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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2 :: 풀꽃선생의 남중 이야기 '내 어린 늑대와 강아지들'
신간소개 2013. 12. 12. 02:30




<< 책 소개 >>


《내 어린 늑대와 강아지들》은 23년 동안, 남중에서 남중생들만 가르쳐 온 한 여교사의 교단 일기이자 생태 보고서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가 가장 큰 사춘기, 소년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기엔 학교의 울타리는 비좁기만 하다. 초등학생티를 채 벗지 못한 1학년 강아지들과 막 야성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말썽꾸러기 2학년, 짐승 포스와 소년의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3학년. 이 ‘혈기 방자’한 소년들의 서식지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100m를 22초에 주파하는 풀꽃선생의 유쾌한 동분서주도 멈출 틈이 없다. 


덩치만 컸지 마음은 유리처럼 깨지기 쉽고 투명한 소년들. 아직 발톱을 숨기는 법을 배우지 못한 그들의 좌충우돌은 때론 교사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긴다. 하지만 그마저 사랑과 관심의 표현임을 스승은 잘 알고 있다. 


상처 입은 짐승처럼 소년들 또한 아픔을 드러내기보다 숨기는 것에 더 익숙하다. 호의나 선의를 갖고 다가가는 이에게조차 ‘으르렁’거리며 공격하려 드는 것도 닮았다. ‘품으며 가르친다’는 풀꽃선생과 소년들의 속살을 들춰 보면 모두 상처투성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 위로 딱지가 생기듯 교사와 학생이 만들어 가는 믿음과 사랑은 서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풀꽃선생의 교실이 아름다운 이유도 어쩌면 훈장처럼 새겨진 그 상처의 흔적, 추억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보루가 될 수 있을까? 이 땅의 척박한 교육 풍토, 어쩌면 아이들에게 최악의 서식지인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풀꽃선생의 통찰은 날카롭지만 또한 아프고 쓰라리다. 소박하고 진솔한 물음은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자기반성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꽃선생은 ‘혼자 잘 울고, 아이들과 함께 잘 웃는 교사들과 함께’ 이 책을 나누고 싶어 한다.




<< 이 책의 구성 >>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소년에게 물들다〉와 2부 〈이 죽일 놈의 사랑〉, 3부 〈천진하고 무식한 아름다움이여〉는 유쾌하고 엉뚱한 소년들의 매력이 담겨 있다. 4부 〈학교를 그리다〉는 교사와 학교의 역할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한다. 


1부 〈소년에게 물들다〉는 소년들의 매력을 고봉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답답한 학교 안에서도 쉴 새 없이 기발한 놀이를 만들어 내는 건강한 모습, 자신들의 몸을 무기 삼아 노는 통에 깁스와 목발이 빠지면 어색한 교실 풍경, 나팔바지에서 스키니까지 못 말리는 패션, 철부지 아이에서 심연처럼 푸른 눈을 가진 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신비로움, 거기에 사춘기 소년의 사랑까지……. 풀꽃선생과 아이들의 학급 이야기는 시트콤처럼 유쾌하고 첫사랑처럼 풋풋하고 아름답다.     


2부 〈이 죽일 놈의 사랑〉은 사춘기 소년들의 거칠고 미숙한 심리와 특성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술, 담배, 성, 욕설, 폭력 등 고전적인 문제에서부터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담고 있다. 


휴대전화로 여교사의 치마 속을 촬영한 아이에게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건전한 성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한 풀꽃선생의 지혜는 행정적 처벌에만 급급한 학교에 대안을 제시한다. 거친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에게 그 욕의 기원과 뜻을 설명해 욕을 욕답게 쓰도록 가르치는 모습은 고지식한 교사의 모습을 탈피한 신선한 역발상이다. 한편 왕따를 주도하고 폭력을 행사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영혼이 작은 아이’가 늘어나는 현상은 근심스럽다. 풀꽃선생은 이런 ‘아이들의 딱딱한 마음에 보드라운 흙 한 줌, 거기에 생명력 강한 감성의 씨앗 하나 심어 주지 못한다면 진정한 어미도 선생도 아니다’며 교사의 역할을 성찰한다.


3부 〈천진하고 무식한 아름다움이여〉는 제목처럼 자신의 무식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천진난만한 소년들과의 수업 이야기이다. 배우는 것이 본분인 학생들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그게 당연하다. 


하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은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풀꽃선생의 교실은 예외다. ‘샘은 우리가 무식해도 얼마든지 이해해 주실 거죠?’ 하는 아이들의 순진한 표정에 풀꽃선생은 그 천진한 무식함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에 대한 시선도 다르다.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풀꽃선생은 공부가 아이들을 짓누르는 세상이니 아이들의 잠은 교육 현실에 대항한 똥침일 수도, 체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수업 시간에 엎드린 채로, 주워들으면서도 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4부 〈학교를 그리다〉는 풀꽃선생의 교사로서의 자기고백과 교육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교사’라는 어릴 적 꿈을 이뤘지만, ‘좋은 선생’이 되겠다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수업을 녹음도 해 보고, 촬영도 해 본다. 동료 교사들과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고 배우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제자의 쓴소리도 따끔해하며 귀담아듣는다. 먼지투성이 좁은 책걸상에 앉아 있는 아이들, 엉덩이가 터지게 매를 맞을지라도, 소매가 반들거릴 만큼 새까맣게 때가 앉은 교복을 입고서라도 ‘학교에는’ 나오는 그 아이들에게 학교는 최후의 보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이 되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 지은이 >>

안정선 서울 경희중 교사 

사람을 가르치는 일의 막중함을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풀꽃처럼 여럿 속에 묻혀 그 작은 꽃얼굴을 숨기는 아이들, 한 명 한 명 모두 다 당당하고 고운 저 아이들을 제대로 보아 주겠노라는 다짐으로 나는 ‘풀꽃선생’이다. 1989년 강원도 삼척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서울 경희중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어마어마한 욕심을 꼭 이루고 싶다.
함께 쓴 책으로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이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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