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2013. 12. 13. 06:00



<< 유고집 출간 배경 >>


진보정치의 살아 있는 증인, 진보정책의 아이콘이었던 이재영이 45세의 나이로, 어린 자식 둘을 남겨놓은 채 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이재영이 지난 2012년 12월 12일 대장암으로 사망한 이후 살아 생전 그와 함께 일을 해왔던 이들은 ‘이재영 추모 사업회’를 만들었다. 추모 사업회에서는 1주기에 맞춰 이재영의 유고집 2권을 발간키로 하고 출판위원회를 구성했다. (출판위원 : 김윤철, 이광호, 장석준, 조현연, 최영민)


유고집 1권 『이재영의 눈으로 본 한국진보정당의 역사』는 한국진보 정당의 역사를 시기와 쟁점별로 엮었다. 특히 이재영은 진보정당의 강령과 정책을 만들었던 핵심 인물로서 1권에는 당내외적인 정세 판단과 분석, 그리고 당시의 인식이 담겨 있다. 진보정당의 태동과 부침, 내부 고민과 확장 과정과 분열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유고집 2권 『비판으로 세상을 사랑하다』는 이재영의 칼럽집이다. 한국사회의 보수 우파는 물론, 보수 야당 세력과 시민사회, 노동조합, 그리고 좌파 진영도 그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좌우, 안팎을 향한 그의 비판은 여전히 현재성을 가지고 우리를 경청하게 만든다. 



<< 주요 내용 >>

‘진보정책의 아이콘 이재영 유고집’ 2권 『비판으로 세상을 사랑하다』는 그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언론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묶은 책이다. 2백자 원고지 1300여 매에 꾹꾹 눌러 쓴 그의 칼럼에서 보여주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지금 여기의 문제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재영의 비판이 겨누는 대상은 예외가 없다. 좌우와 안팎이 다 과녁이다. 그리고 아직도 유효하다.  

이 책에서 그는 진보 좌파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는다. 특히 이른바 NL 그룹의 ‘편향적인 대북 태도’에 대해 가차 없이 공격한다. 현재 통합진보당으로 모여 있는 정파들에 대해, 대중 정당으로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것임 국민적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핑계를 대면서 이를 외면하는 것을 지적한다. 그는 순혈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범민련의 시각이 미국 인종 차별 조직인 KKK단과 무엇이 다르냐며 다그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민주 또는 진보진영의 인사로 분류되는 지식인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남북 정부를 동등하게 대응하지 않는 송두율 교수, 재벌과 타협이라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안을 제시하는 장하성 교수, 진보의 독자성을 훼손시키는 “반민주 세력 다 모여라.”로 귀착되는 ‘변혁적 중도주의’ 주창하는 백낙청 교수 등이 비판의 대상이다. 

이재영은 또 이 책에서 이른바 야권으로 불리는 자유주의 정파에 대한 비판도 이어간다. 손학규, 문국현, 유시민, 송영길 등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 매섭다. 비판의 핵심 열쇠 말은 뜨내기 정치 철새, 성장주의 경도, 진보정당 독자성의 불인정 등이다. 

보수 진영과 수구파는 물론 시민사회 각종 단체, 민주노총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노무현 시대 정책 비판도 이 책에는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이는 그 시절 저자가 왕성한 집필 활동을 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되돌아보는 노무현 정부의 공과는 그 시대의 한계를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그는 또 지난 2008년 촛불 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이에 대한 의미를 파헤치기 위해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이 책에서 촛불 집회 역시 별도의 장으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재영의 미덕은 비판할 때가 아니라, 대안을 생산해낼 때 훨씬 더 빛나게 발휘된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바다. 진보정당 정책 만들기에 누구보다 빼어났던 그다.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실현 가능한 구체성을 두루 갖춘 정책을 만드는 데 발휘된 그의 탁월함은 경쟁자와 반대자들도 인정한 그의 장점이다.

칼럼집 『비판으로 세상을 사랑하다』의 내용이 주로 전방위적인 비판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그의 공적은 진보적 대안 정책을 만들어내는 데 있었다는 점을 분명하다. 그의 머릿속과 손끝을 거쳐 태어난 수많은 정책들이 글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지금 살아 있고, 진화하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재영의 부재를 슬퍼하기보다 더 크게 아쉬워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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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중에서>>

박물관이 아니라, 현장 테이블 위에 놓여야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 

이 책은 이재영이 남긴 그간의 기록들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 개인의 사적 기록이 아니다. 이미 한국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진보정당의  탄생과 변천에 관한 역사적 쟁점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록들은 단지 흘러간 과거의 산물이 아니다. 대부분의 쟁점들은 진보정당이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해결되어야 할 여전히 뜨겁고 중요한 현안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 기록이 다루고 있는 여러 쟁점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약점을 키우고 강점들을 훼손시키는 오류와 시행착오가 오늘날 진보정당이 겪는 간난과 신고의 뿌리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기록들은 추억의 박물관에 보관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현안을 다루고 미래를 헤쳐 나가기 위한 현장의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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