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2013. 12. 13. 08:00




<< 책 소개 >>


사소하고 하찮은 순간들에 대한 인문학적 재발견!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우두커니 앉아 하는 공상, 틀에 박힌 일상…

이른바 ‘죽여야 할 시간’들에 대한 기발한 해석!


평범한 목요일 오후 4시 45분, 마트 계산대 앞.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참을성 있게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몇몇은 허공을 응시하고, 또 몇몇은 일행과 소곤거린다. 멍하니 공상에 잠긴 이가 있는가 하면, 신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도 있다. (중략) 이렇게 평범한 날에 평범한 마트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풍경. 우리의 의문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순간에, 실제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 <여는 글> 중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토록 의미심장한 각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금껏 천대받던 사소한 일상의 비밀을 파헤치고 동시대의 사회와 정서를 읽는 데 참신하고 특별한 시각을 선사한다. 

_ 리처드 R. 윌크, 인디애나대학교 인류학 교수



지금까지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들’의 비밀을 최초로 밝힌다!


입장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줄을 서 있는 시간,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양치질, 일하다 말고 잠깐 ‘멍을 때리는’ 순간,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하는 공상……. 보통 우리는 이런 순간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이자 지루한 순간들, 그래서 그동안 그 누구도, 심지어 학자들마저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쳤던, 즉 ‘죽은 시간’이라고 치부하는 순간들에 호기심을 갖고 최초로 학문적으로 접근한 엉뚱하고 기발한 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소위 ‘무위(無爲)’나 ‘비사건’으로 표현되는 순간에도 실은 아주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뒤에 숨은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금을 밟지 않고 보도블록 걷기, 노래 한 곡이 끝나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와 같이 자기 혼자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믿는 사적이고 유치하며 비밀스러운 순간들 역시 결코 개인적인 일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으레 하는 행동이고 동시대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무슨 의미가 숨어 있다는 것일까? 스웨덴의 유명한 학자들인 빌리 엔, 오르바르 뢰프그렌 교수는 전 세계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을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와 참고문헌, 관찰, 각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 이면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과 문화?사회적 의미를 분석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사고의 흐름과 잠재력, 그리고 문화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명확한 연구방법도 제시되어 있지 않은 분야인데다, 특별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눈에 보이는 형체도 없는 순간들을 연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자들의 연구방법을 엿보는 것 또한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기다림, 일상적 습관, 공상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


빌리 엔, 오르바르 뢰프그렌 교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을 대표적으로 기다림, 일상, 공상의 범주로 나누고 우리가 그러한 순간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는지, 그저 사적인 행동일 뿐 다른 문화적인 의미는 없는지, 지루하고 의미 없는 순간들은 정말 아무 의미가 없는지 의문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기다림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즉 다른 일로 시간을 때우는지 아니면 더디게 흘러가는 시계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지부터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루하기만 하고 비생산적인 순간이라고 여기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시간과 순서, 공정함의 개념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와 학습이 반영된 행위이며,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다양한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일상적 습관은 일부러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행하는 일들을 말하는데, 이 또한 무심코 지나치는 행위들의 집합이지만 시간을 절약하고 머리 아픈 선택의 순간들을 줄여 더 중요한 일을 처리할 기회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또 이는 일상생활을 체계화하고 개개인의 삶을 서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일상의 올가미가 아닌 버팀목이자 또다른 변화를 낳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공상은 흔히 개인적이며, 게으름과 엉뚱함 혹은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여겨져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행위로 치부되어왔다. 하지만 개인의 근심과 소망이 온갖 사회적 원료와 뒤섞인 형태로 나타나며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분석하고 그 과정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단순한 현실도피가 아닌 현실을 지탱하는 힘이며, 인류 역사상 수많은 개혁과 변화는 공상을 통해 꾸는 꿈을 통해 실현되었다고 주장한다.


기다림, 일상, 공상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를 통해 개개인의 사소한 습관과 생각, 기분 등이 문화적 틀 안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을 사소하고 하찮다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생산성에 목매고 속도를 중시하며 멀티태스킹을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사회의 분위기에서 비롯되었다. 시간낭비와 비효율을 지양하는 현대인들은 자유시간이나 할 일 없는 나날을 못 견디고 활동적인 인생이 윤리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다림, 습관, 공상 등의 무위는 현대성의 산물이며 문화적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무위가 현실을 벗어나려는 행위가 아니라 현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변화를 계획하는 식으로 ‘현실’에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창조성과 가치도 함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은이 소개 >>


빌리엔, 오르바르 뢰프그렌(Billy Ehn & Orvar Lofgren)

스웨덴의 유명한 학자이자 교수. 빌리 엔은 우메아대학교에서 문화 및 미디어 연구학을 가르치고 있다. 오르바르 뢰프그렌은 룬트대학교에서 유럽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문화와 경제, 종교,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그 결과들을 책으로 집필하면서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휴일: 휴가의 역사(On Holiday: A History of Vacation)》가 있다.


생산성에 목매고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그동안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무시했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들’에 대해 주목하고, 문화적?인류학적?사회학적 의미를 최초로 연구한 학자들이다. 기발하고 엉뚱한 그들의 연구는 현대성을 연구하는 학자들뿐 아니라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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