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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6 :: 뮤진트리, '내가 사랑했던 것 (What I Loved)' 출간
신간소개 2013. 12. 6. 06:30


세상 그 어떤 소설과도 닮지 않은, 

세상 그 어떤 소설보다 지적이고 풍요로운, 찬란하고 아름다운 소설!


이 소설은 평생에 걸친 러브스토리로도, 인격 장애라는 병증에 대한 탐구로도, 한 예술가의 치열한 삶에 대한 탐구로도, 그리고 미술 비평의 본질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다. 학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소고로도 읽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버리는 날것의 경험을 뼈아프게 대리체험하게 하고, 고통을 공유한 사람들이 삶을 재건하는 기록으로도 의미가 있으며, 실수와 부조리로 점철된 우리 삶에 대한 단상으로도 다가온다. 그러나 시리 허스트베트라는 작가에게 하나의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가 무의미한 것처럼, 《내가 사랑했던 것》 역시 그 모든 층위가 한꺼번에 오케스트라 교향곡처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참모습을 드러낸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책 소개 >>


“자아와 재현, 예술과 비평, 사랑과 절망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소설”  


소설 《내가 사랑했던 것》은 전방위 인문학자이자 비평가 겸 소설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리 허스트베트의 작품들 중, 국내에 소개되는 세 번째 책이다.


1975년 영문학자인 에리카와 결혼한 미술사학자 레오 허츠버그는 소호의 한 갤러리에서 무명 화가의 구상회화 한 점을 보고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을 느껴 그 그림을 사게 된다. 티셔츠 한 장을 몸에 걸치고 손에 장난감 택시를 든 반라의 여인에게 드리워진 관객, 또는 화자의 그림자, 그림의 구도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로퍼를 신은 발목을 그린 이 그림은 빌 웩슬러라는 젊은 화가의 작품으로 <자화상>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 그림의 구매로 인해 화가를 만나게 된 레오는 이후 평생에 걸친 우정을 맺게 되고 그림 속의 두 여인과 복잡하게 얽힌 생의 여정을 함께 하며 서로의 삶의 희비극을 나누게 된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과 죽음 그리고 슬픔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시리 허스트베트만의 세련된 언어로 그려낸 《내가 사랑했던 것》은 예술과 사랑에 대한 지적이고 통렬한 고찰인 동시에, 비극이 지나간 후 자기내면을 오래 응시한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 해외 언론 서평 >>


“훌륭하다...《내가 사랑했던 것》은 최고의 지성으로 쓰인 페이지터너이며, 진중하지만 위트 있고, 대범하면서도 도덕적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 <뉴욕 타임즈 북리뷰> 


“위대한 책이다. 서사적 쾌감이 엄정한 지성과 맞물리는 경우는 그리 드물지 않다. 사실, <모던 라이브러리> 문고를 뒤지며 이미 정전이 되어 공고한 명성을 갖게 된 고전들을 읽는다면 찾기 쉽다. 그러나 동시대의 작가와 그런 관계에 빠져든다는 건... 아찔한 느낌이다. 새로운 픽션을 읽는 우리들은 바로 그런 책을 찾는 걸 꿈꾸지 않는가.” - <뉴스데이> 


“이 책을 진짜 기념비적인 소설로 만든 허스트베트의 특별한 기술은 그녀가 들고 있는 ‘지성’이란 고리를 실제 사람들이 뛰어들어 통과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그녀는 많은 현대 소설가들과 전혀 다른 묘기를 선보인다. 그녀는 정신적으로 흥분시키는 작품을 창조했다.” - <더 선데이 타임스>


“사상들, 감정들로 충만한 소설을 창작하는 데 있어 그 어떤 이미지도 낭비되지 않고 그 어떤 잉여의 문장도 덧붙여지지 않았다... 허스트베트의 소설은 범주화를 거부하는 소리 없이 경이로운 픽션의 역작이다.” - <로스앤젤리스 타임스>


“뉘앙스를 놓치지 않고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에 주목하는 시리 허스트베트의 산문이 성취한 출중한 성과는, 우정이 지성의 강고한 형식이라는 걸 보여준 데 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들은 거의 압도적인 상실감을 인정하지만, 독자의 이해가 이토록 심도 깊기에 그들의 슬픔이 거의 환희처럼 느껴진다.” - <워싱턴 포스트>  



<< 출판사 리뷰 >>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드는 상실이 지나간 후 남겨진 것들 ”


시리 허스트베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작가 폴 오스터의 아내라는 대답이 먼저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격조 높은 소설을, 특히 《내가 사랑했던 것》을 읽은 독자라면 폴 오스터를 언급하지 않고 오롯이 시리 허스트베트라는 작가에 대해, 또 그녀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것》의 이야기는 <자화상>이라 이름 붙여진 한 장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된다. 남자의 티셔츠만 걸친 채 마룻바닥에 누워 있는 여인의 그림. 사실 캔버스 속에는 세 사람이 있다. 누워 있는 여인과, 화폭 바깥으로 막 나가려는 여인, 그리고 그림자로만 묘사된 관찰자까지. 미술사학자인 레오 허츠버그가 1975년 뉴욕 소호의 한 갤러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무명작가 빌 웩슬러의 작품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림의 소유자인 레오는 기억의 눈으로는 이 그림을 선연하게 볼 수 있지만 육신의 눈으로는 그럴 수 없다. ‘본다’는 것이 곧 정체성이었던 그는 중심부에서부터 시야가 흐려지는 안질환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그가 더듬거리는 눈길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다. 정체성이 옅어질수록 기억은 짙어지고, 이윽고 한 점의 그림에서 시작되어 평생 이어진 한 화가와의 우정과 인연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림을 통해 맺어진 레오와 화가 빌 웩슬러의 인연은 평생에 걸쳐 지속된다. 그 세월 동안 두 남자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되고, 위층과 아래층에 사는 이웃이 되며, 예술적 조력자이자 동지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레오와 빌의 관계는 욕망과 탐닉, 선망과 사랑의 존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단순하지 않다. 


