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2014. 4. 16. 13:59




당신은 아직 제주도에 갈 준비가 안 되었다


제주도로 이주하고 싶은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운영하는 <제주살기>라는 누리집을 찾을 수 있다. 제주도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제주‘도’ 차원에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공간을 웹상에 꾸린 것이다. 주거 문제부터 취업, 육아, 문화, 교육, 건강 정보는 물론, 귀농, 창업, 문화 예술 등 분야별로 정착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수록했고, 관련 커뮤니티 등도 꼼꼼히 소개한다.


제주도처럼 아니 제주도만큼 어느 한 지역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왜 이렇게 제주도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제주도 이주가 삶의 해답일까? 과연 삶에 해답이 있을까? 이 책의 지은이 오동명은 이런 질문에 하나씩 답한다. 그 답은 제주도 이주민으로 살았던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와 제주도에서 만난 40여 가족의 이야기 속에 있다. 


물론 딱 떨어지는 명쾌한 해답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여러 사람의 삶에서 단 하나의 해답을 찾기란 어렵기 마련이고, 삶의 해답은 결국 각자의 몫이란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당신에게 하나의 해답을 줄 것이다. ‘당신이 제주도에 갈 준비가 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를.


벗어나고 싶은 곳과 살고 싶은 곳, 그 사이에 섬이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이유로 제주도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하다 보니 너무 좋아서 이주한 사람, 한적하게 살고 싶어 이주한 사람, 갑갑한 도시에서 탈출하듯 이주한 사람, 가족을 따라 이주한 사람,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어 이주한 사람…. 이들 가운데는 제주도를 떠난 사람도 있고, 제주도에 잘 정착해서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지은이는 단지 남 얘기하듯 전하지는 않는다. 


지은이 자신 역시 겪는 삶의 문제이자 사람의 문제라서 그런지 때로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때로는 부러운 시선으로 이야기 하나하나를 들려준다. ‘제주도에서 할 것 없겠어?’ 하고 무작정 제주도로 이주하여 괴로운 나날을 살아가는 J의 모습을, 또 수년간 제주도를 공부하고 이주를 준비하여 제주도에서 잘 살아가는 H의 모습을 듣노라면, 우리는 그들에게서 각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생채기가 덧나지 않도록 바르는 따끔한 소독약처럼,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미 알고 있는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꼬집는다. 지은이의 말처럼, “의미 있는 삶에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벗어나고 싶은 곳과 살고 싶은 곳,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직시할 때, 비로소 제주도가 손짓할 것이다.


여행은 삶이다, 그러나 삶은 여행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제주도에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계획하는 일이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게스트하우스만 400개 이상 있다고 한다. 지도를 펴놓고 제주도를 열 개의 구역으로 나눈 뒤 구역 하나당 점을 40개씩 찍어보면 400개라는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금방 알 수 있다. 더구나 제주도 한가운데 솟아오른 한라산과 복잡한 제주 시내를 제외하고 나면, 게스트하우스들 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 짐작이 된다. 


때문에 의욕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가 낭패를 본 이주자들이 다시 되팔려고 내놓은 곳이 많다고 한다. 소위 “눈 먼 외지인”을 기다리는 게스트하우스들이다. 어떤 삶을 원하든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것 또한 엄연한 삶이다. 과거에는 유배지였으며, 근현대사를 지나는 동안에는 피로 물든 한 맺힌 역사가 있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것을 2박 3일 여행으로 여기지 말라고 지은이는 당부한다.


“대부분 살림집을 겸한 자그마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차립니다. 제주도를 즐기면서도 적당한 수입도 기대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 이들 중 상당수가 1, 2년 사이에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되팔려고 내놓습니다. … 투자한 본전 생각에 상황은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내놓는 가격은 오히려 올라만 갑니다. 성급하고 눈먼 또 다른 외지인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제주도를 위하여

이 책은 40여 가족이 넘는 제주도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가볍지 않는 내용으로 담아냈다. 이들의 참으로 다양한 사연과 지은이의 이야기를 버무려 읽다 보면 또 다른 재미도 발견하게 된다. “안고라주젠마씸(안 가르쳐주겠다)”, “괸당(가까운 친척)”, “모살(모래)” 등 제주도 사투리와 “죽어지는 세(연세)”, “입도세(제주도 이주에 따르는 대가)”, “육지것”, “섬것” 등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가 빚어낸 말을 읽어가는 재미가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화산섬인 제주도에는 당연히 화산석이 많다. 


