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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6 :: 삼천리,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 펴내
신간소개 2013. 12. 6. 11:52





인류 보편사의 큰 흐름 속에서 재구성한 아프리카의 진면목


카이로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세네갈에서 에티오피아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대륙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자연환경 속에 독특한 역사를 이룩해 왔다. 지중해와 대서양, 인도양으로 내달리는 거대한 나일 강과 콩고 강, 나이저 강, 잠베지 강은 저마다 다채로운 문화권을 만들어낸 대동맥 구실을 했다. 배냉, 오요, 부간다, 줄루를 비롯한 왕국들이 세력을 확대하기도 하고, 이슬람과 기독교라는 양대 ‘문명’이 들어와 교류하고 다투면서 부침을 거듭했다. 장거리 교역과 해외무역에 따라 아프리카 사회와 정치 조직도 본질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해외 무역과 지구적 수준의 상업 팽창은 또한 한 사회를 위아래를 동시에 출렁이게 만드는 사회적 유동성과 결합하면서 정치권력의 균형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21세기 초에 아프리카가 당면한 문제를 역사화하는 데 실패할 경우, 역사가들은 아프리카의 미래를 상대적으로 음울하게 진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을 쓰면서 내내 지적했듯이, 아프리카의 역사는 민중적 관점에서 볼 때 지난 두 세기 동안 범상치 않은 역동성과 창의성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아프리카인들이 앞으로도 혁신과 발전을 꾸준히 선도해 나갈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과제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결국 오늘날의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주체는 바로 아프리카인들이다. 누구도 그 일을 담당할 수 없다.”(본문에서)



이 책은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갈등 속에서 현대 아프리카의 모양새가 형성되어 온 과정을 일관된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고 있지만 장마다 핵심 쟁점이 되는 주제를 가려낸 뒤에 좀 더 포괄적 논의를 통해 세계사의 보편성 속에서 아프리카의 특수성을 이해할 있도록 했다. 아프리카 현대사를 따라가다 보면 줄루의 샤카나 부간다의 무테사를 비롯한 왕국의 지배자는 물론 은크루마, 니에레레, 상고르, 나세르, 만델라 같은 수많은 아프리카 위인들이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리빙스턴, 스탠리, 루가드, 로즈에 이르는 탐험가, 선교사, 사업가에서 처칠, 드골, 스탈린, 무솔리니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세계사의 거물들도 나온다. 


그럼에도 지은이는 병사, 노동자, 이주민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휩쓸리거나 주체적으로 동참한 개인들의 삶에도 눈을 떼지 않는다. 근대화, 제국주의, 민족주의, 저항과 탈식민화 과정에 대한 엄밀한 분석을 통해 아프리카의 핵심적인 과제와 전망을 논의한다. 그리하여 지은이는 “역사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사람의 처지에서 정당성을 구현”하고자 한 최초의 목표에 끈질기게 다가가고 있다.

 


편견과 오해의 뿌리, 유럽중심주의


세계사에서 하나의 문명권을 이루고 살던 집단이 한때 유럽 바깥의 세계를 황무지로 인식하던 때가 있었다. 심지어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아프리카인들은 더없이 ‘자연스러운’ 노예로 인식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대서양 노예무역을 통한 서양 문명의 ‘압축 성장’은 그들이 아프리카를 인종차별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던 시점과 일치한다. 이렇게 확립된 유럽중심주의는 20세기 내내 인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영향을 주었다. 어쩌면 이 기간 동안 대다수 인류가 유럽인들이 만든 문화적 프리즘을 통해 아프리카를 바라보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도 방송과 신문을 비롯한 온갖 미디어의 시선은 대체로 아프리카를 인간의 문제가 가장 참혹한 방식으로 드러나는 곳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편으로 아프리카는 세계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불행의 희생양이었다. 노예무역과 자원 수탈, 제국주의의 아프리카 쟁탈전은 물론 냉전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양극화마저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처지를 고려했을 리가 없다. 몇몇 강대국은 냉전 상황을 이용하여 대륙에서 입지를 굳히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을 뿐이고 기존의 갈등을 악화시키거나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냉전 시대 소련과 중국은 사회주의 헤게모니의 확대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지원하고 개입했으며, 서방세계는 이 기간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추악한 정권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런 유산은 내전과 분쟁으로 얼룩진 수많은 갈등으로 오늘날까지도 지속되었다. 지구촌 세계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아프리카의 빈곤과 부채, 저개발 경제는 식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탈식민 시대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이 유산으로 물려받은 사회질서와 제도는 균형이 잡혀 있지 않았고 토대도 취약했다.



도약과 갈등, 아프리카는 어디로 갈 것인가!


20세기 말에 와서는 ‘아프리카의 상태’를 둘러싸고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1994년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권이 민주적으로 전복된 해이자, 넬슨 만델라의 염원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무지개 국가’로 다시 태어난 해이다. 동시에 채 한 달도 되기도 전에 르완다에서는 1백만 명을 헤아리는 목숨을 앗아간 대량학살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이런 사건은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전환점’ 또는 ‘새로운 시작’을 무작정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는지 경고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안팎에서 나오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성급한 슬로건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그런가 하면 역사의 흐름을 주체적으로 변혁해 나간 역동적이고 뜨거운 아프리카 사람들의 항쟁도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그들은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범아프리카회의(PAC)로 상징되는 정치활동, 20세기 중반 이후 독립과 탈식민화 정책을 주도해 나간 나라별 민족주의 조직들,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의 반제국주의 투쟁과 대기업에 맞선 광산 노동자들의 파업, 모로코의 지배에 맞선 사라위 사람들의 투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치안군에 맞선 소웨토 평화행진 같은 운동을 펼쳐 나갔다.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는 아프리카 관련 최근 연구 성과는 물론 세계 역사학계의 관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문명 교류와 이주, 인종과 인구 문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편견과 오해에서 해방시킬 뿐 아니라 현재의 성찰과 미래에 대한 전망과 선택의 폭을 훨씬 더 넓혀 줄 것이다. 그 밖에 상세한 지도와 그림, 사진을 실어 다양한 시공간 속에 나타나는 대륙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온전한 통사 체계를 갖추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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