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2014. 4. 7. 14:24




■ 책소개


  세계적인 아웃도어 용품 <잔스포츠>를 만든 히피 출신 사업가 스킵 요웰의 인생, 사업, 모험 이야기를 다룬 책 <모험 본능을 깨워라>가 도서출판 푸르메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시골 촌구석 출신의 소년이 어떻게 모험중독자이자 훌륭한 산악가가 되었는지, 또 삼촌이 운영하던 정비소 위 창고에서 패밀리사업으로 시작한 잔스포츠가 어떻게 아웃도어 산업의 정상에 올랐는지를 스킵 요웰의 흥겹고도 영감 넘치는 인생 여정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유쾌하게 들여다본다. 


세 명의 히피가 아이디어와 꿈, 열정으로 똘똘 뭉치다


저자는 1946년 미국 서부 캔자스 주 인구 100명도 안 되는 시골 그레인필드에서 태어났다. 서부 개척시대 선구자들의 모험심 넘치는 DNA를 타고난 그는, 1967년 사촌 머레이 플레츠의 제안으로 머레이의 여자친구 잔과 함께 <잔스포츠>를 만들었다. 야외 활동을 즐기며 자아를 발견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잔스포츠는 대단한 사업계획이나 많은 자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경영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닐 뿐더러 물건을 팔 상점조차 없었다. 다만 머레이의 혁신적인 프레임팩 디자인과 잔의 봉제기술, 스킵의 창의적인 본능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물론 밥 딜런 음악과 맥주를 좋아하는 것은 이 세 명의 히피의 공통점이었다. 때는 ‘사랑의 여름’으로 알려진 1967년의 여름, 10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물질만능주의와 순응주의에 회의감을 느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한 길을 택해 탄탄대로를 달릴 때도 누군가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해 스스로 길을 만들기도 한다. 잔스포츠를 만든 세 명의 히피는 바로 이 개척자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험에 대한 갈망과 야외활동에 대한 애정 외에는 가진 것 없던 머리 긴 히피 세 명이 아웃도어의 역사를 바꾸고 사업에서 성공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21쪽)


잔스포츠의 성공 비결


저자는 말한다. 잔스포츠의 성공 비결은 첫째, 한계를 정하지 않은 세 명의 히피들의 순수함 때문이었다고. 그들은 어리고 열정이 넘쳤으며, 어떤 일을 시도할 때 한계를 설정하지 않았고, 꿈꿀 수 있는 일이라면 성패에 상관없이 시도했다. 그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가장 혐오했다. 대신 잔스포츠에서 생산하는 모든 가방은 기능과 품질,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최고여야 한다는 목표만이 있었다. 그런 정신으로 일하다 보니 점차 평판이 나서 주문량이 늘기 시작했다. 


“삶은 진정으로 위대한 모험이다. 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이를 낭비한단 말인가? 세상의 돈 전부를 번다 해도 그 과정을 즐길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돈 벌기는 부차적인 문제였다.”(98쪽)


둘째, 철저한 제품 검증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모든 제품을 직접 써보면서 제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철저히 테스트했을 뿐만 아니라, 등산을 즐기는 친구들을 초청해 제품을 검증해달라고 부탁했다. 미국 최고의 산악인인 루 휘태커가 사업 초기부터 장비 검사원이자 기술 고문으로 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잔스포츠 제품을 파는 딜러들을 산으로 초청한 일주일짜리 등반세미나도 2006년까지 34년째 이어진 정기행사가 되었다. 