그런데 송이와 삼나무도 많다는데 왜 그런 것일까?’처럼 제주도의 특징적인 환경이나 생활 문화에 대한 글을 본문 중간중간에 정리해두었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직접 그린 그림과 찍은 사진은 물론, 정성 들여 깎은 돌판화를 글과 같이 감상하다 보면, 지은이의 말처럼 “아름다운 구속의 섬, 제주도”가 문득 좀 더 넓고 깊어진 모습으로 눈앞에 그려진다.


지은이 오동명 

제일기획을 거쳐《국민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로 오랫동안 일하며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의 길을 따라 걸었다. 이후 언론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만 하기에 앞서>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남긴 뒤 언론사 그리고 서울을 떠났다. 마흔 초반까지 타인을 의식하며 쌓았던 모든 이력을 버린 대신 스스로 행복해지는 삶을 찾아 살고 있다. 춘천과 홍천, 대전 그리고 제주도를 거쳐 현재는 지리산 자락에 머물며 날마다 새로운 꿈들을 꾸고 그것을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그 꿈은 10대나 20대 때와는 달리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소망들이다. 글을 쓰고, 틈틈이 돌 도장을 파서 지인들에게 선물도 하며, 환갑 때 첫 전시회를 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충남대학교와 전북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제주대학교에서 신문학원론을 가르쳤고, 한국기자상(출판 부문, 1998), 민주시민언론상(특별상, 1999)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부모로 산다는 것》 외에도 《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 《사랑의 승자》, 《오동명의 보도사진 강의》 등이 있고, 아들이 쓴《꽃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삽화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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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2014. 1. 22. 13:03






“안녕하지 못한” 당신에게 던지는 피터 싱어의 ‘궁극적 질문’


전 세계에 동물 해방 운동의 불꽃을 지핀 피터 싱어의 책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피터 싱어는 철학과 특히 종교의 영역에서만 논의가 한정된 듯한 ‘윤리’의 문제를 구체적인 삶의 실천 영역으로 끌어당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각자 나름의 생각을 ‘대자보’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피터 싱어는 서두에서 우리에게 스스로를 향해 ‘궁극적 질문’을 던질 것을 요구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어떤 삶일까?” 이것이 바로 궁극적 질문이다.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각자 진정한 삶의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개개인이 자주 잊고 지내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윤리적 삶의 가능성’을 돌아보게 하는 화두이며, 그리고 더 나아가 ‘좋은 삶’이 현실에서 가능함을 보여주는 상식적인 증명이다. 또한 여러 인물과 사건에 대한 예를 들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지를 피터 싱어는 묻는다. 또 그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10퍼센트만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행동한다면, 이로 인한 삶의 변화는 그 어떤 정부가 주도한 변화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분은 ‘안녕하신가?’ 아니라면 스스로에게 ‘궁극적 질문’을 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행동’한 적이 있는가?


윤리와 자기 이익, 그리고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이 책은 한때 월 스트리트의 거물이자 미국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아이번 보스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돈이 곧 힘인 자본주의 사회, 자본에만 ‘신神’적인 자유가 허락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사회에 아이번 보스키의 이야기는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삶의 풍요로운 가치들이 돈으로 환원되는 순간 보스키는 마약 중독과도 같은 돈벌이에 영혼을 판 파우스트가 되었다. 


미국 부호 명단의 아랫줄에 자신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보스키는 불법 내부자 거래 등을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다 결국 파멸의 길에 들어선다. 윤리와 자기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그는 자기 이익을 선택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와 비슷한 예로 보스키뿐 아니라 여러 인물을 소개한다. 적게 가졌든 많이 가졌든 사람들이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실을, 피터 싱어는 월 스트리트의 주식중개인의 말을 통해 꼬집는다. 


