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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세계 100호 특집

아마데우스 2014. 3. 18. 18:03

 

[100호 특집]

 

계간 작가세계가 창간 25년 만에 통권 100호를 맞이했다. 1989년 여름 <이문열 특집>을 창간호로 출발하여 단 한 권의 결호도 없이 2014년 봄호로 100호 째를 발간하게 된 것이다. 이는 문학계간지 사상 유례가 드문 일이라 하겠다. 숱한 문학관련 잡지들이 명멸하고 문학사적 지도를 그려 나가는 일이 세기말 이래 나날이 난망해지고 있는 문학현실에서 한 번의 휴․복간 없이 25년을 지속하여 100번 째 문학잡지를 세상에 내놓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작가세계는 1호부터 99호까지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96명의 작가들―박완서․조세희 선생의 경우 두 차례 특집으로 다뤘고, 창간 10주년 기념호(40호)까지 헤아리면 실제로 총 96명의 소설가․시인․평론가―의 삶과 문학을 <작가특집>란을 통해 집중조명해 왔다. 25년 전 작가세계는 창간사에서 “문학의 다양성에 대한 탐구”, 그리고 “문학인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명제하에 ‘작가와 작품 중심의 문학에의 추구’를 천명하고 그를 기조로 한 문학작업을 여실히 실천해 왔고 오늘 그 성과가 100호에 이르렀다.

<권두좌담> 문학사라는 산맥을 위하여: 작가세계 100호 발간 특집 좌담

작가세계는 창간 당시의 돌올한 문학정신과 결연한 의지를 되새김하고 후일담을 통해 문학적 향수를 독자들과 공유하며 향후 200호, 300호…… 500호에 이르는 문학도정을 헤아려보는 뜻에서 발행인(최선호)과 창간 초대 주간(최승호)과 3대 주간(이경호), 그리고 현 주간(박광성)과 편집위원(박철화)이 함께하는 <100호 발간 특집 좌담>을 마련하여 “문학사라는 산맥을 위”한 길을 밝혀보았다.

 

이 자리에서 초대 주간 최승호 시인은,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을 집중조명해 보고 이데올로기나 여러 가지 입장들을 떠나 오직 작가 중심 곧 작품 중심의 잡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창간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세계는 문단권력과는 관련이 없는 잡지이기에 그래서 더 공정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영원한 무소속의 영혼’이라는 저의 성향이 드러난 잡지라고 생각됩니다. 작가세계를 통해 한 작가나 시인을 다룬다는 것은 하나의 산을 얻는 것과 같은 일로 여겨졌습니다. 이제 100호가 나오면 100개의 산을 조명했다는 것이겠죠. 그 산들이 모여 문학사라는 산맥을 이룬 것이지 않을까요. 요컨대 작가세계의 창간 취지는 한 작가를 가능한 한 여러 각도로 조명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어떤 계간지도 작가의 화보를 작가세계처럼 이렇게까지 다채롭게 꾸민 잡지는 없었습니다. 또한 전기 비평의 자료로서 연보를 비롯한 여러 자료들을 싣는 등 구성이 다양했습니다. 한 줄기 빛을 프리즘을 통해서 여러 빛으로 분광하듯이 작품과 작가를 분광시켜 보고자 했습니다. 작가세계라는 잡지는 작가들과 평론가들이 집단화되고 획일화되는 데 대해 보이지 않게 저항하는 잡지입니다. 그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점은 아주 중요한 정신입니다. 작가세계를 보면 우리 문학이 이렇게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것이 그동안 작가세계를 지켜왔고 만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보람이겠지요.”

 

작가세계가 25년이란 긴 시간을 큰 부침 없이 공정하게 꾸려온 데에는 생색나지 않는 자리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아온 발행인의 의지와 노력도 아울러 평가돼야 마땅하겠다. 최선호 발행인은 “25년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건대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다니는 동안 주변의 시인과 소설가들과 교류를 이루어오며 문학을 사랑했다는 것, 그것뿐입니다. 100호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어떤 진영이나 문학권력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 잡지가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랜 기간 편집위원을 맡아온 박철화 문학평론가는 “작가세계의 편집위원으로 있으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잡지로서는 작가세계가 가장 그러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물론 중요한 역할들을 해낸 여타의 문예지들이 많이 있었지만, 성격상 종합지거나 에콜을 대변하는 식의 그 잡지의 존재 이유 때문에 어쩔 수없이 소홀히 했던 부분들이 저마다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가세계는 시작서부터 지금까지, 작가와 그의 작품들에 대한 단 하나의 원칙을 가진,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문예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라고 얘기한다.

 

3대 주간을 지낸 이경호 문학평론가는 작가세계가 우리 문학의 개성화와 풍요로움에 일조한 바에 대해 “작가세계를 통해서 등단한 시인들은 그간에 문지와 창비를 통해 자리매김한 시들과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굉장히 전위적인 시들이 많았었죠. ‘세계사 시인선’이 첫 번째의 큰 성과라고 생각되고, 소설의 경우도 결국 책은 다른 곳에서 출판하긴 했지만 김연수, 김경욱, 정영문 등과 같은 소설가와 박상순 등의 시인들은 대중성을 갖고 있는 작가가 아니라 자기 문제의식과 문체들이 뚜렷한 작가여서 작가세계가 아니고서 과연 이분들이 뽑힐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라고 진단한다.

