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2013. 12. 8. 03:00



세르반테스와 고골을 잇는 풍자문학의 걸작

유쾌한 두 천재 작가의 만남으로 탄생한

소비에트 문학사상 가장 통쾌한 소설



1. 작품 소개 


30여 년간 금서로 봉인되었던 문제작이자

지금도 수차례 영화와 뮤지컬로 리메이크되는 불멸의 고전


소비에트 문학사상 가장 통쾌한 소설이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고골의 《죽은 혼》을 잇는 풍자문학의 숨은 걸작 《열두 개의 의자》(1928)가 ‘시공 세계문학의 숲’ 서른여섯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1920년대 소비에트 사회를 배경으로 사회주의 내에 잔존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거침없는 유머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이 소설은 출간 당시 막심 고리키나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같은 최고 작가들의 찬사는 물론 일반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스탈린 독재가 시작되면서 금서로 봉인되어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스탈린 사후인 1956년 비로소 복간이 가능해졌을 때 책이 나오자마자 일시에 품절이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러시아 사람들이 애독하는 작품 중 하나인 《열두 개의 의자》는 지금까지 러시아와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수차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고전이다. 


이 작품을 집필한 일리야 일프(1897~1937)와 예브게니 페트로프(1903~1942)는 문학사에서는 보기 드물게 공동 창작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해나간 독특한 작가들이다. 각자 풍자와 유머 작가로 활동하다가 1925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작가들 스스로 “분리되었던 분신이 드디어 만났다”고 표현한 것처럼, 일프가 40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프와 페트로프’ 또는 ‘표도르 톨스토옙스키(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합성한 이름)’ 등의 다양한 필명으로 줄곧 함께 공동 창작을 이어나갔다.


 특유의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일프와 페트로프는, 《열두 개의 의자》를 비롯한 이들의 작품 모두가 소비에트의 현실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금서 처분을 받았을 때조차 “우리의 책이 공산주의의 문헌과 더불어 소각되는 위대한 영예를 안게 되었다”고 말함으로써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자 정신을 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쾌한 웃음 뒤의 풍자와 분노로

소비에트 내의 자본주의라는 모순 비판


몰락귀족인 보로뱌니노프와 ‘위대한 사기꾼’ 벤데르가 보석이 숨겨진 열두 개의 의자를 찾아 러시아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닌다는 모험소설 형식의 《열두 개의 의자》는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작가들의 뛰어난 재치와 유머로 인해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유쾌한 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러시아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된 것은 그 유쾌한 웃음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풍자와 시대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정신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 러시아는 사회주의 혁명과 내전, 그로 인해 피폐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신경제정책’의 도입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상황들로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적지 않은 일반 민중의 내면에는 제정 러시아 시대에 대한 향수가 자리 잡고 있는 기묘한 형태의 시기였던 것이다. 


소설은 혼란스러웠던 이 시대를 풍자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신경제정책’이 만들어낸 물질만능주의가 자리해 있다. 보로뱌니노프와 벤데르가 일확천금을 노리며 보석을 찾아 떠난다는 설정 자체가, 실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부의 균등한 분배 속에서 일반 민중의 지상낙원을 건설한다는 사회주의 이념에는 정면으로 대립되는 것이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모습은 그 외 다양한 인물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보석에 눈이 멀어 사제직을 팽개쳤다가 결국 보석을 찾지 못하자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보스트리코프 사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물질을 축적하는 관료 알리헨과 코로베니코프 등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소비에트 사회의 다양한 인물 군상

그중에서도 빛나는 개성 ‘오스타프 벤데르’


주인공 보로뱌니노프와 벤데르가 보석을 찾기 위해 러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온갖 유형의 인물들은 당대 소비에트 삶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혁명 후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정 러시아의 향수에 젖어 있는, 그래서 벤데르의 사기에 쉽게 넘어간 비밀결사대 ‘검과 낫’ 회원들, 벤데르에게 시 전체가 사기를 당한 바슈키 시민들, 심각한 주택난과 경제난을 보여주는 시바르츠 기숙사의 연필통 방 거주자들, 신흥 부르주아 세력을 대표하는 키슬랴르스키와 댜디예프 등 작가들은 당시 소비에트의 갖가지 모습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인물 중에서도 중심은 단연 작품을 이끌어가는 기묘한 형태의 동업자인 보로뱌니노프와 벤데르다.

구(舊)귀족을 대표하는 보로뱌니노프는 185센티미터의 큰 키에 말쑥한 옷차림,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외국어를 하는 멋진 신사지만 내면은 무능과 허위, 탐욕으로 가득한 허랑방탕한 인물이다. 이에 반해 ‘위대한 사기꾼’이라 불리는 오스타프 벤데르는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기막힌 임기응변으로 멋지게 헤쳐 나갈 뿐 아니라 예술과 문학에도 조예가 깊고, 더불어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적 에너지를 지닌 인물이다. 


온갖 현란한 사기술을 선보이며 러시아 풍자 문학의 ‘악당’ 계보를 잇는 인물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매력과 개성으로 이후  다른 작품들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해 활약을 펼치는 하나의 고유한 캐릭터가 되었다. 지금도 러시아 곳곳에서는 벤데르를 기념하는 동상을 볼 수 있으며, 그의 이름을 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을 정도로 러시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남아 있다.



2. 작품 내용


몰락한 귀족인 장모의 임종을 지키는 자리에서 주인공 보로브야니노프는 뜻밖의 유언을 듣는다. 러시아 혁명으로 몰수된 재산에 섞인 ‘열두 개의 의자’ 중 하나에 값비싼 보석을 숨겨놓았다는 것. 지방 관청의 말단 관리로 일하며 평범하게 살던 보로브야니노프는 장모의 이야기를 듣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새로운 삶을 계획한다. 


즉시 직장을 그만두고 보석을 찾아 나선 그는 ‘위대한 사기꾼’ 오스타프 벤데르를 만나고, 벤데르와 함께 러시아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닌다.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희대의 사기꾼 벤데르와 속물근성과 허랑방탕함으로 가득 찬 몰락귀족 보로브야니노프 두 콤비가 보석이 숨겨진 ‘열두 개의 의자’를 찾아다니며 우스꽝스럽고도 눈물겨운 모험을 펼친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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