“우리는 비록 평화를 사랑하는 히피들이기는 했지만, 강도와 신뢰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기꺼이 지옥에 내놓았다. 그 덕분에 우리는 자신있게 품질보증 서비스를 평생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57쪽)


셋째, 잔스포츠의 지속적인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추구하고, 시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에스키모의 이글루에 착안해서 만든 오리지널 돔형 텐트이다. 당시만 해도 텐트는 모두 A자형인 줄 알았다가 잔스포츠가 돔형 텐트를 발매하자 광고도 없이 저절로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그렇게 돈방석에 앉는 줄 알았는데 제품이 시중에 나온 지 1년 안에 특허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밀려드는 주문에 물건을 만들어대느라 그 시기를 놓쳐 결국 다른 제조업체 좋은 일만 시켜준 적도 있다. 또 오늘날 전세계인의 책가방이 된 잔스포츠 데이팩은 원래 크로스컨트리 스키용 배낭이었지만 시애틀의 기록적인 강우 때문에 대학생들이 책가방으로 사용하면서부터 매출이 껑충 뛰게 되었다. 그러니 인생을 어떻게 계획대로만 살 수 있겠는가?


넷째, 결국 잔스포츠가 맨주먹에서 아웃도어 업계 최강자로 오르는 동안 정말 중요하게 가치를 둔 일은 바로 ‘사람’이다. 그들 역시 사업 초기 대량 주문을 받고 특정 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은행 신용대출을 받을 때도, 혹은 여러 원자재 업체로부터 외상으로 자재를 사들일 때도 모두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다른 사람을 양성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 좋게 말하고, 다른 사람을 도우라’는 히피적 가치에 근간을 둔 사업철학이 있었기에 1982년과 1984년 중국―에베레스트 등반대, 1989년 칸첸중가 원정대 등을 응원하고 후원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비영리재단을 후원함으로써 불우 청소년들을 돕는 한편, 환경보호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실행하여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밖에 남의 꿈을 내 꿈처럼 생각하여 미국을 걸어서 횡단한 피터 젠킨스를 돕고 산악인 에드 비에스터스, 모델 출신 사업가 엠버 브룩먼을 도와 평생 우정을 쌓은 일도 인상적이다. 


“왜 나는 사회 환원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관대한 마음, 다시 말해 감사할 줄 아는 태도로 남들을 대하면 개인적 만족감과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일은 영혼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사업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249쪽)


독특한 홍보와 평생 보장 서비스


초기 잔스포츠는 좋은 제품을 개발해놓고도 그것을 알릴 자본이 없었기에 기발하고 독특한 마케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세 명의 공동창립자들이 직접 모델이 되어 서부 개척시대 개척자, 혹은 인디언이나 에스키모 복장을 한 채 사진을 찍어 카탈로그를 영리하게 활용하거나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아이디어를 쥐어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광고를 하는 과정에서 자본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게다가 돈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창의성이 억압될 수도 있다. 왜냐고? 돈이 넘쳐나면 한계를 뛰어넘거나 기발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정도로 절실해지지 않기 때문이다.”(84쪽)


또 잔스포츠의 한번 구매한 제품을 평생 보장하는 제품 보증 서비스는 유명하다. 특히 지퍼가 고장나거나 해서 수선이 필요할 때 소비자들이 잔스포츠 ‘백팩캠프’에 배낭을 보내오면 수선하는 동안 고객들에게 ‘당신의 가방은 잘 쉬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오’라는 엽서를 보내주는 작은 아이디어에 고객들은 열광하기도 했다. 


매우 독특한 인물의 자서전이자 성공한 기업가의 경영전략이 담긴 경영서


이 책은 저자이자 잔스포츠의 공동 설립자인 스킵 요웰이 잔스포츠라는 기업의 역사를 설명하지만, 그 내용은 사업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자’는 히피적 가치에 근간을 둔 사업 철학을 설명하면서 인생에 도움이 될 귀중한 교훈을 들려준다. 따라서 이 책은 매우 독특하고 유쾌한 인물의 자서전으로 읽을 수도 있고 성공한 벤처사업가의 경영전략이 담긴 경영서적으로 읽을 수도 있다. 또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모험에세이로, 1960년대 미국 청년 문화의 아이콘이었던 히피 문화가 미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좋은 사례 연구서로도 읽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삶은 누구에게나 모험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모험을 가슴이 시키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뜨겁게 즐기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 출간을 기념으로 4월 1일부터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나라 독자들과의 대화를 즐거운 마음으로 고대하고 있다. 


