시, 장사익의 노래, 김홍탁의 광고…

 

인생은 고해(苦海)다. 그러나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고, 이기고, 꾸려가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우리 시대의 인생 부자들은 고해를 건너는 자신 만의 무기를 갖고 있다. 시인 문정희는 자신을 “큰 바다에 던져진 바리데기”라고 표현했다. 여고 시절부터 ‘한국의 프랑수아즈 사강’이라고 별명이 붙었을 만큼 시적 재능이 뛰어나 일찍이 미당 서정주의 총애를 받은 그녀지만, 인생은 외로움이었다. 그 외로움이 자신의 시를 격렬하고 웅장하게, 불새처럼 날게 했다고 고백한다.

 

문정희 시인에게 시가 있었다면, 소리꾼 장사익에게는 노래가 있었다. 선린상고를 졸업한 충남 광천 출신의 장사익은 젊은 시절 보험회사와 가구회사 영업사원, 독서실 운영에 카센터 사무장까지 거치며 ‘이게 내 길이 맞나’라는 의구심을 키워왔다. 그러나 군 시절엔 ‘31사단 봄비 아저씨’(김추자의 <봄비>를 기가 막히게 불러 그런 별명이 붙었다)로 이름을 날렸고, 노래가 좋아 직장에 다니면서 낙원상가 근처 음악원엘 기웃거렸다. 그렇게 오래 묵은 갈증이 나이 마흔 다섯에서야 꽃을 피웠다. 첫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내고, 소위 ‘대박’을 쳤던 것이다. 지금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국적으로 노래하는 소리꾼’이라는 이야길 듣는다. ‘나다움’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인 ‘장사익표 노래’를 듣고자 매 공연마다 중장년층 팬이 몰리고, 연일 매진 행렬이 이어진다.

 

국내 최고의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에서 유일한 ‘마스터’ 직함을 받은 광고인 김홍탁에게는 광고, 그 중에서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광고’가 무기다. 그는 광고 좀 아는 사람들에게는 대표적인 광고계 아방가르드로 손꼽힌다. 스타에 의존하는 광고를 멀리하고, 일찌감치 글로벌 광고 무대에 뛰어들었다. 기존 방식의 광고가 쇠퇴하는 지금, 김홍탁의 광고는 디지털, 바이럴(viral), 플랫폼 중심의 크리에이티브 트렌드 최전선을 걷는다. ‘안정’보다 ‘가치’를 선택한 그 결실이 수년간 제일기획이 칸 국제광고제에서 거둔 성과들로 드러나고 있다.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자살의 다리로 악명 높은 마포대교에 ‘밥은 먹었니?’등의 카피를 흘려보내 자살률을 낮추고자 했던 플랫폼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 “싸구려 장난감이 먼지를 털고 나타날 때의 감격, 블루진 재킷을 사 입은 채 잠들 때의 벅찬 자유” ―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된 현태준과 한대수, 시인 류근의 인생 내공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줄 아는 용기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만화가이자 장난감 컬렉터로 유명한 현태준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만화와 장난감에 인생을 건 인물이다. 폐업한다는 소리가 들리는 문방구들을 찾아 전국을 다니며 싸구려 장난감을 수집하고 다니며 감출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고, 풍요로웠던 70-80년대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이 기쁨을 나누기 위해 ‘뽈랄라 수집관’을 열었다. ‘뽀르노+랄라라’의 합성어인 ‘뽈랄라’는 그가 만든 내숭 금지, 인간 본성 회복의 캐치프레이즈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당찬 선언은 ‘인생 부자’로서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물 좀 주소>로 영원한 히피이자 전설의 록커로 자리매김한 가수 한대수 역시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내 노래’를 고수해 온 인물이다. ‘기인’에 가까운 그의 파란만장 인생사는 차치하고서도, 그는 “남에게 생각을 강요하는 건 폭력”이라는 무거운 말을 박장대소 속에 뱉어내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남대문 시장에 가서 거금 7만원을 들여 마음에 쏙 드는 블루진 재킷을 산 다음 엄청 행복해 입은 채로 침대에서 잠을 잤다는 고백을 털어놓을 때엔 특유의 자유분방함에 묘한 웃음이 지어진다. 누구에게나 그런 로망 하나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외부 세계가 아닌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한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인생 행로를 뒤흔든 시인 류근의 인생도 인상적이다. 가수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가로도 유명한 그는 1992년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했으나, 대기업 홍보팀을 거쳐 IT 벤처회사의 CEO를 지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돌연 그가 문단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다들 의아했다. 그러나 ‘조낸’과 ‘시바’가 난무하는 통속적이면서도 심금을 관통하는 절절한 산문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그가 펴낸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는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물리적 허기보다 정신적 허기에 민감했다. 어릴 적부터 내 꿈은 시인이었다. 돌아올 곳에 돌아온 것뿐이다”라는 그의 고백은 답답한 시대에 내린 시원한 소나기처럼 반가운 구석이 있다.

