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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6 :: 백영규 시인의 사랑의 송가-4, '고향'
  2. 2013.12.03 :: 김만수 시집 '바닷가 부족들' 출간
신간소개 2013. 12. 6. 10:01




솜털보다 부드러운 파아란 밍크를 깔고

꽃은 피고 지고 즐거운 평안이 있는 흐르는 내 땅 고향

손 내밀고 잡아줌이 힘이었고 정이 사랑이 늘상 흐르는 고향



시골 목사 백영규 시인이 그의 네 번째 사랑의 송가, 『고향』을 가지고 독자 곁을 찾아왔다. “고향은 태어남이고 모든 시작이고 묻히고 싶은 마지막 땅이고 그리움이 찾아오는 영원함”이라고 말하는 백영규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는 고향에 대한 그의 아련한 사랑과 특별한 애착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 따라서 『고향』은 읽는 이들에게 고향과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 이야기이다.


지금 가보면 낮은 언덕 / 얕고 좁아진 시냇가 / 작아 버린 산 // 울타리 담장 밑 / 낯익어 보여도 / 이름 모르는 / 들 꽃 뿐 / 풀냄새 / 향수보다 더 진한 // 하늘만큼 높아 보이던 / 언덕 위에 교회 / 낮게 / 외로이 서 있고 // 모두 낯선 사람들 / 눈빛으로 / 겨우 인정이 오는 // 아버지 어머니 / 동생들이 같이 살던 / 가슴 뭉클한 / 그리움이여

- 「고향 2. 겨우 인정이」


시인의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시 한 편이다. 어릴 적 나의 고향은 그토록 크고 넓었건만 지금 가보면 이토록 낮고 작고 좁을 수가 없다. 하지만 고향은 시인의 유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고향에서 함께 살던 가족들도 지금은 없고 어릴 적 함께 살을 부비며 지내던 고향 사람들도 모두 떠나고 없지만, 고향이라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낯선 이들의 눈빛에서 인정을 느낄 수 있다. 다시 찾은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던 행복한 옛날을 떠올리며 “가슴 뭉클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병사놀이에 / 소를 타고 / 똘망이들 데리고 / 행진하다가 // 아버지에게 작대기로 / 손목을 맞았는데 / 늘 물으셨다 / 손목이 괜찮느냐고 // 괜찮은데 / 어느 때나 / 내 손목을 바라보시던 // 아버지 나를 바라보시고 / 손을 보시고 / 오래오래 / 미안해하시던 // 아버지 세상 떠나시던 날 / 나는 아버지의 손을 / 힘 있게 잡고 / 놓지 않았습니다. / 내 손은 아무 일 없다고.

- 「고향 15. 아버지 손을」


『고향』에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그곳에서 함께 살았던 가족들과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지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동생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비롯해 장돌뱅이 할배, 빨치산 아줌마, 흔들 할아버지, 조간수 아저씨, 준꼬 등 실제 고향 사람들의 별명과 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로써 실감나게 노래하고 있다.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험준한 시대를 살면서 힘들지 않았고 기쁨으로 지낼 수” 있었다고 말하는 시인의 노래를 통해, 독자들도 아름답고도 가슴 찡한 과거의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


백영규

- 전남 함평 출생

- <창조문예> 등단

-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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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3. 12. 3. 00:38



■ 책소개

 

고라니고라니고라니/ 고라니라고 중얼거리다보면 보인다/ 보현산 참새미/ 굴러오는 물방울 더미// 저쪽 고구마밭머리 멀뚱하니 선 채/ 먼 하늘/ 아득히 따라가는/ 눈 맑은 수수꽃다리 너// 보급투쟁 내려온/ 어린 파르티잔 같다

- 「고라니」 전문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만수 시인의 7번째 시집. 『바닷가 부족들』(도서출판 애지)은 우리들 삶의 구체적인 현실을 시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특히 육친의 사별에 대한 경험과 통증이 인간의 존재론적 사유로 나아가면서 곡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것은 또 이웃과 마을과 바다로 외연을 넓히고 종종 막막하고 고독한 자아에 대한 성찰로 귀결되곤 한다.

