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2013. 12. 7. 06:30


사주명리의 원리를 해독하여 

동아시아인이 수 천년 동안 믿어 온 삶의 비의秘意를 드러내다


오랫동안 사주명리는 우리 삶과 일상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어디 가서 물어봤다”며 부모세대는 사주명리나 역술인의 말로 자식의 삶에 간섭한다. ‘궁합이 맞지 않다. 헤어져라’ ‘잠잘 때는 머리를 동쪽으로 두어라’ ‘이사는 반드시 택일해야 한다.’ 등등. 얼토당토않은 미신이라며 반발하는 자식과 사주를 맹신하는 부모는 적잖은 갈등을 빚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궁합 때문에 부모와 불화를 겪었던 경험, 굳이 ‘손 없는 날’에 이사해야 한다는 강권에 평소보다 비싼 이사비용을 치러야 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갖고 있다. 


신랑의 사주가 담긴 함을 보내는 결혼 풍습이나 중요한 날을 받는 택일, 풍수,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관상을 비롯하여 조선의 수도로 서울이 결정된 배경과 사대문의 배치 구조, 건강에 대한 오래된 한의학 이론 등등 모두 음양오행에 따른 사주명리 원리에 의한 것이다. 삼재, 도화살, 역마살 등은 여전히 우리의 대화에서 사라지지 않는 소재이고,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새해만 되면 신년운수를 보는 게 우리의 풍속이다. 21세기에도 관상가가 동석해 있는 기업의 면접 자리도 있는가 하면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사주명리 앱은 인기 콘텐츠다. 이처럼 지금도 중요한 삶의 장면이나 고비마다 함께하며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온 사주명리. 도대체 뭐지? 무슨 원리와 근거로 만들어진 것인가? 과연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믿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왜 사주를 보는가?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삶의 원초적 불안을 견디기 위해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인이 의지해 온 삶의 믿음 공식인 사주명리, 이에 대해 공학도가 과학적으로 해석했다. 사주명리는 어떻게 프로그래밍 되었는지, 사주의 원리와 사주를 만든 사람들의 세계관, 사주가 수천 년 동안 어떻게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프로그래밍했는지 밝힌다. 우리의 삶을 보이지 않게 지배해 온 사주명리를 제대로 앎으로써 단지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때론 경이감과 모호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던 이 프레임을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기회,  삶에 대한 사유의 폭이 유연하게 넓어지고 깊어지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쉽고 명쾌하게 정리해낸 이 책의 사주 원리는 누구라도 자신의 사주를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의논 상대가 없는 괴로운 문제에 대해 실마리를 찾고 있거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이 역술가의 말에 휘둘리기보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으로 사주명리를 공부해 온 괴짜 공학도가 쓴 흥미로운 교양서


기존 사주명리학 책들이 일방적으로 원리를 전하는 데 치중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회의적이고 분석적인 공학도가 과학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새롭게 해석해낸 사주명리학의 세계다.  역으로 전통과 단절되어 근대 서양 문명적인 세계관에 치우쳐 있는 한국인에게 사주명리를 통해 동아시아인들의 전통적인 세계관을 해석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로서 IT업계에서 프로그래머로, 벤처사업가로 활동해왔다.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10대 시절 우연히 사주명리와 주역을 접한 뒤 혼자 동양 고전과 서양 철학책들을 파고들며 삶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다양한 스승들을 찾아다녔다. 과학으로 삶의 신비를 풀기 위해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파고들어 지금까지 이어온 공부와 숱한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자문해온 개인적인 경험들은 이 책을 재밌고 흥미롭지만 깊이 있는 교양서로 만들었다. 


고대부터 이루어진 자연관찰과 경험 축적의 산물인 사주명리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역학이다. 저자는 사주명리가 어떻게 동양의 우주론을 바탕으로 천문역법과 인간의 운명을 결합시켜 농법과 세시풍속을 비롯, 일상의 길흉화복까지 예측하는 체계를 만들어내는지 분석한다. 고대 동양인들은 왜 음양으로 우주를 파악했는지, 왜 오행을 설정하게 되었는지, 왜 하필 다섯 개, 나무, 불, 땅, 쇠, 물을 생각해내게 되었는지, 천간과 지지라는 단어 뜻에 담긴 의미와 십이지지에 왜 하필 동물 12가지를 매칭시켰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수천 년간 동아시아인들의 집단 무의식과 조우해왔는지 분석한다.

 

또한 현대 역술가들이 이용하는 심리기법을 적나라하게 분석하여 실상 ‘점괘는 무의식의 거울’임을 짚어낸다. 사주명리나 주역을 안다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동아시아인의 집단 무의식과 연결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주명리학이 지금껏 살아남은 그 중심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기 위해 내가 태어난 시점의 의미를 해석하고,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이 오래된 질문과 욕망 들이 축적된 코드인 사주명리를 해독하는 것은 이것을 만든 동아시아인들의 세계관을 아는 것이다. 이 세계관은 한마디로 “자연의 변화가 곧 인간의 변화이다.” 


자연은 부정확하지만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변한다. 인간의 운명도 규칙적으로 변화한다고 믿었다.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나’라는 생명체를 특정 시점의 우주적 기의 교차점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교차점의 좌표는 생년, 월, 일, 시. 이 네 가지 요소가 모인 것이다. 이 네 가지 변수를 일컬어 나를 이루는 ‘네 개의 기둥’이라는 뜻의 ‘사주四柱’라고 이른다. 각 기둥마다 하늘의 열 가지 기운과 땅의 열두 가지 기운이 결합된 60가지 조합이 매칭된다. 이것이 육십갑자이다. 계절의 특성이 인간의 운명에 년, 월, 일, 시에 각각 60회를 반복하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인들이 자연에 순응해온 것은 자연과 인간의 운명은 비슷하게 진행된다는, 오래된 프로그래밍에 의한 것이다. 