■본문내 주요 문안


새로운 길을 따라 여행을 시작할 때에는 어디에서 멈출지 절대로 알 수 없다. 때로는 직감이 이끄는 대로 가고, 여정을 즐기고, 끝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마라. 일단 이 여정이 끝나면, 밖에 나가 다른 모험을 찾아라. 올라야 할 산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17쪽)


불행하게도 젊고 패기에 찬 사업 경영자 중 너무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본능을 어두운 벽장에 가둬버리고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게 한다. 이는 실수이다. 자신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좇을 수 있도록 스스로 허락하라. 이러한 탐구할 수 있는 자유 덕분에 어쩌면 또 다른 혁신적인 상품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67쪽)


여기에 중요한 교훈이 있다. ‘Listen’과 ‘Silent’는 정확히 똑같은 여섯 글자를 사용한 단어다. 현명한 사업가라면 진정으로 ‘듣기’ 위해 남들이 말할 때 ‘조용히’ 있는 법이다.(69쪽)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써야만 얻을 수 있는 풍부한 보상을 택하기보다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고치를 깨고 나가 날개를 시험한 뒤에만 맛볼 수 있는 비행의 기쁨보다는 고치 속의 어둠을 선호하는 것이다.(97쪽)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만 하는 채로 남들이 대신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절대로 승리전략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처음 계획한 방식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면 이에 감사하라. 삶이 종종 실망스럽고 우회로로 돌아가야 할 때면 종국에는 아이디어, 혁신, 기회로의 문이 열리는 법이다. 힘든 시기를 보내지 않았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발견되지 않았으리라.(122쪽)


사업에서의 성공은 결국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고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좋은 사람들을 열심히 찾고, 이들의 에너지를 잘 활용하고, 당신이 만드는 관계와 연락망에 진심으로 충실하다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사업적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124쪽)


‘절대로 협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말라.’ 협동심이 있고 전문성을 지닌 개인들이 무리를 이뤄 재능과 기술을 결합하면, 그리고 필요할 때에는 희생도 기꺼이 무릅쓴다면, 어떤 도전도 불가능하지 않고 어떤 장애물도 힘겹지 않다. 마치 기름을 친 기계처럼, 강한 팀은 변함없이 닥치는 도전에 몸을 싣고, 물살에 맞춰 흐르고, 적응하는 법을 배운다. 이런 팀의 멤버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잘 수용한다. 이들은 제대로 듣는 법과 서로 존중하는 법을 안다. 이들은 더 큰 목표를 위해 개인적인 계획은 옆으로 미룬다.(176쪽)


장애물에 대해서는 잊어라. 위험을 무릅쓰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몇 백 년 후의 사람들을 감탄시킬 만한 무언가를 짓거나 발명하라. 이러한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절벽 끄트머리, 해발 2천743미터 높이에 위치한 타이거스 네스트 사원에 사는 승려에게 그런 말을 해보라.(205쪽)


한 청소년의 삶에 투자하는 일은 연못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 산에서 진행되는 일주일 과정의 코스가 한 아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면, 여파는 그 아이의 남은 인생 전체에 반향을 일으킨다.(237쪽)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아주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 전인류가 지구를 아끼면 적어도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한 한 자주 밖으로 나가라. 재미있게 놀되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 그리고 우리가 60년대에 말하고 다녔던 것처럼, ‘어머니 대지를 사랑하라.’(260쪽)


이 책을 읽은 당신이 이 놀라운 행성을 탐험하고, 차례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숨은 보물들을 찾고, 당신의 일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일단 멈추고, 노선을 바꾸고, 다시 내면의 열정을 추구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 되는 것이다.(261쪽)