 

“생젖 흐르는 소리를 기다렸으나/ 아무것도 고여 들지 않았고/ 더 깊이 갇혀버린/ 젖 창고”를 기다리거나 “꿈꾸던 사랑과 혁명과 구원이/ 선명한 불꽃으로 타오르던/ 강 언덕에서/ 아직도 막막하고 질긴 문장을 떼어내며/ 간절히 낡은 묵주를 넘기고 있”(「북한강」)기도 하다. 또는 “눈을 따지 않은 알갱이로/ 그대 좁은 뒤주에 들어/ 천년을 눈 뜨고 엎드렸다가/ 몇 홉 씨앗들과 함께/ 아직 푸른 눈의 설렘으로/ 너의 몸에 싹틔우고 싶다”(「현미」)는 바람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쉰」에서는 자본의 사회에서 잘 소비되지 않고 잘 읽혀지지 않고 있는 자아를 얘기하고 있다. 우리 누구도 이러한 자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나를 떠메고 가는 내가 보였다”는 진술처럼 좌절과 상실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의지를 낳는 동력으로 그려지고 있는 점이 시인의 장점으로 보여진다.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의 마을로 보급 투쟁 내려온 어린 고라니처럼 생명에 대한 발원이 가득한 이 시집을 두고 차영호 시인은 “바닷가 부족들이 울리는 북소리다.”라고, 이정록 시인은 바다의 너울과 파도의 “고해에서 작살에 피 흘리는 고래의 숨소리와 광어의 뱃가죽 같은 순백을 끌어올린다.” 라고 헌사하고 있다.

 

 

 ■ 책속에서

 

나는 잘 소비되지 않았다

신화가 얽혀지던 불의 축제

뜨거운 페이지 뒤란에서

젖은 나무토막으로 웅크린 시간들

비춰지지 않았으므로

반사되지 않았고

나는 읽혀지지 못했다

 

사소한 서사에도

밀려났다 캐스팅되지 못했다

햇살이 낮게 굴러와 죽었다

찰방거리는 물길을 만들며 빛이 사랑이

번질 거라 믿었다 거짓이었다

수없이 개복하고

길을 만들고 성을 쌓았다 늦은 나무를 심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성 위에는

찢긴 깃발이 더 깊이 죽었다

나를 떠메고 가는 내가 보였다

 

― 「쉰」 전문  

 

 

■ 추천글

김만수 시인의 시는 ‘바닷가 부족들’이 울리는 북소리다. 그들이 지닌 ‘오래된 물통’에는 ‘바람칸이 무너진 하모니카며 ‘놋종’이랑 ‘은빛 자전거’ 등 온갖 것들이 ‘정박’해 있어 시인은 오늘도 몇몇 도막을 꺼내들고 화톳불을 지핀다. 이를테면 ‘별싸라기 한줌’을 조몰락거리다가 ‘토끼 교미 날짜가 적힌 공책’을 들춰보고는 ‘가슴이 뜨거운 새’들을 하늘 멀리 놓아 보내는 것이다.

시들부들한 것들도 그의 손길에 닿으면 금세 생생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서정이 된다. 나는 올 봄 내내 그의 詩稿를 넘기며 그의 서정에 흠씬 젖었다.

_차영호(시인)

 

시의 너울이 둥글다. 파도의 마루가 완만하다. 하지만 시인은 그 고해에서 작살에 피 흘리는 고래의 숨소리와 광어의 뱃가죽 같은 순백을 끌어올린다. 시인의 눈과 가슴 사이의 닻줄이 길어서, 파도에 쓸려나간 뱃머리는 곧잘 여에 부딪는다. 모래 언덕에 기어 올라와 멍하니 먼 바다를 내다보기도 한다. 무위(無爲)의 파도가 몽돌의 매끄러움을 낳았구나. 요번 시집에는 「젖창고」 「북한강」 「아구」 「현미」 등, 서시가 많다. 오래 걸어온 자의 깨우침이요, 다시 멀리 나아갈 필경(筆耕)의 보습 갈아 끼우기이다. “새들이 찍고 가는 울음의 무늬”와 “생젖 흐르는 소리”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생명의 강보를 짜고 있다. 그가 펼쳐놓은 시의 조붓한 길을 따라가다가 「표준전과」 「샛강」 「사진」 등의 포대기를 만나면, 문득 옥수수 삶는 냄새처럼 칭얼거리고 싶어진다.

_이정록(시인)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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