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2013. 12. 12. 02:00





<< 책 소개 >>


일기를 통해 삶의 밀도와 문학적 밀도를 높이는 글쓰기

현존하는 프랑스 작가 중 삶의 밀도와 문학적 밀도를 동시에 성취한 이로 인정받는 샤를 쥘리에. 그는 뒤늦게 문단에 들어서서 55세에 자전적 성장소설 《눈뜰 무렵》으로 세상에 알려진 후, 많은 중단편과 희곡, 시, 미술평론 등을 써왔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작품은 현재 7권까지 간행된 그의 《일기》연작이다. 27세 때부터 지금까지 50년 넘게 써오고 있는 일기 중에서 이 책 《일기: 흰 구름 길게 드리운 나라에서》는 2004년 약 5개월 동안 뉴질랜드 초대작가로 머무르던 시기의 기록을 담았다.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노년의 결코 무덤덤해지지 않은 시선으로 뉴질랜드의 풍광,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책읽기와 작가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김지하 시집 《화개(花開)》를 샤를 쥘리에와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했던 최권행 교수(서울대 불문과)가 우리말로 옮겼다.



<< 출판사 서평 >>


작가 샤를 쥘리에의 글쓰기

작가 샤를 쥘리에는 불행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넘어서 끊임없는 자기 성찰로 성숙한 내면세계를 이룩한 작가로, 국내에도 《눈뜰 무렵》, 《누더기》, 《가을 기다림》 등의 작품으로 그 이름이 알려져 있다. 삶의 구체적인 문제를 담담한 자아의 눈으로 성찰하는 그의 글쓰기 방식은 특히 그가 선택한 문학양식인 일기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 청년시절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첫 작품을 발표하기까지 오랜 습작기 동안 꾸준히 해온 작업도 ‘일기 쓰기’였고,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난 후 여든에 가까운 지금까지 여전히 멈추지 않는 작업도 ‘일기 쓰기’이다.


젊은 시절 그의 글쓰기는 유년기의 체험에서부터 시작되었을 정신적 어둠을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차례차례 그에게 다가와 그를 붙들어 놓은 세계, 거기에서 해방되어 그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은 매우 길고도 고통스러웠다. 외로움, 두려움, 탐욕, 긴장, 수줍음 등 오래된 상처들을 마주하기란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자기 연민이나, 변명, 위안의 꺼풀을 걷어낸 명료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들은 점차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더욱 단단해진 인식의 씨줄과 날줄로 그의 삶을 엮어나가는 것이다.


일기―자신에 대한 바른 인식의 과정이자 기록

일상에서 겪는 느낌과 체험을 사실 그대로 일기에 쓴다 하더라도 그런 느낌과 체험은 결국 말하는 사람 개인의 자아가 투영되어 결국 변형되거나 왜곡되기 쉽다. 그러므로, 작가는 “글을 쓸 때 내면에서 체험되는 것에 대해 그 참과 거짓을 알아차리고, 체험된 것과 말 사이의 관계에 대해 그 참과 거짓을 알아차려야 하는데, 이 두 가지 알아차림이 살아있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일기는 바로 이런 인식의 과정이자 기록이기도 한 것이다.

이로 볼 때 샤를 쥘리에의 일기는 일기 문학의 전범(典範)이라 할 수 있다.


‘고통’이라는 삶의 본질에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

샤를 쥘리에의 《일기》 중에서도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발간한 《일기: 흰 구름 길게 드리운 나라에서》는 샤를 쥘리에가 뉴질랜드 초대작가로 2003년 8월부터 2004년 1월까지 약 5개월간 뉴질랜드에 체류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사색을 기록한 책이다. 지금까지 나온 그의 어느 일기 시리즈보다 다양한 경험과 깊은 사색이 담겨 있다.


특별한 나라 뉴질랜드에 대한 작가의 호기심 어린 이방인의 시선을 한 축으로 하고, 인간 세상에 대한 관찰자의 성찰을 또다른 축으로 하면서, 일상의 파편들이 어떻게 한 편의 인상적인 삶의 풍경화가 되는지 보여준다. 꽃과 햇빛과 눈부신 대양의 풍경, 강인한 사람들의 건강한 문화, 유머와 축제의 사이사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으로 방랑하는 젊은이, 겨울이면 노동 끝에 얼어붙은 몸으로 돌아와 아들 뒤에서 울고 있던 프랑스의 알제리 이주노동자, 이상을 좇는 삶 속에서 비극적 운명으로 빠져들어간 뉴질랜드 엘리트 청년들의 이야기들이 나타난다. 또한 작가 자신의 유년시절 기억, 작가가 탐색하는 주제의 책 읽기, 삶을 통해 터득한 작가적 글쓰기 등에 대해서도 깊은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진실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일기는 사적인 기록이지만 그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기록할 만한 것들’을 선택한 결과이다. 쥘리에의 선택은 아마도 ‘연민의 상상력’이라고 부를 만한 특별한 시선이 포착한 결과물로 보인다.

모든 삶에는 항상 ‘고통’이 존재하지만, 그가 이 고통을 통과했듯이, 이 일기를 읽은 독자도 이런 삶의 비극성을 뚫고 빛으로 나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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