매번 어떤 산의 정상에 오를 때마다 기쁨, 성취감, 성공이라는 개인적 보상이 뒤따랐다. 하지만 산을 오르는 일은 단지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는 또한 오가는 여정을 포함하며, 그 과정에서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요소야말로 여행 전체를 의미 있게 만든다.(264쪽)


■저자소개_ 스킵 요웰


1946년, 미국 서부 캔자스 주 인구 100명도 안 되는 시골 그레인필드에서 태어났다. 1967년 사촌 머레이의 제안으로 머레이의 여자친구 잔과 함께 <잔스포츠>를 만들었다. 2011년 은퇴하기 전까지 잔스포츠 글로벌대외협력부의 부사장으로 재직한 스킵 요웰은 아웃도어산업연합(OIA)이 탄생한 1989년부터 이사회에 속해 있고, 지난 10년간 ‘대도시의 등반가들(BCM)’이라는 비영리기관의 이사로 활동했다. 최근 고향과 가까운 캔자스 주 세인트 피터라는 마을에 있는 집을 개조해 하이킹, 스키, 정원 가꾸기, 사진, 플라이 낚시, 캠핑, 각종 겨울 스포츠 등을 즐기며, 전세계 곳곳에 잔스포츠 성공기를 토대로 리더십 강의를 하고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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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4. 3. 29. 00:47





<책소개>


분노의 철학적 개념과 함께 날카롭게 진단한 분노사회 한국

분노와 삶, 분노와 사회에 관한 가장 현대적이고 시사적인 철학 에세이


“분노는 인간의 여러 감정 중에서 가장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근래 젊은 인문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정지우의 신작 『분노사회』. 기존의 경제학적, 심리학적 담론을 넘어서서 철학적으로 분노의 근원을 파헤치고, 분노 사회의 대안을 제시하는 한 편의 예리한 철학 에세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강렬한 경고와 자성의 목소리!


『분노사회』는 ‘분노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분노사회로서 한국사회’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개인들이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존재의 기술’을 제시한다. 분노와 관념의 관계에서부터, 집단주의의 병폐에 빠진 한국사회, 퇴행한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증오 현상, 타자의 잣대에서 발생한 수치심과 열등감 등 ‘분노사회’와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첨예하게 다루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현대인으로서 주체성과 타자를 복원하는 삶에 관한 존재의 기술을 이야기한다.


속도감 있게 읽히는 이 한 편의 에세이에서 우리는 분노로 가득한 자신과 사회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출판사서평>


현대 사회 분노의 실체를 철학적으로 파헤친 국내 최초의 저서

분노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의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정당한 분노는 가능할 것인가?


“한국 사회 모든 곳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깊이 있고 독창적인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대중적인 주제와 글쓰기로 주목받아온 젊은 인문저자 정지우의 철학 에세이. 


이 책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분노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우리 속에 가득하지만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분노라는 감정으로부터 출발해 한국사회에 접근한다. 사회와 연계된 감정은 자연적인 반응이라기보다는 사회라는 관념에 상응하는 감정이다. 특히 분노는 기쁨, 슬픔, 두려움, 당혹감 등 다른 감정들과 달리 관념에서 촉발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원래 분노란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감정이었지만, 현대인은 더 이상 생존과는 거의 관련 없는 방식으로 분노를 생산한다. 분노가 발생하는 조건이란, 자신이 가진 관념이 현실과 어긋날 때, 혹은 자기 내부에서 관념이 이미 어긋나있을 때이다. 이러한 불일치는 인간에게 ‘부적절감’을 만들어내며, 이 어긋남과 부적절감이야말로 분노의 원천이다. 분노에 관한 이러한 명확한 개념 규정은 이후 분노사회의 문제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로 제시된다.


나아가 저자는 게일린의 <증오> 개념을 통해, 분노가 증오로 발전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을 한다. 특히, 여기에서 저자는 집단 정체성과 시기심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분노를 규명하는 데 핵심적인 준거 틀이 된다. 