“이 업계에서 부자가 될 수는 없어. 상대적 빈곤의 새로운 수준에 도달할 뿐이지.” 이처럼 윤리와 자기 이익이 부딪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단순히 게임이론만의 개념이 아니다. 인간관계, 업무, 사업, 정치, 외교 등 ‘관계’가 성립하는 모든 영역에서 반드시 이런 상황이 닥치게 마련이다. 더구나 하나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이 되면, 필연적으로 ‘죄수의 딜레마’를 맞닥뜨리게 된다. 즉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은 우리에게 윤리와 자기 이익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 바로 이때가 우리들이 고민과 고통 속에 빠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친구를 팔아야 할까? 행복하기 위해 동료를 배신해야 할까? 과연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 피터 싱어는 액설로드의 유명한 게임이론인 ‘팃포탯Tit For Tat’을 들어 이 딜레마를 합리적으로 극복하는 방안을 친절하게 제시한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무려, 칸트를 깨는 논리와

감히, 예수를 넘은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현대의 시시포스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실천윤리


흔히들 우리의 삶을 ‘다람쥐 쳇바퀴’에 비유한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시시포스의 신화’를 예로 들어,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루함과 고통의 연속이 삶이라면 카뮈의 말대로 “자살”만이 가장 “진지한 철학적 문제”일 것이다. 시시포스가 자살하지 않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칸트의 말대로 의무는 의무이기에, 도덕은 도덕이기에 윤리적으로 살아야 한다면 우리의 삶은 의미가 있을까? 아니면 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약속대로 천국에서 큰 상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우리의 삶에 그 의미가 생길까? 피터 싱어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해답의 단서를 찾는다. 영생을 얻기 위한 여행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길가메시는 자신의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윤리적 책임을 다해 통치한다. 


비로소 길가메시는 오랜 방황을 끝내고 행복하고 좋은 삶을 영위하게 된다. 즉, 저 높은 산정을 향해 의미 없이 바위를 굴리는 시시포스의 삶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각자는 ‘삶의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고 피터 싱어는 말한다. 개개인의 문제를 내면에서 찾으려고 하는 수많은 프로이트파 정신 분석학자들처럼 자아의 ‘안’에서 길을 잃지 말고, 자아의 ‘밖’에서 길을 찾을 것을 역설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서 죽음과 절망의 문턱에서 나날을 보낸 심리 치료사 프랑클은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동료 수감자들의 몸과 마음이 부패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가 인용한 니체의 말처럼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피터 싱어가 소개한바, 세상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이 삶의 목표인 헨리 스피라처럼 우리들 개개인이 좀 더 폭넓은 관점(우주적 관점)으로 각자의 삶의 목표를 향해 살 것을 당부한다.


“분명한 사실은 가치 있는 일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자신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윤리적 삶을 산다는 것은 이 세상의 온갖 고통에 연민을 느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애쓴 위대한 전통에 참여하는 것이니까요.”



저자 소개

지은이 피터 싱어Peter Singer


피터 싱어는 1946년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나 멜버른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공리주의에 바탕을 둔 윤리 체계를 정립하여 빈곤 및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실천주의 윤리학자로 역사, 종교, 문화 등 인간의 총체적 삶을 조명하며 자신의 실천윤리관을 펼쳐왔다. 윤리학 및 이와 관련된 철학 분야를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쓰고 엮었으며 대표작 《동물 해방》은 전 세계에 동물해방 운동의 불꽃을 지폈다. 


또한 낙태의 합법화, 유전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와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 지지 등으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뉴욕 대학교, 콜로라도 대학교, 캘리포니아 대학교, 러트로브 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동물권익옹호단체인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 생명윤리학 석좌교수로 있으며, ‘인간가치센터’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2005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오르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동물 해방》, 《실천윤리학》, 《사회생물학과 윤리》, 《다윈주의 좌파》,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삶과 죽음》, 《세계화의 윤리》, 《죽음의 밥상》 등이 있고, 엮은 책으로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 등이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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