 

● “무수한 실험과 실패를 통해 여기까지 왔다. 내 인생의 레이더망은 나만 볼 수 있는 것”

 ― 기인으로 알려진 김창일 회장의 꿈, 세계가 주목하는 김아타의 내일

2013년 문화계 최대 뉴스 중 하나는 원서동 공간(空間) 사옥의 주인이 바뀐 것이었다. 건축가 김수근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이 건물을 매입한 (주)아라리오의 김창일 회장은 미술계에선 ‘기인’으로, 건축계에선 ‘졸부’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실제 그는 세계 200대 현대미술 컬렉터로 손꼽히는, 씨 킴(CI. Kim)이라는 작가명으로도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비즈니스맨이다. 주변의 오해와 편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조르바적 본능’에 충실해, 자신 만의 ‘레이더망’을 바라보다 ‘발사 버튼’을 누른다. “내 인식과 영감이 만든 레이더망은 아무도 본 적 없는 거예요. 그래서 비록 실패할 지라도 내가 결정하고 판단할 일이에요.” 공간 사옥의 매입도 이렇게 직관적으로 결정됐다. 그가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는 뮤지엄 건립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공간 사옥에 꾸며질 갤러리의 가칭)의 개관과 제주도 뮤지엄으로 곧 구체화될 예정이다.

 

현대미술의 본고장인 뉴욕을 뒤흔든 사진작가 김아타의 인생도 무수한 실험과 실패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는 국내 사진계의 외면을 뒤로 하고, 멋지게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독자적인 사진 철학을 확립하고, 기존의 ‘사진작가’라는 기존의 관념을 부수어버렸다. 알려진 대로 그는 독학으로 사진에 뛰어든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인 <니르바나> 시리즈를 전후해 그는 자신의 이름을 김아타(金我他)로 바꾸었는데 “주어진 조건대로 살지 않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각오”였다. 이후 그는 낡은 통념과 상식의 틀을 무시하는 <해체> 시리즈,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그의 철학을 성숙시킨 <온 에어> 프로젝트(뉴욕 번화가에 사람과 자동차 모두가 사라져버린 분위기를 연출한 작품) 등으로 이어져 현대사진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이번 인터뷰집 《인생부자들》에 소개된 이들의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지금까지의 내적, 외적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때로는 소박하고, 때로는 장대한 꿈과 로망을 언급했다. 우리의 인생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진리는 이들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도전과 열정이 있기에 그들의 ‘오늘’이 더욱 아름답지 않았을까.

 

● “누구나 영혼의 속도가 다르다. 나다운 삶과 죽음을 준비해야” ― 정목 스님의 웰다잉론과 고(故) 김열규 교수가 남긴 생전 마지막 인터뷰

책의 말미를 장식한 인터뷰는 가장 영향력 있는 비구니로 성장한 정목 스님과, 지난 가을 작고한 한국학자 김열규 교수와의 인터뷰이다. 명상 전문 유나방송의 DJ로, 힐링의 메시지를 담아 펴낸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정목은 중학교 졸업식을 한 달 남기고 출가를 결행했다. “삶이 고통스럽거든 강물에게 물어보라”는 싯다르타의 가르침에 완전히 사로잡힌 탓이었다. 평범한 소녀였지만, 나 홀로 있을 때의 적막과 평정, 그 고요함이 주는 행복을 맛보게 되자 “학교는 결코 인생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는다”는 답을 얻었다. 그렇게 불가에 귀의해, 그녀는 병실과 영안실을 다니는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이들을 찾아 위로하는 법사 생활을 해왔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원하는 것, 그것을 지금 당장 하라”는 묵직한 조언은 그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다.

 

죽기 전에 꼭 한번 울음을 남긴다는 백조의 이야기처럼, 예기치 못하게 마지막 인터뷰가 되어버린 한국학자 고(故) 김열규 교수와의 인터뷰는 정목 스님의 메시지와 오버랩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던진다.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해온 김열규 교수는 《월든》의 저자 데이비드 소로처럼 살고자 1991년 낙향해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해왔다. 능소화가 피어 있는 한여름, 그의 자택에서 인터뷰어 조우석과 그는 필경 신선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저는 혼자 있다고 해도 외롭다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홀로 있어도 충분히 자족적인 내가 있기 때문이지요”라던 그의 의연한 고백과, “문학은 고뇌요, 글쓰기는 노동”이라 말하던, ‘문학적 인간’이었던 인간 김열규의 마지막 목소리를 이 책 《인생부자들》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열두 명의 존재들은 복 받은 인생들이다. 그들은 시절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갈망했고, 그 열정에 스스로가 감복한 사람들이다. 지치지 않아 멈추지 않았고, 그 속에서 희열을 배웠고 존재를 깨달았다. 이 박복한 시절에 그마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열두 조르바들의 인생과 철학이 우리 시대 독자들에게 건네는 묵직한 질문에 답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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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직관과 본능이 이끄는 대로 우직하게 갈망한 삶의 고수들을 만나다

 

인터뷰어 조우석

문화의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저널리스트 겸 문화 평론가다.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30년간 《서울신문》, 《문화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음악, 미술, 연극 등 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를 훔쳐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린 덕에 대표적인 ‘문화통 기자’로 꼽혀왔다. 2010년 서울언론인클럽 신문칼럼상, 2008년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았다. 펴낸 책으로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굿바이 클래식》, 《한국사진가론》, 《책의 제국, 책의 언어》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멜랑콜리 즐기기》 등이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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