동시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한 독창적이고 날카로운 에세이

한국 사회에 넘쳐나고 있는 분노와 증오의 물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는 철학적 관점에서 독일 사회를 ‘피로’로 진단한 독창성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사회’라는 이름을 붙인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한병철이 독일 사회를 철학적으로 분석한 것처럼, 한국 사회를 하나의 철학적 테마로 분석한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정지우는 한국 사회의 핵심적 면모를 ‘피로’가 아닌 ‘분노’로 파악하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 속의 인간상을 예리하게 풀어냈다. 


분노의 실체를 정의하고 그 대안을 위해, 저자는 니체의 <선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 찰스 테일러의 <불안한 현대 사회>, 에리히 프롬의 <반항과 자유>,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순진함의 유혹>, 바버렛의 <감정의 거시사회학>, 게일린의 <증오> 등 쟁쟁한 학자들의 분노와 개인, 사회의 개념을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개념 분석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와 현대인의 삶에 관한 시사성을 처음부터 꾸준히 끌고 가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분노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저자는 분노가 관념에서 촉발되는 것이라 규정하고, 한국 사회의 가장 문제적인 관념으로 ‘집단주의’를 꼽는다. 일제 강점기와 독재 정권의 유산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집단주의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병폐, 분노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한편, 그에 대항하며 출현한 개인주의도 많은 경우 자기 폐쇄적으로 퇴행하여 새로운 증오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진정한 개인주의가 우리 사회에 정립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처럼 집단주의와 퇴행적 개인주의 사이에서 압사당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신랄하게 풀어낸다. 


분노의 철학적 개념에서 분노사회 한국을 관통하여 

존재의 기술에 이르는 여정


저자는 <청춘인문학>, <삶으로부터의 혁명> 등 이전 저작에서 이어왔던 ‘삶의 기술’을 이번 책에서는 ‘존재의 기술’이라 이름 붙이며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를 위해, 찰스 테일러의 나르시시즘 개념, 니체의 원한과 주인의 개념,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개인과 사회에 대한 개념 등을 폭넓게 분석한다. 


사회와 구조의 문제를 중점에 두는 근래 한국 인문학 담론에서, 정지우는 흔치 않게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집요하게 강조하는 저자다. “개인들이 책임지지 않는 사회는 아무도 책임져줄 수 없다.” 그는 구조와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개개인들의 자기 삶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에 있다고 본다. 그러한 개인의 책임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으면, 모든 담론은 허구에 불과해진다는 것이다. 


진정한 개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안에 갇히는 고정적이고 나르시시즘적 주체가 아니라, 유동적이고 타자를 고려하는 열린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진정한 주인의식 속에서는 삶과 사회가 융화되어 하나가 된다. 




<저자소개>


정지우


고려대학교에서 철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현대 한국을 보는 고유한 인문학적 시선이 우리 사회에 부재한다고 느껴 관련 작업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첫 상과로 나온 <청춘인문학>은 우리 시대 청춘의 모습을 현대 사회라는 넓은 틀에서 날카롭게 분석하고, 독창적인 대안을 제시한 책으로 [2013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는 등 많은 청춘의 공감을 얻었다. 


이후 이우정 작가와 공동 출간한 <삶으로부터의 혁명>에서는 우리 사회의 청춘, 사랑, 죽음을 보다 심도 있게 다루며 현대 문화 전반을 망라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실에서 삶으로의 전환'이라는 독특한 관점을 깊이 있게 드러내어 여러 대중 독자와 학자의 호평을 받았다. 해당 책은 [2014 네이버 오늘의 책] 및 [2013 문화체육관광부 철학부문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었다. 