모든 것이 자연에 따라 변한다는 생각은 ‘왕후장상의 씨가 아니더라도’ 우연히 태어난 생년월일시, 즉 사주팔자에 따라 누구나 왕이 되고 장상이 될 수 있다는 기회균등 사상과 연결되어 역사적으로 반란 사건에 중요한 이데올로기를 제공했다. 삶의 변화가능성은 곧 평등사상을 내포하며 반전의 기회에 대한 희망과 맞물리게 된다.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으로 현실을 초월하기보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운명을 예측하면서, 현실에 치열하게 집중하고 긍정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노력의 결과가 사주명리학과 주역을 만드는 것으로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운명을 해석하는 자에게 절망은 없다”


춘추전국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공자부터 성리학을 연구했던 퇴계 이황, 왜군을 물리치는 전장의 이순신 장군까지, 동양의 문명과 역사를 일궈낸 사상가, 성인군자, 영웅 들이 스스로 배워서 본인이 직접 점을 쳤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가. 사주명리나 주역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중심적인 편향을 극복하고자 했던 도구였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생각의 끝에서 스스로 점을 쳤던 조상들의 치열했던 삶의 태도를 통해 운명은 스스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답은 나에게 있는 것이고 문제를 풀 주체도 나 자신이다. 


자신을 바꾸어 세상에 맞추어 갈지 아니면 내가 세상을 바꿀지 고민할 때 우리에게 주는 힌트가 바로 점괘였던 것이다. “세상은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점을 보는 순간, 새로운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사주명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알면 비난도 숭배도 사라진다. 역술가의 말에 휘둘리지 않도록 스스로 사주를 해석할 수 있도록 책이 쓰여져 삶에 대한 건강한 자의식을 회복하게 만든다. 주역이나 사주는 사람의 미래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임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은 오직 과학의 몫이다’라는 공학도다운 결론으로 책은 끝맺는다. 


저자의 머리말 중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 설명하기 힘든 삶의 부조리와 모순들 속에 미래를 예측하던 온갖 법칙과 거대 담론들이 힘을 잃었다. 반면 기술 혁명으로 정보는 넘쳐나지만 개인이 자신을 성찰하고 진득하게 삶을 계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현실로 풀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현실을 넘어서는 신비의 도구를 원하게 된다. 신비의 도구, 바로 점술이다. 동양점술의 이론적 배경인 음양오행학이 발달한 춘추전국시대와 지금 시대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중국철학자 펑유란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중국 역사상 일대 ‘해방의 시대’였다고 봤다. 당시의 정치제도, 사회조직, 경제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인들은 자고 일어나면 전쟁을 겪어야 했다. 기원전 770년부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 기원전 221년까지 매년 평균 3회의 전쟁이 터졌다. 자고 일어나면 싸움이니 살기 위해 온갖 술수와 계략들이 발명되었다. 싸움 때문에 머리를 쓰는 모략이 발달하고, 동시에 점술이 발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이런 해방과 환란의 와중에 삶의 믿음 공식이 정립되었다. 바로 사주명리학이다. 자연에 대한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운명을 예측한 것이 사주명리학이다. 지극히 현실중심적인 동아시아 문화가 낳은 유산이다.”


“사주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헛소리일 뿐이다. 사주는 보는 사람마다 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주관오류 그 자체다. 역술가들은 일관된 논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공부해 보면 모호하기 그지없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니 오류의 가능성을 깔고 보는 것이 사주이다. 극단적인 과학과 효율의 시선으로 보면 일고에 가치가 없는, 없어져야 할 잡술이다. 하지만 수천 년 동안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던 음양오행을 잡술이라고 폄하만 할 수 있을까. 수천 년간 존재했다면 그 세월 자체가 ‘가치’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사주명리학을 구성한 무의식의 코드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수천 년간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프로그래밍한 것이 사주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사주명리를 비과학과 전근대의 유물로 취급하며 무시하지만, 내 사주는 궁금하고 보고 싶다. 아이러니다. 비판은 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더 궁금한 것이 사주이다. 이런 단순하지만 강력한 이유로 현재까지 사주명리는 존재하고 있다. 나는 이 사주명리가 어떤 원리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논리적으로 뜯어보고 싶었다. 가능하면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싶었다. 바로 애매함 속에 숨어 있는 ‘신비’의 정체를 알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 저자 소개 >>

고진석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공학도이지만 졸업 후 성철 스님과 숭산 스님을 만나 불교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수행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프로그래머로서 국내 1호 쇼핑몰 ‘인터파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IT 업계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아이러브스쿨> 기술이사와 <애드온게임>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10대 시절 사주명리와 주역을 접했다. 이후 독학으로 사서삼경, 춘추 등 동양고전을 섭렵했고 서울대 상담심리 교육과정, 서울대 동양사상연구회 과정,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 전문가과정 등을 이수했다. LG그룹 신입사원 면접 프로젝터, 중소기업연수원 강사 등으로 활동했고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일에 대해 자문해왔다.

     

현재 후배들과 함께 창업한 학습 프로그램 회사인 ‘스터디코드’를 운영하며 ‘서울대 벤처지원센터’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대답의 책》, 《우리는 어떻게 프로그래밍 되었는가》 등이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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