그림 속 모델인 바이올렛이 그러하고, 레오의 아들인 매튜가 그러하다. 매튜가 죽고 빌의 아들인 마크가 성장하면서 두 가족의 일상은 행복에서 나락으로, 장조에서 단조로 변환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끓는 슬픔은 사이코 스릴러가 되고, 마침내 기억이라는 관점에 대한 명상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그림을 통해 맺어진 화가와 미술 비평가의 25년에 걸친 우정, 그리고 두 남자의 가족이 겪는 행복하거나 절망적인 삶의 굴곡들. 두 가족이 겪는 삶의 희비극은 《내가 사랑했던 것》을 구성하는 중요한 서사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서사보다 더욱 주목할 것은 그 서사를 바라보는 화자의 관점이다. 소설 속 화자인 황혼의 남자 레오는 시력을 잃어가며 이렇게 고백한다. 또렷하게 보기 어려운 증세는 눈이 나빠지기 한참 전부터 나를 괴롭혔으며, 그것은 예술뿐 아니라 삶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다’는 행위 자체에는 그것을 보는 주체가 들어 있지 않다. 레오가 바라보는 빌의 그림 속에 관람자(레오)의 모습이 담겨 있지 않듯이. 거울이나 카메라를 통하지 않고 멀리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싶은 욕망은, 관람자인 동시에 주체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라보는 사람’인 레오가 ‘창작하는 사람’인 빌에게 품었던 동경, 그 자신이 죽음에 가까워지기 전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빌에 대한 질투와도 맞닿아 있다. 


보는 것이 업이자 정체성이었던 레오는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눈앞이 흐릿해진 뒤에야, 눈이 아닌 기억을 통해 과거에 자신이 보았던 것을 다시 응시한다. 시종일관 독백처럼 이어지는 회상이 지금 이 순간보다 치열하게 느껴지는 것은, 관람자이자 주체자로서 새롭게 생성된 레오의 관점 때문일 것이다. 


너무 선명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 너무 명백해서 알지 못했던 것들이 드러나는 순간, 산발적으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비로소 하나의 삶으로 완성된다. 시리 허스트베트는 레오의 입을 빌려 과거가 현재였던 순간, 우리가 놓쳤거나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린 ‘시선 너머의 것’을 집요하게 추궁한다. 


말년에 이른 그의 회상은 온통 상실의 경험으로 점철되어 있다. 행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아들을 잃었고, 돌아올 수 없는 아들로 인해 아내를 잃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우정을 쌓은 친구를 잃었고, 내밀하게 사랑했던 여인을 잃었으며, 끝내는 아들처럼 여겼던 친구의 아들마저 잃고 만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레오는 기억을 ‘보는’ 일을, 과거시제의 아픈 문장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 책에서 예술은 한없이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져 있어, 단순히 숨겨진 감정을 조명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주체가 된다. 박식한 미술사학자를 화자로 등장시킨 만큼, 예술과 인문에 대한 지적 향연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예술과 사랑에 대한 지적이고 통렬한 고찰인 동시에, 비극이 지나간 후 자기내면을 오래 응시한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우리는 좀 더 용기를 가지게 된다. 불가해한 것들을 이해하려는 가망 없는 노력을 그만두지 말아야 한다는. 



<< 지은이 >>


시리 허스트베트Siri Hustvedt


전방위 인문학자이자 비평가 겸 소설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리 허스트베트는 1955년 미국 미네소타 주 노스필드의 노르웨이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청소년기에 노르웨이의 베르겐에서 지내기도 했으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미네소타 주의 사립명문 세인트 올라프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찰스 디킨스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1983년에 작은 시집《Reading to You》를 출간했고, 소설가로 전향한 후 1992년에 발표한 첫 소설《눈가리개The Blindfold》는 ‘올해의 미국 단편The Best American Short Stories’에 2년 연속으로 선정되었으며 무려 17개국 언어로 번역 출판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후속작으로 출판된 《릴리 달의 매혹The Enchantment of Lilly Dahl》, 《어느 미국인의 슬픔The Sorrows of an American》,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것What I Loved》 중에서도 2003년 출간된 《내가 사랑했던 것》은 평단의 찬사 속에 29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 요하네스 베르메르 특별전 측의 요청으로 기고한 <진주 목걸이를 든 처녀>에 대한 소논문 한 편으로 미술 평단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전격 입성한 후, 해박한 미술사 지식과 문학적 소양, 비범한 필력과 통찰력을 집약한 독창적인 미술 에세이《사각형의 신비Mysteries of the Rectangle》를 출간했다.


1981년 시 낭송회에서 작가 폴 오스터를 만나 이듬해에 결혼하여, 현재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다.



posted by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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