<분노사회>는 분노에 대한 철학적 개념 정의에서부터 시작하여, 분노사회로서 한국사회를 역사적 사회적으로 진단하고, 분노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가져야 할 존재의 기술을 제시한 에세이다. 이 책에서는 지금껏 저자가 주장해왔던 관점이 보다 압축적이고 심층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 외 현대의 새로운 대중문화인 애니메이션과 인문학을 접목한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을 출간하여 애니메이션 매니아 층의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는 다양한 지면에 인문학을 주제로 한 글들을 연재 및 기고하고 있으며, 인문학과 현대 문화를 연관시키는 저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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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4. 3. 28. 14:20



<< 책 소개 >>


새로운 〈이방인〉이 나왔다. 카뮈의 〈이방인〉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번역돼,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걸맞은 역작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기존 번역에 문제가 많았던 것.


사실 카뮈의 〈이방인〉은 기묘한 역설을 안고 있었다. 이방인의 말뜻 그대로 낯설고 이상하게 다가와서 새로운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요령부득의 작품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설은, 작품에 덧씌워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권위를 털어 내면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독자의 의구심과 개연성을 봉쇄해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자신의 독법을 문제 삼거나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운운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원래 <이방인>이 얼마나 재미있고, 잘 읽히는 소설인지는 당시 원고를 처음 접했던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당시 프랑스 출판물을 담당했던 독일 측 수석고문 게르하르트 헬러는 갈리마르 측에서 보낸 원고를 처음 접하고, 이런 소감을 내놓는다.


“그날 오후 <이방인> 원고를 받은 즉시 읽기 시작했는데, 새벽 4시까지 손에서 뗄 수 없었다. 문학에 일대 진보를 가져올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갈리마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_게르하르트 헬러(허버트. R. 로트먼 저, 한기찬 역, 한길사, <카뮈, 지상의 인간>, 481쪽)


그렇다면 저들이 느꼈던 저 감동을 우리는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문제는 번역에 있었던 것이다.


그때 밤의 저 끝에서 뱃고동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것은 이제 나와는 영원히 관계가 없어진 한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김화영 역, 민음사, 135쪽)


그때, 한밤의 경계선에서 사이렌이 울부짖었다. 그 소리는, 이제 영원히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이정서 역, 새움, 161쪽)


사형을 앞둔 주인공 뫼르소의 심리를 묘사한 대목이다. 기존의 번역은 위 세 문장이 긴밀한 의미망을 형성하지 못하고 각기 따로 논다. 작가는, 밤 12시에 자정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면 뫼르소는 그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야 하는 심리적 상황을 묘사한 것인데, 기존 번역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하는 “한밤의 경계선”(자정)을 살리지도 못했을뿐더러 ‘죽을 날이 다가왔다’는 “사이렌” 소리의 은유도 전혀 건져 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불과 몇 시간 뒤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할 상황에서 어머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절박한 비애와 처연함에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고 연민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여기서 왜 갑자기 어머니를 떠올렸을까, 하고 반문하게 된다. 빼어난 문학작품이 번역을 거치면서 요령부득의 문장으로 둔갑돼 버렸다. 나쁜 번역의 전형이다.


위 문장의 번역 오류는 또 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는 우리말에 없는 표현이다.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에 오래간만이면 오래간만이고 처음이면 처음이지 ‘오래간만에 처음으로’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말이 안 되는 비문인 셈이다. 


놀랍게도 이런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역자노트」는 기존 번역의 오류를 세세히 지적하는 데 바쳐져 있다. 역자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등장인물의 왜곡이다. 생양아치처럼 묘사된 레몽을 비롯해 마리의 순진성, 셀레스트의 재치, 검사의 노회함, 변호사의 심리적 변화 등이 소설의 전개와 아무 상관 없이 잘못 번역됨으로써 독자들이 작품의 재미와 구성의 긴밀성, 미묘한 뉘앙스 차이에서 오는 미적 쾌감 등을 모두 놓치게 만들었다는 신랄한 지적이다. 요컨대, 기존의 번역은 거의 대부분의 등장인물을 평면적이고 단선적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비판이다. 