우리 문학사의 큰 줄기를 이어온 작가세계에 대해, 잡지를 맡아 꾸려온 박광성 주간은 “오늘 우리 작가세계의 가장 중요한 문학적 자산은, 통권 100호라는 점. 단 한 번도 결호를 하지 않았다는 점. 개인적 욕심은 물론 시대의 그 무엇에도 휩쓸리지 않고 오직 작가와 작품으로만 보려고 애썼다는 점. 온갖 어려움에도 발행인은 편집 방향과 그 내용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 등입니다. 이런 소중한 가치들을 우리 자신을 다지고 비추어보는 거울로 삼아, 다시 한 번 옷매무새를 단정히 여미고 새로운 각오로 열심을 다해야겠지요”라고 자평하며 나아갈 바를 피력했다.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 25년의 세월 동안 작가세계가 창간의 정신과 의지를 올곧게 지켜내며 100호 발간에 이른 것은 96명의 특집작가 외에도 수많은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 그리고 초대~5대 주간들, 24명의 편집위원들, 탁월한 여러 편집자들 등 다양한 문학적 재능들이 한데 어우러진 산물임을 입증하고 있다.

 

<권두평론> 문화의 안과 밖: 객관성, 가치와 정신(김우창)

작가세계 100호 특집의 일환으로 실은 이 평론은 우리시대의 대표적 지성이자 인문학계의 거두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2014년 1월 18일에 있은 <네이버 문화재단> 주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강연에서 행한 기조강연의 전문이다. 지면으로 전문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방대한 평문의 말미에는 글의 주 텍스트로 사용된 독일 시인 한스 카로사(Hans Carossa)의 장시(長詩) 「해 지는 땅의 비가(서양의 悲歌, Die Abendländische Elegie)」 전문도 이해를 돕기 위해 함께 실었다.

김우창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전후 독일의 참상을 노래한 이 시를 오늘 한국사회의 실상과 비견하고 사회와 문화의 존재방식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음에 주목한다. 김우창 교수는 물질적 번영을 누리고 있는 우리사회가 전후독일의 황폐함 못지않은 정신적 폐허 속에 있다고 보고 과학기술 발달로 급격히 거대대중화가 진행된 산업사회환경에서 인간 내면의 정신이 약화되면 필연코 외면의 쇠퇴나 파괴를 불러오고 종국엔 내면의 소멸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유기적 공동체의 회복을 역설한다.

 

<기획특집> 왜, 어떻게, 무엇을 쓰는가(공광규 외 12인) / 특별기고(도정일)

작가세계 100호 특집의 하나로 기획된 이 난은, 공광규, 김경욱, 이 잠, 손홍규, 윤고은, 염승숙, 최은미, 이지영, 전영관, 김희선, 이갑수, 임승유, 박사랑 등 1980년대 출신 작가에서 2000년대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위와 다양한 개성의 작가들이 어떠한 방식과 사유와 과정을 거쳐 글쓰기의 완성에 이르는지, 이야기 곧 글쓰기의 매혹은 어디서 오는지 등 작가 내면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어보는 자리다. 문학의 위기, 문학의 죽음이 끊임없이 운위되는 요즘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문학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도 있겠다.

이 <기획특집>의 끝에 실은 도정일 교수의 기고문 「이야기는 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가」를 통해서도 우리가 왜 이야기에 사로잡히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단편소설/신작시/장편연재]

 

100호 특집을 맞아 <창작란>도 풍성하다. 웅크린 세태의 쓸쓸한 자화상을 고수의 솜씨로 빚어놓고 있는 전업 중견작가 구효서, 화자의 내면심리를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들이밀어 좇아가는 현대문학상 수상작가 김 숨, 따듯한 감성으로 서사의 훈훈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만남의 작가 원재훈, 도발 엽기적인 상상력에서 유려한 필치로 이야기를 확장해 가는 201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편혜영, 근래 보도된 실화에 기초했음 직한 이야기를 밀도 있는 솜씨로 서늘히 구축하고 있는 2012년 작가세계 신인상 수상작가 신주희, 촉망받는 평론가에서 시인으로, 이제는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다재다능한 작가 방민호 등의 단편소설들. 허만하, 유안진, 이건청, 이시영, 문정희, 정호승, 조창환, 김혜순, 황학주, 김기택, 허 연, 이장욱, 곽효환, 강기원, 김행숙 등 노장에서 중견시인들까지 15인의 신작시들도 전통서정과 전위파격을 넘나들며 우리시의 다채로움을 실감케 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장편연재 마지막 회를 맞는 평론가이자 소설가 김용희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인기연재소설답게 드라마틱한 전개와 에필로그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