그 때문일까, 역자는 다소 래디컬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고. 기존 번역자의 선입견과 오해, 무지가 만들어 낸 별종(변종)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번역과 「역자노트」를 부지런히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주장이 결코 과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주인공 뫼르소가 아랍인을 살해하는 1부 끝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래서인지 「역자노트」를 따라 읽으면 기존의 〈이방인〉이 지녔던 기묘한 역설의 정체를 깨닫게 된다. 이 땅에 〈이방인〉이 번역된 지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독자들은 ‘불문학계의 대가’라는 번역자의 권위(김화영 교수는 카뮈 연구로 프랑스 현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에 짓눌려 번역이 잘못됐을 거라곤 생각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탓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니까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작품의 권위와 번역자의 권위에 이중으로 짓눌려 사태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번역의 결정적인 공로는 꼼꼼하고 정밀한 번역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주제에 접근하는 통로를 자연스럽게 열어 두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인공의 살해 동기를 강렬한 태양 때문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펼쳤다. 왠지 부조리 문학에는 그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중삼중의 연막을 치면서 작품의 의미를 더욱더 오리무중으로 밀어 넣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자는 그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주인공이 쏜 다섯 발의 총알 중 첫 발은 아랍인의 칼날에 비친 햇빛의 위협에 대한 정당방위로 쏜 것이며, 나머지는 “위장된 도덕, 종교, 권위,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무의식적인 발사”(본문 p.209)라는 것이다. 이렇게 주인공 뫼르소의 살해 동기를 깔끔하게 정리한 뒤 역자는 “하늘로 난 채광창”의 은유와, 순교자적 의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처형대” 등에 대한 기존 번역의 오류를 섬세하게 톺아보고 바로잡아 나가면서 작품의 의미를 본래대로 바로잡아 놓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책이 역자의 첫 번역이라는 점이다. 최근 서울대 김윤식 교수의 표절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를 펴내기도 한 역자는, 우리의 문화 수준을 고려하면 국내의 번역문학이 더 정밀해지고 꼼꼼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 책이 우리의 번역문학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래저래 국내 번역문학에 새로운 계기가 될 책이 분명해 보인다.


<< 저자 소개 >>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 11. 7.~1960. 1. 4.


1913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몽도비에서 태어났다. 포도주 제조공이었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이듬해,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중 사망했고,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말더듬이가 되었다.


일찌감치 앙드레 말로를 문학적 스승으로 여기고 잡지에 글을 발표하곤 하던 그는 고등학교 담임이었던 장 그르니에의 영향을 받아, 1930년 알제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작가이자 기자로 활동하며 극단을 경영하는 한편, 프랑스의 식민 지배로 인해 알제리인이 겪는 고통을 고발하는 데 힘썼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군에 대항해 레지스탕스 잡지 〈콩바Combat〉의 편집국장으로 저항운동을 펼쳤다.


1942년, 그의 첫 소설 〈이방인L’etranger〉이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1957년 44세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러나 3년 후, 문학인생의 정점에서 갈리마르 출판사 사장의 조카인 미셸 갈리마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파리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알베르 카뮈를 위한 부고

사람들은 말하겠죠. 그는 너무 젊었다고, 아직은 끝낼 시간이 아니라고.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오래냐(how long)’가 아니라 ‘얼마나(how much)’입니다. 아니, 정리하자면 ‘무엇을(what)’이죠. 그의 문이 닫혔을 때, 그는 죽음을 자각하고 증오하면서 생을 헤쳐 나가는 모든 예술가들이 쓰고자 하는 것을 이미 써놓았습니다. ‘나는 여기 있었다’라고. 그러니, 아마도 그는 그 반짝이던 찰나에 자신이 성공했음을 알았을 겁니다. 다른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_윌리엄 포크너(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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